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Jul 29. 2022

티처뷰_거산초 조현민 선생님

조현민_거산초 교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국 새넷 선생님들께 선생님 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아산 거산초 교사 조현민입니다. 어린이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즐겁게 지내는 17년 차 평범한 초등교사입니다. 무엇이든 배우길 좋아해서 발령받은 해부터 동 학년 선생님들과 지역 모임에 공부하러 다녔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여러 선생님과 모여 공부하고 나누게 하는 힘이 된 것 같아요. 부끄럽게도 일머리 있다고 칭찬받으며 빨리 승진하려고 때마다 계획서, 보고서 쓰며 보낸 시절도 있었지만, 공부 모임에서 만난 좋은 선배, 동료 교사들을 만나 교사로서의 전환점을 가지게 되면서 이제는 수업에 몰입하며 사는 진짜 선생님이 되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어떤 전환점이 되었나요?

  저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교사였거든요. (웃음) 그래서 당연히 아이들도 잘 가르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열심히 가르치는 만큼 아이들은 잘 배우지 못 하더라구요. 그때는 아마도 어린이들이 아닌 제가 빛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나 봐요. 그러다가 발령받고 6년쯤 되었을 때 충남에 계신 김영주 교장 선생님을 만나면서 교사로서 첫 번째 전환점을 가지게 되었어요. 덕분에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어요. 물론 그쯤 아이를 낳게 되면서 마음가짐이 좀 달라지기도 했고요. 제가 근무하던 학교는 6학급 작은 시골 학교였는데 근무하던 선생님들이 모두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교사들이었어요. 다만 김영주 선생님의 철학과 가치관과는 전혀 달라서 각자 가는 길과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어요. 그 덕분에 교장 선생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교사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어린이들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더 잘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토론하고 공부하게 됐어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교사로 사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된 거죠. 저는 사실 엄청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그래서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순응하고 규칙 잘 지키는 것만이 미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교장 선생님을 통해 많은 선배 교사들의 치열한 교육 운동 이야기를 듣고서는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제 모습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제 마음이 변했어요. 자연스럽게 어린이들과 함께 수업을 사는 교사의 삶을 중심에 두고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그때 김영주 선생님과 모임을 꾸렸다고 들었는데 그 모임이 다른 연구 모임으로 연결되었나요?

  처음 시작은 아이들을 더 잘 배우게 하려고 교육과정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당시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유명했던 서종초의 사례도 듣고 남한산초의 교육과정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서길원 선생님을 비롯한 경기도에서 유명한 여러 선생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충남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 싶은 선생님들과 공부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충남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충남에서도 혁신학교가 정책적으로 시작되었고, 천안에 개교하는 학교가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습니다. 김영주 선생님을 주축으로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들 8명이 개교하는 학교에 모였어요. 누군가는 저희를 보고 “무슨 지하에서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처럼 비장해 보이더라.”고 하기도 했어요. (웃음) 그전에는 우리 교실을 잘 꾸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개교학교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교사로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했어요. 교실을 넘어 학교에서 철학을 함께 세우고 같은 지향점을 두고 교육과정의 내용과 방법을 채우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었습니다. 그때는 늘 머릿속이 학교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 같아요. 여느 혁신학교처럼 교육활동에 지지받으며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하기도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토론의 시간을 가지며 갈등이 있기도 했어요. 그 시간의 경험은 저를 교실 밖으로 나오게 했어요. 이후에 제법 큰 학교로 옮기게 되었는데 학년 교사 학습공동체를 연구실이 아닌 교실 나들이로 장소를 바꾸고 교실의 수업과 방법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제 교실과 수업 방법, 어린이들의 공책 쓰기 등 여러 가지에 관심을 보이시고 배우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생기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주변 선생님들의 교실 속 수업 방법 하나, 함께 고민해서 나누는 그림책 하나가 결국 학교를 바꿀 수 있는 교육 운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급의 마무리 잔치를 학교 전체에 초대장을 보내고 참여한 선생님들이 다음 학기에는 자기 교실을 열게 되었죠, 혁신학교가 별건가 이게 혁신학교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답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무슨 역할을 하시나요?

  지금 근무하는 거산초는 무척 오고 싶은 학교였어요. 충남 혁신학교의 전신이라고 이야기되는 학교예요. 훌륭한 선배 교사들이 근무하며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변화를 이루어 놓은 곳이에요. 예전에 저도 선진학교 방문으로 거산초에 와서 사례를 보고 가기도 했었죠. 어린이들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학교 철학, 학교의 환경을 그대로 품은 생태 수업,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하는 문학 수업, 전학 부모 지원단 활동 등 거산초에는 초창기 교육과정을 만들어나가며 지속적인 실천을 위한 시스템이 학교에 여전히 남아 있어 그 역할들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공립학교의 특징상 교사들의 전입, 전출이 반복되고 그런 과정에서 때로는 의미가 퇴색되기도 하고, 세월이 지난 만큼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서 발전하는 교육과정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함께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그 뜻을 같이하고 있고요. 그래서 함께 모여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주기적으로 만나 거산만의 철학을 잘 살리면서도 교육과정의 균형점을 찾고 시대를 반영하여 거산 학교 교육과정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마치 예전에 천안 차암초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자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해서 설레기도 하고 새롭게 다듬어질 학교 교육과정이 기대되기도 하고 그래요.



두 번째 전환점이네요!

  맞아요! 교사로서 두 번째 전환점을 맞이하고 거산초로 가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저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공부 모임을 해왔는데 모임을 통해 좋은 선배 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저는 인복이 참 많은 거 같아요. 김영주 선생님도 그렇지만 지금 함께 근무하는 박진환 선생님도 오랫동안 공부 모임을 통해 인연을 맺고 늘 저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시거든요. 그동안 학교에서든, 모임에서든 저를 만난 많은 선생님은 “잘하고 있다. 네가 제일 적임자다!”하시면서 늘 응원해주셨어요. 저는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일만 열심히 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박진환 선생님께서 어떤 교사로 살고 싶은지, 앞으로 교사로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저의 교육철학은 무엇이며 40대가 되면 어떤 교사가 되어있기를 원하는지에 갑자기 물어보시는 거예요. 순간 멍~ 해졌어요. ‘내가 그동안 무엇을 하려고 그렇게 달려왔나,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처음으로 저를 들여다보고 ‘나’에 대한 물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때 선생님께서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죠. 그래서 대학원에 가자고 결심했고, 지금은 그동안 해왔던 공부 모임도 하지만 방학이면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있어요. 지금은 제 안을 채워가는 이 시간이 좋아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어린이들과도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무언가 헛헛했던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 공허함을 차곡차곡 저로 채워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지난번 충남새넷에서 운영한 새넷학습터가 인상적이었어요. 새넷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시나요?

  새넷은 처음 단체가 충남에서 생겼을 때부터 회원이었어요. 회비를 내는 정도로만 참여하고 있었지만요. 운영진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사무국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제가 꾸리는 공부 모임이 많아서 주도적인 어떤 역할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충남새넷 정기총회에서 연수를 제안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었어요. 교육부 분과장을 맡게 되었죠. 충남새넷의 초창기 연수는 혁신학교를 궁금해하고 실천해보고 싶은 선생님들을 위한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어요. 반응도 아주 좋았죠.


  그런데 충남의 혁신학교도 8년의 2기를 마치고 3기에 접어드는데 새넷의 연수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선생님이 매년 참여하고 성장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연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어요. 새넷은 제가 하는 국어 교과 모임이나 발도르프 모임처럼 특정 주제가 있는 곳은 아니잖아요. 또 초중등 선생님이 같이 모여 있고요. 이런 특징을 가진 새넷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다가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우리가 늘 교실에서 수업으로 어린이들과 살면서 의식을 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이미 많은 교육사상가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본질을 잊고 화려한 활동만이 남은 건 아닌지 되돌아보기로 했어요.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고 있는가,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배웠고 얼마나 배웠는지 알고 있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생각했어요. 어린이들이 직접 활동하고 더 잘 배우게 하려고 선생님들이 모여 교육과정 재구성, 교육과정 재구조화를 하고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실천하게 되었잖아요. 그런데 들여다보면 성취기준 카드를 나열해 분류하는 과정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이 둔갑 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정작 각 교과 교육과정의 구체적인 지식은 공부하지 않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모순인 것 같기도 했고요. 모두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찾아보자 했어요. 본질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그 가운데서도 ‘듀이’는 많은 사상가에게 영감을 준 교육사상가이기도 하면서 모든 선생님이 들어보고 가깝게 느끼고 있는 교육사상가여서 만장일치로 듀이를 공부하게 되었어요.


공부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예전에 선생님들과 ‘민주주의와 교육’을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해되지 않는 용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무슨 뜻일까 추론하고 집중했다면 이번에 듀이의 교육 사상을 공부하면서는 공부의 방향과 내용을 잘 이끌어주시는 심성보 교수님과 함께해서 교육 사상을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단순히 책만 읽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맥락을 바탕으로 통찰력 있게 세상을 읽어 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코로나 상황이 갑자기 심각해지면서 학교 현장도 엄청 혼란스러웠잖아요. 다양한 온라인 수업과 디지털 기기들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채 되기도 전에 학교 현장에 쏟아지고 또, 바로 실시되었어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일 때 사상가들의 교육 사상은 중심을 잃지 않는 뿌리가 되는 것 같아요. 급작스럽게 변화가 일어나고, 지금처럼 SNS 등 넘쳐나는 정보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좌표가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결국 교사들이 이론적 실천가이자 실천적 이론가가 되어야 한다는 교수님 말씀이 그런 면에서 전 무척 와 닿았습니다. 듀이가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만나게 된다고 했잖아요. 그 경험이 재구성된다는 것은 민주주의 양식을 그냥 지식으로 알고 구조주의적으로 재구성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삶 자체가 민주적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 교육 현실도 코로나 이후 새로운 미래 교육에 대한 화두가 생겼잖아요. 그런데 정작 여기서 말하는 미래 교육에는 지금 우리의 현재에 발을 딛고 있나 하는 의문이 있어요. 100년이 넘는 시간을 관통한 이런 사상이 결국 그런 의문을 가지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우리가 각자 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철학을 실천하며 살아가면 결국 애쓰지 않아도 우리가 그리는 이상적인 그런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겠죠. 그게 민주시민이라고 한다면 입이나 머리로 말하는 민주시민이 아닌 진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겠죠.



학교에서 이 부분과 연결하여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있으신가요?

  연구한다기보다 금방 말씀드렸던 것처럼 머리로만 움직이는 교사가 아닌 저의 삶의 양식이 민주적으로 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조금씩 그런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예전에는 어린이들과 생활하면서 늘 정해진 규칙과 테두리를 벗어나는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쏠려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어린이들이 제가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수업의 방해꾼으로 여겨졌었나 봐요. 그때도 어린이들과 스스럼없이 잘 지내긴 했지만, 저의 관심은 모든 어린이가 반듯하게 활동을 잘 마무리하는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그때를 기억하면 우리 반 어린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 반 어린이 한 명 한 명을 봐요. 각자 모두 자기의 자리에서 빛을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각자의 속도와 빛이 나는 때는 다르겠지만요. 어린이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주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와의 관계가 좋아지고, 저는 어린이들의 말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되었죠, 예전에는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이라고 여겨졌던 어린이들의 행동이 지금은 모두 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어렵다고 여겨지는 학급의 어린이들을 맡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물론 부탁을 받기도 하고 제가 스스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올해 만난 우리 반 어린이들도 사실은 학교에서 모두가 어려워하는 학급이었어요. 1학년 때부터 다툼이 많고 흔히들 산만하다고 하는 어린이들이 많았고요. 여러 가지 감각적으로 예민한 어린이들도 있고 5학년임에도 2학년 3학년 수준의 학력인 학생들도 많아요. 그런데 제가 그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다들 걱정해주셨죠, 어린이들과 만난 첫날 저를 본 모든 학교의 선생님들이 “오늘 어땠어? 괜찮았어?”가 인사말이었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많이 걱정하시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하는 어린이들이 많긴 한데 특히 더 관심을 두어야 하는 어린이가 있어요. 작년에 옆 교실을 쓰면서 늘 그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교실 문을 부숴버릴 듯 여닫기를 반복하고 늘 친구들과 싸우고 욕하는 소리를 듣고 지냈거든요. 작년 담임선생님이 무척이나 인자한 분이셨는데도 그 아이의 학교생활 8~90%는 혼나거나 싸우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당연히 스스로 행동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서 늘 다른 사람을 탓하고 자기가 왜 그렇게 싸우고 욕할 수밖에 없는지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느라 바빴어요. 그런 아이에게 만나는 첫날 저의 진심을 전달했어요.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그 아이를 만나겠다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어요. 제가 그 아이에게 무척 좋아한다고 고백도 했죠. (웃음) 김소영 작가가 쓴 ‘어린이라는 세계’를 보면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하고, 그런 어린이는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데 익숙해지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기게 된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저는 그 아이가 저를 만나 정중한 대접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듀이가 말한 민주적인 삶의 양식 아니겠어요? 그 어린이에게 “선생님은 네가 좋아. 너를 존중하고 싶어. 작년처럼 친구들 앞에서 혼나거나, 분리되는 일이 올해는 없었으면 해.”라고 말했습니다. 둘 사이에 허용될 수 있는 일이 친구들 앞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다행히 진심이 잘 통한 것 같아요. 올해는 잘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아이인데 늘 그렇지 못했던 거죠. 그리고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주기도 하고 교실 생활에서 실천하기도 했어요. 급식을 먹고 식판을 검사하려는데 “선생님이 안 먹는 건 안 되지만 하나만이라도 먹으면 된다고 했죠? 그런데 내가 먹었는데 안 먹었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묻더라고요. 그래서 “너 그럼 안 먹었는데 나한테 먹었다고 할 거야?”라고 물었죠. “아니요.” “네가 먹었다고 하면 선생님은 너 믿을 거야.” “선생님, 저 믿어요?”라고 제가 한 말끝에 묻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저와의 관계가 더 단단해졌어요. 지금은 작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에요. 물론 때때로 작은 갈등을 보일 때도 있지만,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애를 씁니다. 문제행동 뒤에 가려진 이 아이의 진짜 모습을 저도 교실의 다른 친구들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게 되었어요. 김소영 작가의 말처럼 조금씩 점잖음과 정중함으로 관계의 양식을 쌓아가는 중이에요. 6학년 선생님은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시는 걸 보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매일 스쿨버스에서 내리면 제가 올 때까지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답니다.


와, 감동적이에요, 정말 눈물 나네요. 이렇게 공부가 삶이 된 선생님은 앞으로 선생님의 연구를 어떻게 확장하고 싶으세요?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기능으로만 많은 것을 배우려고 했어요. 배우고 그다음 날 바로 교실에서 실천하는 그런 교사였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늘 보이는 것만으로는 진짜 의미를 보지 못할 때가 많죠. 공부한 내용이 머리에만 남아 있지 않고, 스스로 성찰하고 마음이 움직여서 실천할 때 다르게 살게 되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특별한 이벤트 같은 수업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배워나갔으면 좋겠어요. 나와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이 그 일상을 통해서 배우고 진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배우다’의 어원이 물이 밴다고 할 때의 ‘배다’에서 나왔다고 해요. 물이 배면 빠지지 않는 것처럼 저와의 삶이 아이들의 몸에 배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저 역시 아이들을 애써 머리로 ‘이렇게 봐야지.’ 생각하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저에게도 일상이 되어 이미 어린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존중해 주고 있는 교사였으면 좋겠어요. 애쓰지 않아도 그렇게 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 어렵고 거창한 것 같지만 어쩌면 이미 우리 반 민우(가명)와 급식실에서 나눈 대화 속 이야기와 같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건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되기는 어려운 일이겠죠? 늘 공부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 될 거라고 봐요. 일상의 삶을 사는 방식을 배우는 곳이 학교여야 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여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질문으로 끝내려고 해요. 새넷 발전을 위한 제언이 있으시다면?

  전국이나 다른 지역의 사정은  모르지만 새로운학교네트워크라는 것이 새로운 학교 운동인 거잖아요. 충남 새넷의 연수를 기획할  들었던 생각처럼 다른 특정 교과나 철학을 공부하는 모임에 비해 새넷의 색깔이 뚜렷하지는 않은  같아요. 충남 지역 모임에서 새넷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적이 있었어요. 저는 새넷이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손에 닿고 요구에 부합하는 것을 배우는 현장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면서,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게 다른 모임에서는   없는 새넷이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면서 교육을 바꿔 나가는 정책을 제안할  있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해주면 좋겠어요.


2022 여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2 새넷 여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