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유럽여행에 런던을 포함시킨 이유는 H군 때문이다. H군을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었다. 나 역시 H군을 알았지만, 그녀는 손금 보듯이 알고 있었다. 예전에 서점에 갔을 때 해리포터 코너에서 몽골의 밤하늘처럼 빛나던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녀한테 해리포터는 영화 이상의 의미였다. 작가 조앤롤링의 인생역전의 해리포터 탄생기도 그러했고 무엇보다 어린나이에 상상하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다. 영화에서 남은 여운을 책으로 채우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해리포터스튜디오를 안 갔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지 몰랐다.
그녀의 인생판타지, 해리포터를 탄생시킨 그곳으로 출발했다. 애스턴역에서 왓퍼드정션행 기차로 환승을 마쳤다. 출근시간의 지하철은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 빽빽한 콩나물 지하철이었다. 기차의 쾌적한 분위기와 많이 빈 좌석은 빽빽하고 정신없던 지하철과 사뭇 달랐다. 냉탕과 온탕의 명확한 온도차였다. 근교에서 도심으로 출근 할 때 우리는 근교로 나가는 중이었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렸다. 비를 맞았던 첫 기억이 고생했던 기억이라 낭만과 엮이지 않았다.
해리포터가 처음 개봉했던 시간을 검색하니 2001년 12월이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본인은 초등학생이었다면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를 보고 도둑놈이라며 놀렸다. 그때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서 9,000km나 떨어진 해리포터스튜디오를 그녀와 오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판타지가 따로 없었다.
왓포드정션에 내려 밖으로 나가니 셔틀버스가 먼저 보였다. 셔틀버스는 해리포터 이미지로 랩핑이 되어 대영박물관에서 보았던 어떤 골동품보다 심쿵하게 했다. 정류장의 줄을 보니 해리포터의 인기가 실감되었고 우리 또래의 어른들도 많았다. 그들과 사는 곳은 다르지만 어릴 때 해리포터를 보며 상상하던 교집합이 있었다.
셔틀버스에 탑승하며 전망을 기대하며 2층 앉았다. 버스는 출발했지만 전망은 한결같았다. 비안개가 흡사 뽀얀 곰탕을 휘젓고 다니는 것 같았다. 안개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고 마법학교로 가는 동선을 감추려는 특수효과라고 생각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셔틀버스가 속도를 줄이니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기다리던 그 곳, 인생버킷에 도착이었다. 그녀도 환호성에 동참하며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지금껏 누르고 있던 기대감이 터져 나왔다. 마치 볼드모트를 상대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역시 버킷리스트는 달랐다.
티켓확인도 했으니 제대로 즐겨야 했다. 간절하게 기다렸던 장소였고 입장료를 생각하면 최대치의 즐거움을 뽑아야 했다. 내부 관람을 위해 모두가 문 앞에서 대기했고 매뉴얼에 따라 카운트다운을 함께 외쳤다. 텐, 나인, ~~ 쓰리, 투, 원!! 100여명의 외국인이 하나되는 순간이었다. 문이 열리자 다양한 언어로 감탄사가 들려왔다. “대박~!” 그녀가 평소 사용 안하는 단어인데 새어 나왔다. 나 역시,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착각이 들었다. 세트의 리얼함과 디테일은 혼을 빼놓을 정도로 대단했다. 첫 인상에 제대로 마법에 걸렸다. 어른의 모양새를 내려놓고 해리포터의 팬으로 스튜디오를 종횡무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발걸음이 바빠졌고 그만큼 나는 손이 빨라졌다. 그녀의 추억을 위해 쉬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렀다.
타이밍은 죄가 없지만, 싫었다. 관람 중에 런던-파리행 예약한 기차가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파리 교통파업으로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하며 마음을 졸이다 취소 확정을 받으니 되려 속이 시원했다. 한편으로 막막하기도 했다. 큰 마음먹고 기차를 프리미엄 요금등급으로 지불했건만, 파리여행은 시작도 전에 불길했다. 취소 연락이 왔던 타이밍이 하필이면 반 정도 관람을 진행하고 식당에서 햄버거와 버터맥주를 주문했던 찰나였다. 메일 내용을 확인하는 사이에 그녀가 음식을 가져왔다.
주문 전만해도 버터맥주의 기대감에 들떴지만 순간 진진해졌다. 눈앞에서 버터맥주 거품이 사라졌지만, 맥주잔을 잡을 수 없었다. 1분 1초라도 빨리 다른 교통편부터 찾아야 안심이 되었다. 저가항공을 검색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파업의 영향인지, 저가항공 요금은 고가항공 같았다. 선택권이 없어 우선 고가항공을 결제하며 숙소로 돌아가서 조금 더 고민이 필요했다. 파리에 도착하면 근교여행이 대부분인데, 더는 취소가 없길 바라며 거품이 내려앉은 버터맥주를 마셨다.
우리의 흥은 맥주 거품처럼 내려앉았다. 다시 즐거움을 찾아야 했다. 감흥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당혹스럽고 짜증도 났지만, 선을 그어야 했다. 더는 파업의 아쉬움을 이곳의 즐거움과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이런 이유로 즐기지 못했다는 핑계는 싫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놀라운 곳이었다. 3~4편의 영화를 봤을 뿐인데 세트장의 위압감, 디테일은 먼 길에서 온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눈을 땔 수 없었다. 기념품 매장은 지갑을 털어버리는 명사수로 절대로 기념품 매장을 그냥 통과할 수 없었다. 눈독을 드린 기념품은 안사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이 맞았다. 그녀가 맴돌면서 장바구니에 넣지 못한 기념품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다른 기념품을 구입했지만, 만족감은 대체 될 수 없었다.
해리포터스튜디오를 관람하고도 오늘 일정은 끝이 아니었다. 런던브릿지로 이동했다. 유명 관광지에 퇴근시간과 맞물러 혼잡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이리저리 치이며 밖으로 나오니 숨통은 트였지만,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 1개로 비를 피하다보니 어깨절반을 빗방울에 내어주었다. 런던의 비는 정말로 낭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우산과 함께 런던브릿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장대비도 인스타를 이기긴 힘들어보였다.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13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12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11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10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9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8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7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6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5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4
https://brunch.co.kr/@0e57d75579324ef/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