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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없어도 되니까, 이제는 할배가 보고 싶다

3막. 보름


한겨울.

아파트 앞 단지 과일가게.

그 앞에서

할배 손을 꼬옥 붙잡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


할배, 나 감귤 먹고 싶어.

달달구리한 감귤 먹고 싶어.

쫑알쫑알 귤 사달라며 앵기던 나.


우리 할배 주머니 속

꼬깃꼬깃한 오천 원 한 장.

여, 이거 오천 원치 좀 주시오.


검정봉투 들고

누리끼리한 삼 층 집으로 들어와

후다닥 열어본 봉투 안에는


말랑말랑

달달구리

귤은 온데간데없고

딱딱한

감만 들어 있었다.


할배, 귤은? 귤은 어딨어?


아, 감 말한 거 아니었나?


어린 나는

귤이 아니라 감밖에 없는 그 봉투가

너무 아쉬워 엉엉 울었지만,


지금의 나는

할배 주머니에서 나오던 그 꼬깃한 현금,

산책 갔다 돌아오며 꼭 잡혀 있던 따뜻한 손,

이젠 사진을 봐야 겨우 떠오르는

우리 할배 얼굴이

먼저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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