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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Jul 25. 2022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이 책 한 권! / 박성만_안성대덕초등학교

  얼마  페이스북 친구로부터 기후 위기에 대해 강연을 하는데  학생이 “그렇다면 우리에게 ‘미래라는 것이 있을까요?”라는 말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염과 폭우 그리고 가뭄  극단적인 기상 이변 소식이 연일 들려 오다 보니 기후 위기에 점차 무감각해지던 나를 정신 번쩍 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레타 툰베리를 이야기하고 기후 위기를 이야기했지만, 그저 피상적인 관념으로만 이야기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호프 자런(Hope Jahren)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는 책을 소개받게 되었다.



  이 책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지구 환경에 관해 학생들에게 이미 일어난 일을 가르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50년간 우리가 먹고 자고 싸고 생활하면서 우리가 누려왔던 것들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우리가 생태 위기를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 어느 현실주의자의 넋두리 같은 책이다.


  생명, 식량, 에너지, 지구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중반이 넘어가도 기후 위기 얘기는 안 나오고 곡식 기르기, 가축 키우기, 물고기 잡기, 움직여 다니기, 우리가 돌리는 바퀴들 등 지구가 산업화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다가 4부 '지구'에서 그동안의 과다 소비로 인해 지구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다양한 주제들은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실로 연결이 되고 결국은 ‘달라진 지구를 위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각의 작은 주제별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을 지구 생태계와 촘촘하게 연결하여 읽기는 편하지만, 왠지 살짝살짝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룬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내용이 주는 중압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혼자 읽은 것도 좋지만 학생들과 동료들과 자연, 환경과 생태, 과학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글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더 깊이 있게 다가오겠다고 생각을 한다. 주제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축 키우기

  최근 몇몇 교육청을 중심으로 채식 급식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일부에서는 벌써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음식에 대한 선호도나 식성의 문제가 아니라 고기 대신 채식하면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와 비건(vegan)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개개인이 고기 섭취를 줄인다면 더 적은 양의 토지로 더 많은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류를 생산하려면 엄청난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육류 생산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양의 자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집중 투입되는 과정이라 하겠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담수의 30%는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의 생산과 사육, 도살에 쓰인다. 감금 상태에서 도축을 기다리는 250억 마리의 소와 돼지, 닭에게는 엄청난 양의 약이 투약된다. 1990년만 해도 미국에서 사용된 항생제의 3분의 2가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들에게 투여된 것이었다. (74쪽)


우리가 얼마 되지 않는 고기와 엄청난 양의 배설물은 얻느라 매년 곡물의 90%를 가축 사료로 적극 낭비하고 있으며, OECD 국가들이 매주 하루씩만 ‘고기 없는 날’을 정해 지킨다면, 올 한해 배곯는 사람들을 모두 먹일 수 있는 1억 2,000만 톤의 식량용 곡물이 여분으로 생기게 된다고 한다.


물고기 잡기
  양식장에 가둬놓고 키우는 연어 1㎏을 얻으려면 바다에 사는 작은 물고기 15㎏이 필요하다. 지금은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3분의 1가량이 분쇄되어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 멸치와 청어, 정어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인데 그 대부분은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중략) 먹이 물고기는 바다의 먹이사슬 가장 아래쪽에 자리하면서 돌고래, 바다사자, 혹등고래 등을 포함한 훨씬 카리스마 넘치는 바다생물의 안정적인 먹이 역할을 한다. 작은 물고기들이 점점 더 많이 양식장으로 향한다는 것은 바다에서 이런 생물들의 먹이가 점점 더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88~89쪽)
양식 이야기는 육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해서 장소만 바닷속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육류 생산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좁은 공간에 갇혀 짧은 삶을 살고 나서 우리 뱃살로 자리 잡는 대규모의 자원 유용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육류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물고기를 조금 덜 먹는다면 이는 그만큼 다른 누군가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된다. (89쪽)


모두 던져 버리기

  매년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필요로 하는 과일과 채소의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주문만 하면 지구 반대편 창고에서 24시간 안에 물건이 발송되는 시대에 식품들은 재분배될 수 없는 것인가?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수많은 음식물 쓰레기는 얼마나 많은 동식물을 사라지게 하였는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숫자 자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엄청난 양의 식품이 곯다가 썩어 가지만 그 이상의 문제가 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에는 엄청난 비극이 담겨 있다. 매일 거의 10억 명이 배를 곯는 동안 또 다른 10억 명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망쳐 버린다. 우리는 먹을 의도가 전혀 없는 음식에 숲과 깨끗한 물과 연료를 걸고 도박을 하는데, 매번 그 도박에서 지고 있다. 우리 입맛에 봉사하기 위해 이 지구에서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셀 수 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을 무의미하게 멸종시켜버렸다. (112쪽)     



따뜻해진 날씨

  우리나라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사과 같은 농특산물 주산지가 계속 북상하고 남부 지역의 아열대성 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한반도에서 현재 진행형인 기후변화를 증명한다. 이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어쩌면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진지한 데이터 연구 결과에 근거해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흉작 등 2도 기온 상승이 가져오는 모든 종류의 재앙을 예견했는데 이런 예측은 맞을 수도 있고 동시에 틀릴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재앙의 공포는 놀라울 정도인데,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예상은 더욱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190쪽)  



녹아내리는 빙하

  영국의 러프버러대학과 캐나다 워털루대학 등 연구진이 기후변화로 인해 동계올림픽과 겨울 스포츠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금세기 말에는 21개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삿포로 1곳만 남게 될 것으로 관측됐다. 캐나다 밴쿠버와 이탈리아 토리노, 한국 평창 같은 도시는 금세기 말까지 동계올림픽 개최지에서 배제되며, 그나마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2080년대에도 9개 도시에서 동계올림픽 개최가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 2월에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스노 건’이라 불리는 인공 강설기 300대를 이용,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100% 인공 눈에 의지해 대회를 치렀다. 2010년 밴쿠버는 올림픽 기간에 헬리콥터로 눈을 퍼 날랐고,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도 온화한 기온 탓에 비상용으로 겨울에 눈을 저장해둬야 했다.


  요즘 캐나다에서는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충분히 않아 웬만한 규모의 어린이 하키 리그 시즌을 운영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소년, 소녀들도 더 이상 동네 연못에서 하키를 즐기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네덜란드의 아이스스케이트 마라톤은 20년째 열지 못하고 있다. 너무 짧은 시기에, 너무 얇게 어는 얼음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지금 세대는 이전 세대가 소중하게 여겼던 경험을 이어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197쪽)


  부록 ‘지구의 풍요를 위하여’에서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생태계를 고려하며 살도록 돕는 조언이 제시되면서 우리가 삶을 더 폭넓은 전망과 더불어 새로이 계획하도록 돕는 ‘나의 가치관을 살펴본다, 정보를 모은다, 가치 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속한 기관을 나의 가치 체계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등의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많이 불편했다. 나의 배부름과 입맛을 위해, 나의 안락함과 건강을 위해, 나의 즐거움을 위해 무심히 행했던 수많은 일이 수도 없이 뇌리를 스쳐 갔다. 또 한편으론 조금이라도 희망을 찾아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은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너무 미약한 존재이며 우리는 우리보다 큰 나라들이 나설 때까지 행동을 유보해야 한다’라든가, ‘네가 하지 않는다면 나도 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며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툰베리한테만 기후 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내게 할 것인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후회해봤자 소용조차 없게 되지 않을까? ‘더 많이’, ‘더 빨리’ 보다는 지구를 위해 ‘더 적게’, ‘더 낫게’라는 생각으로 매사에 접근해야 우리가 그동안 망쳐놓은 지구를 조금이라도 위하는 일이 아닐까? 나 혼자는 70억 명 중 한 명일 뿐이지만 내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우리에겐 선택지가 있다. 집단행동이냐 집단자살이냐. 그것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2022 여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2 새넷 여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매거진의 이전글 '관찰'을 통해 배움의 주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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