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그가 말했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포위되는 거라고
큰 나무 보단 작은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앙상한 어린 나무는 아니었으면 합니다.
잡초 보단 이름 있는 꽃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유람객이 몰려드는 커다란 장미 정원이고 싶진 않습니다.
겨울에 물 차갑고 여름엔 후덥지근한 집은 싫습니다. 그렇다고 고대광실 호화주택은 성질에 안 맞습니다.
홀로 살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매일 밀려드는 사람들에 둘러싸이는 일은 더욱 고독할 것입니다.
내 마음이 부자였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바람이 드나드는 쓸쓸한 자리도 한 평 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 호숫가를 걸으며 내가 철학하는 위대한 인간이라 착각하지 않습니다. 장난 삼아 흰 입김을 내어보고, 좋아하는 노래도 불러보며 콜라를 한숨에 벌컥대는 그런 범인이길 바랍니다.
사정이 윤택한 사람이 되기보단 나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소심한 일상을 갖고 싶습니다. 화려함이 아름다움과 같은 의미가 아닐 것입니다. 가난함이 아름다움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일은 나다운 것이라 믿습니다.
예전 누군가 정신없이 바쁜 내 책상 위에 허쉬 초콜릿을 툭 놓아둔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좋습니다.
미슐랭의 멋들어진 식당이 필요할까요. 내 달콤함은 딱 그곳이 알맞습니다. 당신의 소박한 사랑으로 덧칠한 달콤한 세상을 살고 싶습니다.
당신이 준 일상이 참으로 기특한 선물이었습니다. 당신 다운 사랑에 만족합니다. 언젠가 다시 바다를 가면 바위 위에 하얀 허쉬 초콜릿 한 봉지를 놓고 당신을 한참 떠올리겠습니다.
전 그것으로 100일 정도는 경쾌히 살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