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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06. 2019

무소유가 주는 위안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4기] 내가 원하는 삶

3주 차: "내가 원하는 삶"

자원(돈, 시간 등)의 제약이 없다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상상하여 씁니다. 소설의 형식도 가능합니다. 혹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이유를 써봅니다.

참고글: 글쓰기로 꿈꾸는 나의 미래

참고글: 인생 버킷리스트

참고도서: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핸드메이드라이프》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서평,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1기 후기, 2기 후기, 3기 후기 및 참고도서 소개




많은 것을 누리겠다고 버킷리스트도 작성해보지만, 때로는 무소유가 위안을 준다. 껑충 뛰어버린 아파트 매매가. 10년 전에 왜 사지 않았냐고 비난받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어 마음 편하다. 매년 세금과 관리에 애먹던 자동차. 팔아버리고 나니 주차와 관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어 마음 편하다. 아등바등 살아보지만, 실직하고 생활비도 못 벌까 봐 두려운 노후. 텃밭에 상추 심고 자급자족하고 살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 편하다. 텃밭이 없다면 작은 화분에 심어도 되지 않을까? 욕심만 버리면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찾으며 즐겁게 살 수 있다. 문제는 욕심이다.  


나찾글 4기 회원들이 원하는 삶을 들여다보자.


L님

여행을 넘어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 일 년에 서너 번을 삼사 주 사이로 관광객이 아닌 이사 온 것처럼 동네에 서서히 적응하다가 점점 동네 슈퍼에서 맛집으로 그러다가 주변 바닷가에서 공원으로, 반나절 넋 놓고 카페에서 차 한 잔으로 시작해서 점심까지 먹고 나온다든지…. 아무런 쫓김도 없이 계획도 없이 오감만 느끼며 순간순간 눈에 보이는 것만 즐기는 그런 아름다운 시간을 가지고 싶다. 상상하는 거만으로도 천국에 있는 느낌이다. 빛이 퍼지는 꽃밭 속에 있는 듯한 기분 좋은 몽롱함이 느껴지는 건 뭘까.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고 행복할 수 있구나. 신기한 느낌이다.


M님

좋아하는 사람들과 특별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작년에 친한 친구와 성시경의 <축가> 콘서트에 갔다. 올여름에는 예전 직장 동료들과 록 페스티벌을 즐겼고, 최근에는 대학로에서 뮤지컬 ‘빨래’를 친구와 보았다. 경험을 일회성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영원한 것이다. 시간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영원히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아마 언제나 그때 그날로 돌아가 웃을 수 있을 것이다.


S님

가을 산책을 마치고는 함께 영화관에 가서 ‘82년생 김지영’을 보았다. 혼자 영화를 보고 여운 즐기기를 좋아했는데, 함께 보고, 함께 붉어진 눈으로 나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영화에 대해, 각자의 삶에 대해,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니, 혼자서 여운을 즐길 때와는 결이 다른 즐거움이 꽤 크게 다가왔다. 혼자서 좋아하는 것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게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다. 하지만 함께하면 할수록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느끼게 된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나왔던 말이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혼자 할 때는 기억이 되지만, 함께 할 때는 추억이 된다.”


Y님

엄마들에게 또 무엇이 필요할까.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있어도 충분히 힐링할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계속 구상 중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 말을, 지나가기 전에는 잘 모른다. 그 지나갈 듯 지나가지 않는 힘겨운 시간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수 있도록, 엄마들의 에너지를 가득 채워 또 일상에서 아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이 말처럼, 엄마인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엄마들의 아지트를 꿈꾼다.


H님

우리는 아주 고요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평화로운 풍경이 있는, 큰 호수가 있는 동네에 가서 쉬고 오기로 결정했다. 안목 있는 현지 지인의 추천답게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는 가장 안락한 숙소를 잡고 양질의 식사를 하고 노을 지는 호숫가에 앉았다. 빨리 피로해지는 현지어로 수다 떠는 사람들의 소리도 없었고, 자주 물리는 향신료 향을 맡지 않아도 됐다. 벤치 앞엔 잔잔히 고여 있는 호수와 찰랑거리는 물결, 간질거리는 바람밖에 없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콘텐츠 생각도 내려놓고, 다음 계획도 마음에서 내려놓고 멍하니 앞만 바라봤다. 그 자리 풍경 자체가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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