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마녀 May 03. 2024

[더 토크뷰] 마크툽!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마케터

KLA 박정환 책임

스무 번째.  자아의 신화를 향하여


사람을 만날 때는 설렘과 기대감이 있잖아요.  전에 알지 못했던 사람을 만날 때면 그런 마음은 더욱 강해지죠.  어떤 사람일까? 어떤 느낌일까? 첫인상은 어떨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등등 그 사람을 만날 때까지 여러 생각에 휩싸여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건 여러 면에서 참 흥미로운 일이란 걸 매번 느낍니다.


[더 토크뷰]를 진행하면서 만남과 대화를 요청한 인터뷰이들은 정말이지 많은 설렘과 영감을 주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점차 만남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한도 끝도 없는 인물 상상을 하고는 혼자 떨려하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운 좋게 상상 그 이상의 만남을 이어가며 '기분 좋은 대화'와 '통찰 얻기' 역시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번 [더 토크뷰]도 만나기 전부터 그런 기대감을 잔뜩 안겨준 만남과 대화였습니다.


사실은 한 가지 고백하자면, 아주 사적인 목적 하나를 더 얹어 설렘 반, 기대 반을 안고 아인슈페너가 제법 맛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었는데요.  약속시간이 될 때까지는 그 목적을 잊지 않고 있었는데, 마케터의 이야기에 푹 빠지다 보니 그만 그 목적 하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답니다. 맛있는 아인슈페너를 마시는 것조차도요. 목적과 아인슈페너를 잊게 할 만큼 이야기보따리를 푼 주인공이 누구냐면요?


아, 그전에 마녀의 아주 사적이었던 목적은 많이 부끄러운데요. 바로 반도체 분야 주식에 관한 거였어요. 하하하. 요즘 대체 왜 마녀가 찜한 반도체 분야 종목만 맨날 파란불인 건지 묻고 싶었거든요. 하하하.  그런데 이 질문을 깜박했다는 것 아닙니까.... 눈물이 또르르륵... 마녀를 대화에 심취시킨 주인공을 지금 소개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B2C부터 B2B까지 경험한 운이 좋은 9년 차 마케터, 박정환입니다.  



마케터로서 운이 좋은 편이었나요?

- 처음부터 기를 쓰고 했다기보단 제품 마케터로 출발해서 디지털 마케팅, 이커머스 분야까지 경험하게 되었고, 지금은 반도체 장비 기업에서 B2B 마케팅까지 경험하고 있으니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를 쓰지 않았다는 말은, 처음에 마케터가 되려고 했던 건은 아니다?

- 네, 맞습니다.  원래는 국제통상 분야에서 무역을 하고 싶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제품 마케터가 하는 일이 무역인 줄 알고 지원을 했었습니다. 하하하.



어쿠야. 하하하. 글로벌 기업이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국내 기업이나 해외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무역을 한다고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하하하. 정말 운명의 착각이었네요.


무역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 맨 처음에는 아버지가 무역 회사를 하고 계셨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이후 교환 학생으로 해외를 다녀온 후에는 국제기구와 공공외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동아시아 재단에서 인턴 생활도 했고 수출입 은행에서 유상원조 (EDCF) 캠프도 참여도 해보고 글로벌 경험을 쌓으면서 영국 대학원 진학 준비도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든 일이 돈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비즈니스로 가야겠다, 무역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죠.



그랬는데, 마케팅으로 경력을 쌓고 있으시군요. 하하하. 어찌 된 일인가요?

- 첫 직장이었던 독일 가전 기업 밀레에서 제품 마케팅을 하는데, 가격, 유통 측면 등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이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이커머스 영역에서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을 하게 되었는데, 일이 흥미롭더군요.  생각해 보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 과정들이었는데, 힘들었지만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가면 뭔가 새로운 일, 새로운 팀이 생겨났거든요. 하하하

    

그래서 동료들이 "정환 씨가 오면 뭔가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네요"라고 말하기도 했었고요.  신입 시절부터 늘 혼자 부딪치며 하나하나 만들어 가며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5번 삽집할 것을 3번으로 줄이고 혼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습니다.  늘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줄일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하하하.  그렇게 재미를 느끼며 나만의 노하우를 쌓다 보니 마케팅 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경력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 말씀드렸듯이, 첫 직장은 독일 가전 기업 '밀레'였습니다.  제품 마케팅으로 시작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고요.   2016년 본사에서 리테일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자사몰을 구축하면서 디지털 마케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자사몰을 국내에 론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마케팅 자료들을 만들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채널 셋업, 그리고 온라인 세일즈 성과 등을 분석했어요.


이후 그룹세브(테팔)로 이직해 디지털 마케팅을 이어나갔고, B2B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차에 좋은 기회로 한국엡손으로 옮겨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글로벌 반도체 계측·검사장비 기업인 KLA에서 B2B만의 독특한 마케팅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자사몰 구축과 디지털 마케팅을 시작했으면 어려움이 많았었을 것 같은데요.  당시만 해도 성공한 디지털 마케팅 사례가 많았던 시기는 아니었던 걸로 생각해서요.

- B2C에서 자사몰 구축이 유행하면서 한창 생겨나던 시기이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데이터 흐름이나 트래픽이 많고 적음 등 온라인상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콘텐츠와 채널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또 마케팅 활동을 펼쳐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는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옴니채널 이야기가 나올 때여서 캠페인도 디지털 영역에서 진행했었는데, 브랜드 인지도 개선 및 매출 증가의 효과를 보면서 보람을 느꼈지요.  삽질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호기심과 재미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분석 툴이 아닌가 합니다.  주로 사용하셨던 툴과 또 그 툴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 저는 초창기부터 구글 애널리틱스를 위주로 사용했는데요.  이 툴 하나라도 잘만 쓸 수 있고, 또 맞춤화만 잘하면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툴의 사용보다도 데이터를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인데요.  디지털 마케팅에서 숫자만 보고 있으면 안 되고 그 숫자들, 즉 데이터를 어떻게 읽어낼 것이냐, 특히 데이터가 잡아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종합해서 진짜 온트랙(on-track)으로 가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감합니다.  다양한 툴을 다재다능하게 다루는 능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 마케팅에서 데이터를 보고 통찰하는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싶습니다.



결국, 소통



엡손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했다고 하셨는데, 그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브랜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가치나 철학 등을 우리가 소통하고자 하는 목표 고객에게 얼마나 쉬운 이야기로 예쁘게 잘 만들어서 전달하는가, 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이 잘 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 우선은 세일즈에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영업과 매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지요.  그다음은 일반 사람들이나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봤을 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때가 기업이 정체성을 갖는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성공 사례가 있을까요?

- 한국에서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일본 기업의 트렌드가 ESG가 뜰 때여서 이를 결합한 캠페인으로 '엡손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었죠.  많은 분들이 엡손의 '프린터' 기기를 대표 제품으로 알고 계신데, 그 외에도 프로젝터, 마이크로 디바이스, 로봇 등 B2C와 B2B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이 있습니다.  이 제품들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이 제품들을 쓰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통합적으로 설명을 하는 일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또 당시 '노노재팬'이라는 PR리스크 매니지먼트 이슈도 있었기에 방향성을 잡고 사회 기여에 대한 스토리를 푸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여 스토리를 당시 환경과 상황에 맞춰 풀어 나갔습니다.  초저온 코로나 백신 수송을 지원하는 엡손의 마이크로디바이스 기술, 환경을 위한 열 발생을 줄이는 히트프리(Heat-Free) 잉크젯 프린터 등을 내세우며 '디테일이 만드는 더 나은 내일: Details for Tomorrow' 캠페인을 진행했었습니다.  친환경 CSR 활동도 많이 하다 보니 언론 노출량도 상당했고 세일즈 목표 달성에도 기여를 했었습니다.


무엇보다 최종 사용자나 고객에게 메시지가 닿았다는 것이 중요한 성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B2C와 B2B 제품을 아우르고, 사회정서적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통합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성과까지 있었다니 성공 사례로 꼽을만하다 싶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고객과의 소통에서 큰 수확이 있었다 하겠지만, 그 이전에 내부 커뮤니케이션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 네, 맞습니다.  사업별로 다 다른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는데요.  당시 팀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사업부별 팀장 미팅, 각 부서의 니즈 파악, 친환경적인 요소에 제품의 기여 내용 등을 팀장님 및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하나의 콘셉트로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예산도 정말 컸거든요.  기획부터 예산 관리까지 동료들과 얘기도 정말 많이 하고 조율을 해나갔습니다.  그 덕에 당시 만들었던 슬로건이 시즌 2, 3로 이어지며 사용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역시 브랜딩이나 고객과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의사소통인 것 같습니다.  제대로 일하고, 일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내부 소통과 외부소통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가 없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혹시 '억지스럽다'라고 생각했던 사례는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 아, 예전에 진행했던 가전제품 PPL 사례가 떠오르긴 하네요.  한 유명 인사의 아내 분을 광고 모델로 섭외해 놓고 정작 메시지는 그 유명 인사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내보냈었는데, 의아했습니다.  우리만의 해학적인 요소는 아닌지, 과연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할지 의문이 든 것이었죠.  개인적으로 소비자는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결과 역시 좋지 못했기 때문에 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이후로 고객을 더 고려한 소통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광고 모델에 대한 배려도 효과도 다 놓친 것처럼 보이는 사례네요.  일을 하다 보면 해당 사례처럼 나의 가치관과 회사의 업무 방향성이 충돌할 때가 종종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럴 때 스스로 정리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이 아닐까 합니다만, 회사가 원하는 방향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제안하고 설득하는 편입니다.  가만히 혼자서 갈등을 겪는 것보다는 어쨌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기업의 제 상사께도 가장 고마운 부분이 바로 제 의견을 듣고 반영이 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제 정리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소통이네요. 하하하.  


B2C의 재미를 넘어 현재 반도체 장비 기업에서 B2B 마케팅을 하고 계신데요.  B2B 분야로 오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사실, 첫 직장에서 슬럼프가 왔었어요.  주니어임에도 많은 업무를 맡아하다 보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제대로 된 지침을 상대에게 주고 있는 게 맞나?' 등등 의구심이 계속 들었습니다.  또 제 스스로가 가전제품 마케팅에서 현타가 왔던 것 같습니다.  백화점에 가서 고객이 뭘 사는지, 요즘 드라마나 트렌드는 뭐고 뭘 봐야 하는지 빠르게 끊임없이 살펴야 하는 고충에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사장님께 솔직하게 상의도 하고 사장님께서 멘토처럼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잘 극복하며 지내긴 했지만,   그때 가전 말고 자동차나 화학, 반도체, 혹은 IT로 가서 언젠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B2B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한 채 이직을 몇 번 하는 과정에서 한국엡손의 B2B마케팅 경험을 거쳐 현재 기업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고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새롭게 마케팅을 발전시키고 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가능한 선에서 모두 경험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사회 초년 시절 품었던 반도체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하하.  



이야기를 들으니 책임님의 꿈은 모두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단 생각이 드네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저도 계속 꿈을 품고 기회를 잘 살려 현실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먼저라는 교훈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또 경험한 것이 있나요?

- 제가 밀레에 이어 테팔이란 가전 기업에만 있다 보니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서 회계 영역도 배우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MBA를 했습니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데, 그때는 그런 공부를 너무 심각하게 갈망해서 배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배운 지식들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되었나요?

- 거의 다 까먹었습니다. 하하하. 동기들만 남은 것 같습니다.  동기들에게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는데요. 결국 사람이 남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크게 공감합니다.  저 역시 자칭 프로 '배움러'인데요. 배운 것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에 대한 기억이 가장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 장비 기업의 마케팅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초반에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독특한지?

- 아무래도 B2C와는 확연히 다르고 또, 일반적인 B2B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도 다른 면이 많습니다.  반도체 산업 자체가 지정학적 리스크(risk)가 있고 국가 전략 기술 산업에 속하다 보니 정보의 흐름에 민감해야 하고, 또 게이트키핑(Gate Keeping) 역할이 큽니다.  기존에는 제가 대중적이고 다량의 정보 노출을 하는 마케팅을 했다면, 지금은 정보의 흐름과 취사선택에 보다 더 신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제약적인 것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묘미라 할 수 있죠.  


브랜드를 리스크로부터 보호하고 메시지도 잘 통제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특히 더 잘해야 합니다.  물론, 알려야 할 사항들은 소셜미디어 채널이나 웹사이트 콘텐츠 등의 디지털 노출과 기본적인 마케팅 활동들을 통해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직원 채용 브랜딩, 내부 커뮤니케이션, 한국 내 언론홍보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요.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소셜미디어와 박람회 등에서 알리고 있고, 국내 800여 명 규모의 직원들의 좋은 내부 소통을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부담감도 있지만, 그 일들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험을 하기도 해서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일이 주어지면 불평보다는 환경에 맞춰 잘 적응해 나가시는 듯합니다.  하루아침에 생겨난 노하우는 아닐 듯싶은데요.  9년 차 업력의 홍보마케터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 요령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일을 조직화하는 노하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 경우에는 처음에 손으로 그리고 정리하는 도식화를 하여 해야 할 일들을 맵핑(mapping)하고 전체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업무를 하기 위한 사람들과 일을 정리한 대로 접촉하면서 일을 처리해 나가는 편입니다.



조직화는 아날로그 방식이네요? 하하하. 저도 그런 편이라 반갑기도 하고요.

- 네 맞습니다. 하하하.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아직까지는 손으로 그리고 쓰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이란 게 뭘까요?

- 일이란 건 일을 하면서 제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사람한테서 얻는 것들이 있는데, 일을 하면서 잘 극복하고 성공하는 경우들을 보면서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 어떤 태도로 임해야겠다 등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마케팅이란?

- 제가 세상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  마케팅을 하다 보면 세상의 흐름에 대해 알아야 하고,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협업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관계에 대한 것도 배우고 함께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우게 됩니다.



나만의 '협업 정석' 같은 것이 있을까요?

-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서로의 니즈가 너무 다를 때는 미팅을 자주 하면서 대안을 많이 얘기합니다.   대척점에 있으면 중간 지점에 있는 걸 많이 생각하고 타협을 유도하죠.  조율의 묘미를 잘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율이 잘 안 될 때는?

- 상사분들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하하. 아무래도 제 힘만으로 역부족일 때는 상사분들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빠른 소통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하하하. 현명한 판단이라는 데 한 표입니다.


마케팅이란 일의 좋은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실패가 있더라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힘든 점은?

- 어쨌든 트렌드를 계속 좇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든 부분입니다.  계속 같은 것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B2B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산업 분야에 따라 전략상 제품이나 기업 마케팅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너무 크게 뭔가를 해야겠다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성취감도 들고 지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무실 안에 배너라든지 소셜 미디어에 어떤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거고요, 예전 기업에서 해본걸 현재 기업에 활용을 해봐도 좋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  현재 기업에서 사내 뉴스레터를 시작했는데, 직원분들의 피드백이 좋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무실들이 퍼져 있다 보니 하나의 회사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반도체 분야의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마케터로서 자긍심도 높고 국제 정세도 배울 수 있는 좋은 분야임을 전해드리고 싶고요.  또 그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도 많고 업무에 있어서 완벽성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 분야의 기술도 있어야 하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걸 깊이 있게 보는 사람들이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이해해야 메시지를 만들고 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당장의 목표는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이고, 또 얼마나 좋은 회사인지를 알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고요, 이후에는 전체 우리 브랜드를 가지고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반도체 분야의 홍보마케터들을 자주 만나는지? 만나면, 주로 하는 이야기가 있는지?

- 네, 가끔씩 네트워킹을 하고 있습니다.  업계 특성상 주의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홍보나 마케팅을 진행하는지 궁금증을 나누곤 합니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채널, 로컬 콘텐츠로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 등에 대한 조언 및 응원 등을 나누는 것이지요.



상상해 본 업무 아이디어가 있다면?

- 나이키 기업과의 콜라보.  우리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고객사에 들어가서 오랜 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스포츠 용품을 착용하고 러닝(running)을 하면서 웰빙(well-being)을 챙기는 직원분들의 모습-첨단 엔지니어들이 인정한 브랜드 나이키,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콜라보를 상상해 봤습니다. 하하하.



꿈을 계속 이루어 오셨으니, 그 상상도 언젠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꼭 기획해서 콜라보 진행을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가 있다면?

- 내부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다 보니 요즘 MZ세대의 경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기기들을 사용하고 또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등등.  아,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 최근에 축구에 빠지게 되었는데요.  주로 K리그를 보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팀워크에 대한 향수도 있고, 또  대리 만족을 느끼는 부분도 있어 즐기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이나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이란 책을 최근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상하이와 홍콩에 유대인들이 들어와서 발전시켰던 사업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데,  원래 있었던 곳을 떠나서 새로운 땅에서 유대인 제국을 건설하기까지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제가 국제 정세에 관심도 많고 상하이에 보스가 있고 홍콩에 자주 가고 하다 보니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책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로 인간의 내면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책 속에  '신의 뜻대로'라는 뜻을 가진 '마크툽'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즉 모든 일은 예정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심란할 때가 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이러려고 그랬나 보다'하며 넘길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한 후 그 결과는 신의 뜻에 맡겨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마크툽'과 비슷한 맥락인 듯싶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면 좋을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질 테고,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후회는 덜할 테니 결과의 스트레스에서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군요.  이 또한 마크툽! 이겠지요? 하하하.


5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 팀원들과 같이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 중이기를 바랍니다. 하하하.  14-15년 차 정도되면 마케팅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지리라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그 연차가 되면 누구나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인성, 태도, 그 연차에도 더 배우고 더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태도는 분명 차별화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제가 그 차별화된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나는 다 안다.  당신은 모르고'가 아니라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상대에게 더 배울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고 싶고, 또 알려주면 뺏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운만큼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믿고 잘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비운만큼 더 배울 수 있다', 정말 멋진 말이네요.  가끔은 '내 것을 너무 다 알려주나?' 이런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부끄러워집니다.  비운만큼 더 배울 수 있다는 자세로 저도 더 나눔을 실천해야겠습니다.


5년 후 정환이가 지금의 정환이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지금의 경험들은 남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니까, 또 항상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만 있는 게 아니니까 잘 배우고 잘 견디면서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  이 모든 것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밑거름이 될 거야."



'배운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많이 새긴 시간이었습니다.  일에서도 사람에게서도 끊임없이 배우려는 박정환 책임님에게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겸손하지만 자신 있게, 재미있게 일을 대하고 해내려는 책임님 덕분에 다시 한번 일을 대하는 능동적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노하우도 배운 것 같아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책임님은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배움의 노력으로 운이 작용하여 꿈꾸는 대로 현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박정환 책임님의 경험과 생각 나눔에 감사드립니다.




학창 시절 그런 친구가 있었나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시험도 잘 보고 성적도 잘 나오던 친구.  쉬는 시간에도 맨날 자거나 노는 것 같은데, '왜 공부를 잘하지? 머리가 비상한가? 아니면 낮엔 놀고 밤에 몰래 공부하나?'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만들었던 친구.  마녀는 그런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그들의 운이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나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삶을 살아가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꽁으로 생기는 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얻어진 결과가 어느 날 갑자기 꽁으로 생긴듯한 기분 탓이었을 뿐이라는 걸요.  학창 시절 운 좋고 머리 좋아 보이던 친구들의 노력이 마녀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없던 것이 아니었단 것을요.  억측과 상상이 난무했지만, 결론은 제각기 방식으로 열심히 공부를 했던 친구들이었던 것이죠.


아마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그 결과에 자신이 얼마나 기뻐할지 알았던 친구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할 맛이 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박정환 책임의 인생책, '연금술사'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인생을 살맛 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P31
.
.
.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 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P48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중에서


꿈이 실현되리라 믿으며 자신의 일의 맛을 알아가는 것.  그 맛을 알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차곡차곡 쌓아 올린 최선이 현재의 나를 만들고, 또 내일의 나를 만들 거란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구는 아는 대로 꿈을 좇아 최선을 다하고, 누구는 그렇게 하지 않죠.  그래서 누구는 자신의 꿈대로 이루어 인생 살맛을 느끼고, 누구는 현실만 탓하며 제자리에 머물곤 합니다.


마녀는 후자 쪽으로 기울어질 때가 많아 늘 반성을 하는 편인데, 박정환 책임은 자아의 신화를 향하여 꿈을 좇아 이루어 나가는 사람이라 여겨집니다.  주어진 환경을 바라는 대로 보고 바꾸려 노력하며, 그 어려운 과정에서 불평보다는 사람으로부터 일로부터 배우고, 자기 자신을 더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니 운이 그의 편이 되지 않을 수가 없겠단 생각이 듭니다.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사람.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P73
.
.
.
.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142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중에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싶지만 박정환 책임이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점은 평범하고 기본적인 것,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잊는 것들이 비법 아닌 비법이었습니다. 아랍어인 마크툽은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뜻으로 '이미 그렇게 하게 되어 있다.' '신의 뜻대로'란 의미로 사용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가야 할 길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아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지 알게 될 테지요. 그러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도록 신이 돕는다는 뜻이 아닐런지요? 신이, 온 우주가 도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말을 실천하는 사람일 겁니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그러니 지금 막막함에 놓인 홍보마케터가 있다면 박정환 책임처럼 실행하고, "마크툽!!!"하고 외쳐보면 어떨까요?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 그리고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며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 시즌 2]

열아홉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마케팅 문해력왕
열여덟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날개를 준비하는 사람
열일곱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위풍당당 마케터
열여섯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나의 꿈이 너의 꿈을 빛나게
열다섯 번째. [더 토크뷰_피플팀 편]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세계
열네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가짜 일ㆍ진짜 일ㆍ대표의 일
열세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잇프피 마케터의 불편한 마케팅
열두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시를 사랑한 청년 CEO-파트 1
               [더 토크뷰_CEO 편] 시를 사랑한 청년 CEO-파트 2
열한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서울 강남에 외국계 기업 다니는 마케터 전 과장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미디어 Q] 기자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