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Z의 마케팅 시점으로 본 브런치 조회수와 유입, 소비자 분석
조회수가 뛰는 것? 글을 통해 구독자가 느는 것? 더불어 후원을 많이 받게 되는 것?
나는 브런치에 글을 연재한지 햇수로 2년쯤되는 작가다. 첫 글은 22년이었거든.
사실 본진은 마케팅인데 그 전에는 (전)직장의 채널에 맞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브런치는 나의 3rd채널쯤되어 한 달에 한 번 글을 쓸까 말까했으니, 브런치에 맞는 글-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작년 11월 쯤 내 브런치 '관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말하자면 장롱 면허로 1년 정도 버티다가 약 5개월 전 쯤에야 브런치를 제대로 시작한 셈이다.
에세이의 글은 나의 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케터로서 카피라이팅과 나의 마케팅 능력을 시험하는 장이기도하다.
노출의 기준을 알기 힘들고 (이건 브런치의 문제다. 유입 경로와 유입 키워드 확인이 힘든 것) 광고도 없고, 검색기능(SEO와 키워드)도 없고. 독자들에게 선택받는 것은 '우연히 노출된', '흥미로운 소재-이혼, 퇴사, 워홀를 다루는 글'인 것이 아니냐고? 이 안에 어떻게 마케팅이 있을 수 있냐고?
이 의심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알고리즘은 대체로 의도할 수 있는 결과다.(물론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도전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업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전략과 마케팅에 대한 고민은 실패의 확률을 줄여주는 것이다.)
가설과 검증, 그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것은 컨텐츠 생산자 본인이기에
4월 15일 기준(EST기준, 오후 7:00) 워킹홀리데이 에세이 [저주 감사하고 잘 다녀오겠습니다]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총 12편의 누적 조회수 약 11만 회(109,626회), 평균 조회수는 9,135회다. 평균 조회수가 만 회를 넘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어쨌든 이 중 단 두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출수 1,000회를 넘겼다.
23년 11월 8일 첫 화, [퇴사를 못해서 냅다 워홀을 갑니다] 누적 조회수 1,366회
23년 11월 15일, [퇴사 D-1, 허리디스크가 터졌다] 누적 조회수 796회
23년 11월 25일, [퇴사 D-1, 허리디스크가 터졌다(2)] 누적 조회수 796회
23년 12월 18일, [일단 퇴직금을 전부 때려 넣어 보겠습니다.] 누적 조회수 9,807회
24년 1월 1일, [아빠, 그러게 있을 때 잘하시라고 했잖아요] 누적 조회수 1,188회
24년 1월 14일, [내 퇴직금이 우버와 함께 떠났다] 누적 조회수 4,612회
24년 2월 12일, [캐나다 직장인이 월급을 많이 받는 이유] 누적 조회수 40,184회
24년 2월 26일, [퇴사하고 수영장 딸린 집에서 사는 방법] 누적 조회수 1,353회
24년 3월 4일, [15불짜리 에비앙 미스트를 일회용 가습기로 쓰게된 사연] 누적 조회수 2,675회
24년 3월 11일, [퇴직금 털어 워홀을 왔는데 ATM이 내 돈을 먹었다] 누적 조회수 6,426회
24년 3월 18일, [캐나다에서 인종차별하는 아주 쉬운 방법] 누적 조회수 26,287회
24년 4월 15일 가장 최근 화, [한국 직장인은 이해못하는 캐나다 관공서] 누적 조회수 14,136회
최대 조회수 기록은 4만 회. 첫 에세이를 쓸 당시 기존 구독자가 50명도 안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 글을 올릴 때마다 1,000회 이상의 조회수가 나왔다는 것은(또 메인포털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업데이트 일자가 들쭉날쭉하지만, 내가 바빠서였을 뿐 글을 지우거나 한 것이 아니니 실제 브런치 글은 연달아 업데이트 되었다. 즉, 12개의 글이 연달아 1,000명 이상에게 노출된 셈이다.
갓 선정된 브런치 작가도 할 수 있는 브런치 조회수 잘 받는 방법
누군가가 내 글을 보면 기쁘다. 반응을 해주면 더 기쁘다. 브런치에 글을 쓰든, 블로그에 글을 쓰든, 상업적인 것이든, 상업적이지 않은 것이든 모든 창작자(크리에이터)라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아무리 쿨하려 애써도 내 컨텐츠의 결과에 대한 생각은 피할 수가 없다.
물론 한 명의 독자라도 내 글을 봐주면 감사하지만, 또 한 껏 위로 떠오르고 있는 다른 글을 보다보면 내 글은 언제쯤 저만큼의 조회수를 받아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정말 전혀 없을까?
내 브런치 글로 직접 테스트한 12회, 확신을 하기까지의 6개월이라는 기간.
브런치 글 조회수는 우연이 아니다. 기술이다. 정확히는, 마케팅 기술이다.
1. 채널의 특징을 기억하라
브런치가 브런치 스토리가 된 이후로 다음 플랫폼을 통한 노출도가 확연히 좋아졌다. (여전히 폐쇄적인 느낌이 남아있지만) 글을 작성하면 주로 브런치 유저만이 글을 읽게 되던 브런치 시절과 달리, 지금은 타겟과 채널을 고려하여 카피라이팅을 잘 하면 다음 포털 메인에 올라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브런치를 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최대 강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의 차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의 주 이용자는 목적구매자1)다. 대다수의 구매자(소비자)는 원하는 바가 있으면 네이버 포탈을 통해 검색 - 블로그로 유입되는 구조다. 그에 따라 블로그 글을 찾을 수 있는 키워드가 중요하고, 제목과 내용의 일치, 블루 키워드2)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기도한다.
그러나 브런치는 어떨까? 타 검색포탈에 키워드를 검색시 내 글이 노출되기는 하지만, 외부에 내 글이 노출되는 방법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포털 추천 글에 내 글이 노출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다가 내 글을 발견하여 읽게된다. 즉, 브런치 스토리의 주 이용자는 비계획구매자3)다.
브런치의 메인 이용층이 비계획구매자라는 점은 브런치 글의 조회수를 높이는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은 아래의 섹션들에서 더 자세히 서술해보겠다.
> 브런치 글과 네이버 블로그의 차이가 더 궁금하시다면?
https://blog.naver.com/marketer_urneighbor
2. 고객이 원하는 글을 써라
약간 비판적인 어조로, 브런치에서 뜨는 글은 불륜, 이혼, 퇴직(사), 은퇴, 이민, 여행(그런데 이제 이혼과 퇴사를 곁들인)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 말은 곧 그것이 브런치의 타겟이 원하는 상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현상ㅡ한 채널의 유저들이 잘되는 카테고리에 몰리는 것은 브런치만의 현상이 아니다.
컨텐츠의 최강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상상해보라. 한 때 유튜브에서는 '먹방만 찍으면 성공한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로 그에 따라 먹방 유튜버가 우후죽순 생기기도 했고. 또한 쇼츠가 압도하기 이전의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컨텐츠가 주를 이뤘다. 그것은 곧 그 시절의 유튜브에서 먹방을 보고싶어하는 사람들과 인스타그램에서 워너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다시 말해, 불륜과 이혼, 은퇴 등의 소재는 이 시점 브런치의 대세, 브런치의 대세 고객층이 원하는 상품이라는 뜻이다.
이쯤되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뜬 사람들은 많은데요? 이미 그 소재는 너무 많은데요? 세상의 시장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4) (그리고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블루오션)으로 나뉜다. 그리고 레드오션에 진입하고도 니치마켓5) 을 노려 성공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중소)제조 판매회사가 가장 빨리 망하는 지름길은 바로 고객 니즈 파악없이 자신이 팔고 싶은 상품을 파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판다는 것은 대세만을 따르라는 뜻이 아니다. 고객, 즉 독자를 먼저 분석하라는 뜻이다. 글을 얼마나 잘 쓰냐와는 관계없다. 내 글은 정말로 브런치(의 독자)가 원하는 글인가?
그러나 앞서 말했듯, 브런치의 메인 고객(독자층)은 비계획구매자다. 게다가 공급자(작가)는 내가 원하는 독자(에게의 노출)를 고를 수 없다. 구독 시스템이 있지만 내게 구독자가 없다면 내 글은 고객이나 내 의도와 상관없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된다. 그렇다면 확률적으로 조회수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뭘까?
3. 타게팅된 카피라이팅이 중요하다
브런치 스토리의 글이 조회수를 얻기위해서는 잘 쓴 제목이 중요하다.
이건 당연한 말이지만 또 쉽게 놓치는 지점이기도 하다. 브런치 스토리의 키워드는 대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기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SEO 6)의 개념에서의 키워드가 아니라 고객이 반응하는 감정적 키워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내 글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광장에 갑자기 노출된다고 생각해보자. 브런치의 작가는 내가 원하는 독자를 고를 수 없지만, 독자는 내 글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검색의 과정은 아니라 둘러보다가 눈에 걸리는 과정이겠지만 이 과정에서 제목은 독자들에게 내 글을 광고하는 첫번째 단계다. 다만 주의할 것은 어떤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하는가?-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결과를 낳게된다는 것. 메인 독자는 이미 정해져있다. 우리가 집중해야할 것은 이미 정해져있는 이 독자들 사이에서 누구의 반응을 이끌어낼 것인가?다.
그렇다면 이미 정해져있다는ㅡ메인 타겟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직전 섹션으로 올라가보자. 우리는 이미 타겟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브런치에서 뜨는 글은 불륜, 이혼, 퇴직(사), 은퇴, 이민, 여행(그런데 이제 이혼과 퇴사를 곁들인)라는 이야기가 있다."
브런치스토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독자가 곧 생산자라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만 브런치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작가는 곧 독자가 된다. 게다가 알고리즘의 시작은 언제나 브런치의 내부에서 일어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정보들을 정리하면 타겟의 범위를 추정할 수 있다. 불륜, 이혼, 퇴직, 은퇴, 이민. 결혼과 은퇴(혹은 퇴사)를 할 수 있는 나이대, 글을 쓰거나 읽는데에 익숙한 사람들, 그럴만한 여유가 되는 환경. 그리고 그들이 공감하거나 추구하거나 궁금해할 만한 키워드. 이 타겟 정보들은 브런츠에 글을 노출하는데에 중요한 베이스가 된다.
나는 과거에 디자이너였다. 아, 그런데 디자이너 중에서도 패션디자인전공한 디자이너였다.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는 결과물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를 위한 것을 만드는 (상업) 디자인과 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예술이랄까. 패션디자인은 예술과 상업디자인의 그 가운데에 걸쳐있는 존재였다.
책을 쓴다는 것은 상업에 가까운 일일까, 예술에 가까운 일일까? 물론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쉽게도 요즘은 예술가도 강태공으로 살 수가 없다. 그야말로 브랜딩의 시대니까.
주석
1) 목적구매(자) : 정확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상품을 탐색하여 구매하는 행위와 그 행위를 하는 소비자.
2) 블루키워드 : 블루오션과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자가 많지 않으면서 검색량이 좋은 키워드.
3) 비계획구매(자) : 목적구매자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계획을 가지지 않고 상품을 탐색하다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그 행위를 하는 소비자. 충동구매자라고 일컫기도한다.(실제로는 소비자 유형을 더 상세히 분류할 수 있다.)
4)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 레드오션 -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 블루오션 - 경쟁자가 없고 가능성이 있는 시장
5) 니치마켓 : 틈새시장. 고객과 시장을 분석하여 나온 특정적이고 작은 시장.
6) SEO : 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 엔진 최적화. 적확한 검색 키워드에 적확한 (나의)상품을 노출시키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