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나누기&정보더하기 / 오설란_흥해서부초등학교
흔히 사회 과목은 ‘암기 과목’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지식 외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사회만큼 답답한 과목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순식간에 변화하는 굉장히 많은 정보로 넘쳐납니다. 암기한 지식만으로는 다가올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방법,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분하는 방법, 정보의 중요도를 분석하여 정리하는 방법 등을 익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실제로 하나하나 겪으면서 사고 과정을 경험해 봐야 합니다. 직접 체험으로 배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고, 서로 경험을 공유하는 거야말로 정말 중요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사회는 마을이라는 일상 경험의 세계에서 영역을 확장해 ‘고장’에 관해서 배웁니다. 서로 알고 있는 고장의 모습을 공유한 뒤 디지털 지도로 고장의 모습을 살피며 내가 가본 곳과 이미지를 연결 지어 공간감을 익힙니다. 위성지도로 위에서 본 모습은 자기 눈으로 본 것과 다릅니다. 납작하게 눌러진 것 같고, 엄청 작게 줄어든 듯합니다. 생소한 느낌이 호기심으로 다가오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장소를 다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걸 서로에게 알려주며 재밌고 신기한 것을 왁자지껄 나눕니다. 학교에서 포항의 주요 장소까지 길 찾기 하면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차를 타고 또는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어합니다. 아이들은 고장의 장소에 관한 흥미를 서로한테 자극받으며 키워나갑니다.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해본 아이들은 새로운 기능을 친구들에게 전수하기도 합니다.
포항의 주요 장소를 살펴본 뒤에 하나를 정해 소개하는 글을 써보자고 했습니다. 경험을 떠올려 쓰도록 자신이 가본 곳에서 고르자고 했습니다.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경험이 별로 없어서 장소를 선택하기부터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해서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온다고 하는 아이, 인터넷에 나온 정보가 많아서 무엇을 적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써서 오히려 정리가 안 되기도 했습니다.
우선은 그곳에 가본 경험을 떠올려서 자신이 해본 것을 중심으로 쓰도록 했습니다. 1차로 쓴 글을 같이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추가할 수 있는 것과 수정해야 할 것을 그곳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불의 정원’을 조사한 아이는 친구들이 “저녁에 불멍 하기 좋아.” “불을 배경으로 꼭 사진을 찍어야 해.” “자전거도 탈 수 있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친구들이 쓴 글을 보며 자기 경험을 떠올려 “나도 해봤어.”라며 이야기했습니다. 말하면서 내용이 정리되기도 하고 사진을 보면서 정리되기도 했습니다. 주말에 가족과 ‘포스텍’에 직접 가서 학교 안에 있는 식물과 동물을 발견하고는 그 내용을 정리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고장으로 영역이 커지면서 경험의 격차가 클 수 있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적으로 경험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끝내기는 아쉬워서 지도를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하고 이 정보를 우리만 갖고 있지 말고 다른 학년에 알려서 QR코드로 사진을 받아보면 어떨지 물어봤습니다. 참여하는 사람에게 상품도 주고요. 우리가 만든 지도를 들고 1, 2, 4학년 반에 방문해서 우리가 왜 지도를 만들었는지, 지도를 어떻게 보면 되는지, 참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설명을 했습니다. 3학년 아이들은 방학 숙제로 한 군데 이상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방학 동안 포항을 떠나 다른 지역에 방문하는 아이들은 그 고장의 주요 장소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방학 후에 사진을 살펴보며 활동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여러 고장을 알고 배움의 공간을 지역으로 확장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들어가는 글_2022 새넷 여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