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쓰는 나찾글 워크북] 7주 차: "나에게 쓰는 편지/일기"
7주 차: "나에게 쓰는 편지/일기"
과거/현재/미래의 나에게 편지/일기를 씁니다.
일기처럼 우리 삶에 녹아있는 글쓰기가 있을까? 나의 생애 첫 글쓰기는 그림일기였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는 선생님이 숙제로 내어 준 일기 쓰기가 놀이 같았다. 그림일기에서 글로 가득한 일기로 넘어간 고학년이 되어서도 꼬박꼬박 일기를 쓴 기억이 난다. 오빠는 개학을 앞두고 몰아서 일기를 쓰기 바빴는데 내 일기장의 날씨를 참고하여 숙제를 마쳤다. 꾸준히 쓰다 보니 습관이 되어 일기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되었다. 대부분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꼭 숨겨야 하는 비밀은 일기장에서 풀었다. 머릿속 가득한 복잡한 생각을 일기장에 쏟아부으면 속이 후련했다.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나를 재발견했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일기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내 글쓰기의 원천이다.
마셜 로젠버그는 《비폭력대화》에서 쉽게 기억할 수 있으면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NVC모델 네 단계를 다양한 경험과 예시로 제공한다. 이는 첫째,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행동을 관찰하고 둘째, 느낌을 표현한 후 셋째, 그런 느낌을 일으키는 욕구를 찾아내어 넷째, 구체적인 행동을 상대에게 부탁하는 대화 모델이다. 상대에게 말하고, 내가 듣는 차원에서 유용한데 특히 스스로에게도 내밀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욕구를 잘 관찰하여 부탁하는 마음으로 자신과 내면의 대화를 시작해 보자. 지금 혹은 과거의 행동을 후회한다면 충족되지 않은 욕구와 연결해서 화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 그 형식은 일기도 좋고 편지도 좋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혹은 자신과 화해하는 데 일기가 도움이 된다. 그런 용도로 쓰는 일기가 감사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쓰기의 감각》에서 앤 라모트는 일기가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준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는 갓 태어난 아들을 키우며 육아일기를 썼다. 자기 아들의 양육을 돕던 친구 패미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는데, 어느 날 패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친구 생전에 친구와 친구 딸 이야기를 책에 담아 주고 싶어 최대한 빨리 글을 썼다. 친구가 죽기 몇 달 전 연애편지 같은 선물을 건넸다. 그 책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쓴 웃음과 아픔이 담긴 현실적인 일기여서 친구 개인뿐 아니라 다른 싱글맘에게도 참고서가 되었다.
일기가 문학작품으로 탄생한 예로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이 독서 일기지만, 일상의 느낌도 실려 있다. 작가의 왕성한 독서량과 비평, 깊은 사유에 놀란다. 일기만큼 작가의 솔직한 마음을 엿보는 글이 또 있을까?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이다. 동생 테오의 편지를 포함한 40여 통의 편지와 그림이 추가로 실려 있어서, 편지에 언급한 그림이나 각 시기에 해당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글로 보는 그림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감상해보자.
습작시인 카푸스와 릴케가 1903년부터 1908년까지 약 5년여간 나눈 편지와 리자 하이제 부인과 릴케가 나눈 편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실렸다. 자신의 적성과 정반대라고 여겨지는 시인이라는 직업에 발을 들여놓은 카푸스는 "나의 축제를 위하여"의 시인이 자신을 이해해 주길 바랐다. 그렇게 편지가 시작되었는데 누구에게도 해 본적이 없는 속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냈다. 시인의 삶과 고뇌가 고스란히 편지에 드러난다. 릴케는 답장을 어떻게 써주었을까?
이제 나에게 편지를 써보자. 과거의 나와 화해하는 편지도 좋고, 현재의 나를 격려하는 편지도 좋다. 미래의 나에게 내 삶을 물어보는 편지는 어떤가? 솔직한 지금의 마음을 덤덤히 일기로 써보는 건 어떨까? 과거, 현재, 미래 모두 다 나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스냅 사진 찍듯이 찍어 글로 표현해 보자.
▶ 참고도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행복한 책읽기》 김현, 《비폭력대화》마셜 로젠버그 서평
▶ 참고글: 난 너에게 반했어
▶ 참고글: 20년 전 나에게 보내는 편지
▶ 문우 참고글: 마흔의 당신에게
▶ 문우 참고글: 지금의 나, 좀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