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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되찾은 소년, 유전자 치료가 가져온 기적

치료법이 없다던 유전병을 치료하다

by 사람인척
실험적 유전자 치료 제이스 무어드필드 병원 0 9.png 제이스 [사진 = 필무어즈 병원]


어떤 부모에게든 아이의 첫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제이스의 부모에게는 그 소중한 순간이 오지 않았다.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나도 아기는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고, 결국 ‘레버 선천성 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 LCA)’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 병은 유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며, 치료법이 없습니다." 그 말은 부모에게 마치 한줄기 어둠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했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밤을 새워가며 관련 논문을 읽고, 같은 병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과 소통하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 줄기 빛과도 같은 기회를 발견했다. 영국 런던 무어필드 안과 병원에서 진행 중인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이었다.


실험적 유전자 치료 제이스 무어드필드 병원.png 제이스 [사진 = 필무어즈 병원]

유전자 치료, 운명을 바꾸다


이 치료법은 망막의 손상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아직 실험 단계였기에, 한쪽 눈만 치료를 시도해야 했다.


부모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침내 수술 당일, 제이스는 아기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부모는 그의 작은 손을 꼭 쥐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적을 기도했다.


수술 후 첫 한 달은 조심스러웠다. 부모는 혹여나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까,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지켜봤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스가 환한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밝은 빛을 인식한 것이다.


부모는 놀라움과 감동으로 눈물을 흘렸다. 이후 몇 주 동안 제이스는 눈으로 물건을 따라가며 반응하기 시작했고, TV 화면을 쳐다보기도 했다.


생전 처음으로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던 날, 엄마 DJ는 말할 수 없는 감격에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무어드 필드 병원.png 제이스와 그의 아빠 브렌던 [사진 = 필무어즈 병원]

희망이 된 실험, 그리고 미래


제이스의 사례를 포함해, 같은 치료를 받은 네 명의 어린이들은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에 발표되었다. 연구진은 이를 ‘어린이 실명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라 평가하며, 유전자 치료가 유전적 실명 치료에 큰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미셸 미카엘리데스 교수는 "이 치료는 단순한 시력 개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 자체를 바꾸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무어드필드 병원 3.png 제이스 [사진 = 필무어즈 병원]

물론 유전자 치료가 모든 시각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비용과 접근성 문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제이스의 부모는 말한다. "우리는 제이스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부모들에게도 희망이 있기를 바란다."


한 아이의 삶을 바꾼 이 치료법이 언젠가는 수많은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빛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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