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과삶 Aug 21. 2021

지금 내 느낌은? 내 마음은?

보고 들은 느낌을 말하기

잔치는 끝났습니다. 시끌벅적하던 사람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살인적인 7월의 일정을 연예인처럼 다 해치우고 금단증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00미터를 힘차게 달리던 도중 갑자기 멈춘 느낌이랄까요? 이런 저에게 가장 기대되는 최근 모임이 바로 어제 있었습니다. 글로 배운 비폭력 대화를 교육 수강으로 제대로 알았다면, 어제의 교육은 3개월 만의 체화과정이었습니다. 


비폭력 대화 교육(NVC1)을 수강한 후 연습 모임에 딱 한 번 참여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주 참여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3개월을 보냈습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처럼 '흠, 4단계가 뭐더라? 관찰, 느낌, .... , 부탁?' 띄엄띄엄 떠올립니다. 교육을 수강하고 열심히 로 정리했는데도 말이죠. 


이미 교육을 수강했기에 학습이라는 시간이 기대되었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단순 복습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의 선입관은 또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제대로 알아가는 학습의 과정이겠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게 보이네요. 


먼저 관찰을 살펴볼까요? 보았거나 들은 것을 말하는 게 관찰입니다. 보거나 듣지 않은 것을 언급하면 평가가 됩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의 경험을 공유해보라고 했는데 제가 말했습니다. 오래전에 구체적이지 않은 피드백을 들어서 기분이 나빴고 그 말을 한 사람과 관계가 멀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저에게 피드백했기 때문에 듣는 순간 약간의 화가 올라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데 네 강의가 별로래. 내가 너랑 친하니까 솔직하게 말해주는 거야."

"그래? 강의 평가는 잘 나오는데. 왜 그런 걸까? 이유가 뭐야? 이유를 알아야 내가 고치지."

"글쎄 이유는 잘 모르겠고, 너무 빡센 거 아닌가? 아무튼 그렇다니까. 잘 생각해봐."


여기서 문제는 자신이 직접 관찰(보거나 들은)하지 않은 내용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했고, 자신의 생각한 더한 점입니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아 백지 평가를 받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았지만 아직도 저에게 상처(폭력)로 남아 있나 봅니다. 저 역시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줘야 한다면 반드시 관찰하여 직접 보고 들은 내용으로 말하겠다 다짐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4단계


우리는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서툽니다. 자신의 감정과 친숙해질 때 다른 사람의 감정도 헤아릴 수 있습니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현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내 느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기분은 어떤가요? '반가운, 충만한, 고마운, 유쾌한, 친밀한, 만족스러운, 끌리는' 기분이겠죠? 설마 '지루한, 실망스러운, 신경 쓰이는, 답답한, 김빠진' 느낌은 아니길 바랍니다.


즉석 역할극을 두 번 했습니다.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내가 뭘 무시했다고 그래?"


"나 섭섭해."

"뭐 때문에 섭섭한 거야? 말해줄래?"


평가의 발언을 하면 상대는 방어적으로 대답합니다. 신기하게도 느낌을 말하니 반박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려 합니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섭섭함을 느낀 상황에서 우리는 느낌을 말하기보다 생각이나 상대를 평가하여 말합니다. 그러니 오해가 생기고 때로는 상처를 주는 폭력적인 대화로 이어집니다.


과거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나 신경이 쓰이고 걱정스러워."

"뭐가 걱정스러운데?"

"내가 직접 관찰한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것인데 사실이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


직접 관찰한 내용으로 느낌을 말하는게 최선이지만, 굳이 말을 전하고 싶다면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세요. 자신이 그런 말을 듣고 신경이 쓰이고 제가 걱정이 되었다는 느낌을 먼저 말하는 겁니다. 그말을 듣는 저는 상대가 저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을 느끼고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했지만 사실 저도 감정표현이 어렵습니다. 《당신이 옳다》의 정혜신 작가는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고 물어 상대의 솔직한 감정을 알게 됐을 때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는 대신 온 체중을 실어 ‘공감’하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자주 물어봐야겠어요. "지금 내 느낌은? 지금 내 마음은?" 그리고 그 감정에 충조평판하지 않고 셀프공감 하는 거죠. 나의 감정을 인정할 때 상대의 감정도 헤아릴 수 있으니까요. 


별다른 일정이 없는 요즘 비폭력대화 연습 모임 일정을 확인하고 모임에 참여해야겠어요. 라고 쓰고 연습 모임 사이트를 방문했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모임을 제 캘린더에 추가했습니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습니다. 행동이 필요할 뿐입니다.


2021년 5월 비폭력대화(NVC1) 교육후기

2019넌 11월 《비폭력대화》 서평

이전 05화 T에서 F로 가는 중입니다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