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서 가능성과 자유를 보다
한 남자의 의식
여기 한 남자가 카페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다.
책 읽는 동안 남자의 의식은 책을 품는다. 잠시 후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의 의식은 책을 떠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대상을 향한다. 아쉽게도 그녀가 아니다. 의식은 다시 책으로 돌아온다.
사르트르 이전에 철학자 후설은 지향성 개념을 통해 의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이라고 했다.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이기에 꼭 대상이 필요하다. 의식은 대상이 있을 때에만 발생한다. 그러므로 의식 자체는 텅 비어있다. 비어있고, 결핍되어 있어야 재빨리 대상을 품을 수 있다.
이 결핍으로 인해 의식은 이전 대상을 떠나 새로운 대상을 포착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 남자에게 결핍이 없다면, 그의 의식은 책만 품고 있을 것이다. 그의 결핍이 그녀를 사랑하게 만들고, 또 그녀를 버리게 만든다. 우리 의식을 가졌기에 결핍된 존재이며 무엇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나의 의식
힘들게 의식을 무언가로 채워도 영원한 것은 없기에 비워진다. 다시 다른 걸로 또 채워야 한다. 이런 인생이 지치고 힘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가능성이란 것은 바로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나는 이 자유와 가능성으로 충만하다. 나의 의식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힘들고 지치는 채움이 아니라 설레임으로 채우고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배우고 싶다. 매일매일
월요일에 한국무용, 화요일에 기타, 수요일에 일본어, 목요일에 글쓰기, 금요일에 오카리나, 토요일에 인문학동아리, 일요일은 쉽니다. 철학, 감정일기, 치유독서등 온라인 모임도 한다. 주변에서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까지 해야 나는 가능성을 가진 자유인이 된다.
이렇게까지 해야 나는 부담스러운 본질에서 벗어나 실존을 만끽할 수 있다.
하루 8시간 사무실에서 억압된 나의 에너지를 피곤이라 느끼며 집에서 누워있으면 나의 의식은 갈 곳을 잃고 떠돌이별처럼 헤메인다. 그러면 결핍된 마음으로 타는듯한 목마름에 시달린다.
하루 8시간 사무실에서 억압된 나의 에너지를 충만이라 느끼며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 나의 의식은 억압을 떠나 새로운 대상을 포착한다. 그러면 가능성과 자유를 느끼며 설레인다.
사르트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실존은 본질에 앞서기에
나는 無 이기에
나는 목적없이 던져진 존재이기에
나는 본질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그저 우연이 인간으로 태어났고 어떻게 살다 보니 공무원이 된 것이다.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며,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없이 그저 거기에 있다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끝없이 선택하고 계속 결단해야만 하는 존재, 그 실존이 바로 나이다. 일요일도 사실 쉬지 않는다. 새로운 선택과 결단을 위해서, 설레이며 또 생각하고 고민한다. 나의 가슴설레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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