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여행동기, 설득이 아닌 흐름

야근에서 비롯되어 여행으로 도드라진 그녀&그의 여행일기

by 직업은투명인간

그녀인지, 나인지 누군가 시동을 걸었다. 가슴 깊숙이 주차되어 있는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인생에 한번쯤, 이탈이 필요한 시기에 온다면 현실궤도를 벗어나는 비상장치였고, 암묵적인 합의로 서로의 가슴에 품고 있었는지 모른다. 시동만 걸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준비는 되어 있었다. 야근과 일상의 쳇바퀴, 스트레스는 연료처럼 나날이 채워졌다.


이탈의 방법은 여행이었다. 늘 여행을 바랬지만, 물리적이든 심적이든 언제나 무언가가 발목을 잡았다. 나이를 보나 시기를 보나 아님을 알고 있지만, 떠나야할 이유는 지금이란 이유였다. 평소였으면 휴가 때 갈까? 연휴는 어때? 아님 노년? 으로 결론을 맺던 그녀가 이번에는 달랐다.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얼음이 녹기 전에 마셔야 제 맛이기에 우리의 뜨거운 시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음만 먹고 못하는 일들이 허다한데, 취소 수수료를 감내하며 여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항공권부터 구매했다. 아이러니하게 행복한 족쇄가 채웠다.


직장, 가족 등 누군가 이 족쇄를 푼다면 전쟁선포나 다름이 없었다. 출발 전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전쟁에 임하는 기세로 철저히 하루하루를 여행을 위해 사수했다. 문제 직장이었다. 4년을 넘게 다닌 직장에서 그녀와 나의 선택지는 달랐다. 고심 끝에 장기휴가와 퇴사로 결정내리니 12월과 1월에 떠나는 겨울여행으로 정해졌다. 몇 년의 연애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이런 경험과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가오는 여행은 온전하게 둘만의 시간이었다.


조금의 부딪힘과 합의로 영국, 프랑스, 체코 3개국으로 결정되었다. 그녀의 여행버킷이던 핀란드 산타마을을 포기한건 미안했다. 산타는 뜻밖에 비싸고 찾아가기 힘든 동네에 살고 있었다. 산타가 집집마다 찾아오는 이유가 다 있었다. 대신에 여행기간 동안 여러 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기로 했다. 거기라면 또 다른 산타가 있을지 몰랐다.


여행이 확정되니 일상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뭘 먹을지,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며 생동감이 돌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몰랐던 그녀의 취향과 관심사도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서로를 더 다가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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