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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Jul 25. 2022

교육사상가 존 듀이의  눈으로 바라본 오늘의 교육

이슈&포럼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며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라는 대통령의 6월 국무회의 발언에 교육계는 술렁거렸다. 온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논란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 하였지만, 면허 취소 기준을 훨씬 넘는 음주운전 전력으로 인한 논란 속에서도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냐’는 대통령의 지지를 받으며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임명되었다. 전격 임명된 장관은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며 산업 인재 육성에 나섰다.


  7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교육감은 어떤가. 12년간 지속된 진보 교육감 시대가 끝나고 9:8의 진보와 보수교육감 경쟁이 시작되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이 만나는 8개 지역은 교육정책을 두고 수시로 부딪힐 것이 예상된다. 당장 초중등교육에 쓰이던 연간 약 3~4조의 교육세를 내년부터 대학 교육에 쓰겠다는 정부와의 갈등과 교육청 예산 축소에 따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정부와 진보 교육감의 대립, 보수교육감과 진보 교육감의 정책 대결 국면에서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충남새넷에서 운영한 3차 새넷 학습터에서는 존 듀이를 소환했다. 심성보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사장을 모셔서 ‘교육사상가 존 듀이의 눈으로 본 오늘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심성보 이사장은 교육정책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이 시기야말로 국민의 교육관이 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반증의 기회이며 혁신 교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 교육 2기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무사안일한 혁신 교육, 무늬만 혁신학교, 덩달아서 혁신학교는 어떤가. 항간의 자조적인 평가가 보여주는 혁신 교육 또는 혁신학교의 현실을 돌아보고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런 시기에 사회 변화를 읽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온 교육사상가의 철학과 관점은 눈을 밝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사상가 듀이의 삶과 철학에 대한 강의는 우리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정립할 수 있는 학습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듀이(1859~1952)가 살았던 시대는 공동체가 해체되고, 실업, 빈곤, 소외가 대공황으로 절정을 맞이한 양극화 등 산업사회의 폐해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듀이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를 공중, 공공성의 몰락과 시민적 자유의 억압에서 찾았다. 그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체제는 ‘민주주의’로, 민주주의는 인간성을 실현하고 폭넓은 인간관계에서 찾아지는 인류 공동의 목적에 봉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을 위해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이 그들 공동의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체제를 넘어서는 일종의 삶의 방식(a way of life)이었다. 듀이의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은 일반대중의 잠재능력에 대한 확신에 기초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어떤가. 학생, 동료 교사, 학부모의 잠재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시민들 사이에 소통과 숙의를 촉진해 지성적 집단행동을 위한 협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삶의 방식으로 보았다는 대목에서는 반지성주의를 학교 교육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강제나 야만적인 경쟁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는 열린 권고와 협동에 기초하는 공동체적 생활방식이 삶이 되어야 한다’라는 그의 말은 혁신학교 철학으로 자리 잡아서 아주 익숙함에도 현재 학교의 모습이 정말 그러한지 돌아보게 했다. 좋은 교육은 민주적인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일 뿐 아니라 ‘현재’ 경험하는 민주적인 ‘삶’의 방식을 통해 가능하다는 듀이의 생각과 실천의 의미는 포스트 휴먼 사회를 마주한 오늘의 현실에서 깊은 성찰과 탐구를 불러일으킨다.


  듀이는 과도한 전통주의 교육이나 기계적 암기수업과 같은 지식 위주의 교육을 비판하였지만, 지식이나 교과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 아동중심주의로 그를 설명하는 것은 큰 오해이다. 80세에 이르러 저술한 『경험과 교육』에서 소위 진보적인 학교들이 전통적인 학교의 문제점을 드러내 해체하는 데 얼마간 성공적이었으나, 그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교육의 이념, 내용, 방법적 원리를 정립하는 데에는 실패했음을 통렬하게 꼬집고 있다. 혁신학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같은 책에 밝힌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운 교육 대 낡은 교육도, 진보주의 대 전통주의 교육도 아니며, 교육이라는 이름에 합당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라는 문장은 어떻게 읽히는가. 이즈음 우리가 품어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심성보 이사장은 교육주의(가르침 주의) 학습주의(배움 주의) 극단적 이분법을 넘어서는 가르침과 배움의 유기적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습자의 욕구와 흥미를 중시하는 ‘학습주의 인류 문화유산을 전달하는 ‘가르침 역할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방법 주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학교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점을 전환하고자 했던 정책이나 개념이 이제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가  것이다.


  OECD <교육 2030>에서 요청하는 변혁적 역량도 교사 주도성, 학부모 주도성, 학습자 주도성을 모두 포괄하는 공동주도성이 행사되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비에스타가 말하는 민주적 인간으로서의 주체화가 칸트의 개별적 주체와 듀이의 사회적 주체, 아렌트의 정치적 주체를 통합한 개념이며, 주체화를 위한 자율의 실천은 타율의 습관화를 통하지 않으면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욕망을 절제하고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습관이 없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다스림, 자율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민주적 인간으로서의 주체화라는 개념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듀이의 시대정신, 교육에 대한 정의, life(삶과 생명)를 위한 교육학, 자연적 발달과 사회적 효율성, 문화적 교양의 균형, 실험공간으로서의 학교, 학교 민주주의까지 방대한 그의 저술과 사상을 살피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사실 새넷학습터 밴드에 공유된 강의 원고를 꼼꼼히 읽기에도 부족했다. 듀이는 1,000여 편이 넘는 논문과 책을 저술하였고, 그의 글은 읽기 힘들기로도 유명하다. 그렇기에 듀이에 관한 연구와 번역, 교육사상가를 소개하는 대중강연을 기획하여 운영하는 심성보 이사장의 강의는 듀이를 만나는 문턱을 조금 낮춰준 셈이다. 미국 최초의 교원단체인 미국교원노조의 1번 회원이었고, 전대학교수협회, 뉴스쿨 창설에도 앞장선 듀이의 모습을 보면서 실천과 참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듀이의 교육사상을 읽기 위해 그의 시대정신을 먼저 살펴보았던 것도 의미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위기와 세계 경제의 변화와 함께 촛불 항쟁의 성과가 5년 만에 사라진 현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 새넷 회원들은 어떤 질문을 품고, 무엇을 실천해야 할까. 외부의 부당한 비판이나 저평가에는 맞서야 하겠으나, 교육청 정책에 너무 기댔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듀이의 비판을 거울삼아 새로운 교육의 이념, 내용과 방법적 원리가 정립된 것인지, 그랬다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새 대통령과 새 교육감을 맞이한 6월 22일, 새넷 학습터에서 듀이를 만났다. 무언가 의미심장하다.


2022 여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2 새넷 여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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