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획’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치매환자가 된다. 하루가 지나고 1주일이 지난다. 일상에 겹겹이 포위당한다. 연말연초의 회한과 다짐은? 잊힌다. 계획치매증이 도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치매환자에게서 답을 찾는다. 자꾸만 잊히는 기억을 만회하기 위해 치매환자들은 메모를 활용한다. 치매환자뿐 아니다. 나이 들어 가물거리는 기억 때문에 애를 먹는다며 부엌에 칠판을 걸어둔 분도 있고, 책상 달력에 다이어리처럼 해야 할 일을 적는 분도 있다. 이들은 ‘쓰고 보고’라는 두 가지 단순한 행위를 통해 365일을 목표에 맞게 관리한다.
메모는 구체성이 생명이다. ‘올해는 다이어트에 꼭 성공해야지.’처럼 모호하면 안 된다. 만일 내가 치매환자거나 혹은 단기기억상실증 환자라면 당신은 어떻게 메모하겠는가? 잠깐 보기만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지 않을까? 물론 구구하게 쓰라는 뜻은 아니다. 내 경험에 따르면 구체적인 액션플랜 정도면 충분하다. ‘매일 5시 기상, 이후 스쿼트(10분), 프랭크(5분), 런지(10분)’ 이미 목표를 잡을 때부터 액션플랜을 짰으므로 전혀 어려울 게 없다.
달성하고 싶은 목표의 개수는 중요치 않다. 1~2개여도 좋고, 5개 이상이어도 상관없다. 다만 계획을 세우는 기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수많은 경영서적이나 자기계발서에서는 1년, 5년, 10년, 20년 계획을 말한다. 그런데 5년 이상이 되면 너무 먼 이야기가 된다. 딱 1년 계획만 세우면 좋겠다. 365일 매일 책읽기나 1년 헬스 등에 도전해서 성공했던 나로서는 1년 정도의 계획이 될 때 성취감이 높고 도전의식도 생기더라.
목표와 계획을 기록했다면 다음,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놓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람은 계획 앞에서 치매환자다. 나의 동선을 고려하여 자주 마주치는 벽면이나 공간에 떡 하니 설치한다.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을 때 결과도 좋은 법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내가 ‘쓰고 보고’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나 역시 한때는 심각한 계획치매환자였다.
- <일독일행 독서법>, <메모의 힘> 저자 유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