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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Oct 12. 2023

서울 강남에 외국계 기업 다니는 마케터 전 과장 이야기

[더 토크뷰_마케터 편] 한국레노버 전지수 과장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와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열한 번째.  건강한 마케터에 건강한 마케팅이 깃든다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능력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설립합니다.

- 피에트 몬드리안


오늘은 선수를 만났습니다.  이 선수는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서도 몇 차례 주고받은 짧은 이메일에서도 일에 몰두해 있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는데요.  어떤 사람일까? 어떤 마케터일까? 왠지 모르게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질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솔직히 살짝 경계심을 품고 만나러 갔는데요.  약속 장소에 도착을 하니, 약속 장소가 사라진 거예요.



약속한 위치에 도착해 어디를 살펴봐도 만나기로 한 장소가 없는 거예요.  '오잉?'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당황한 사이 인터뷰할 마케터에게 도착 문자가 왔어요.  시원한 커피 괜찮냐고.  어머나 친절도 하셔라, 하고 빛의 속도로 스쳐 지나간 생각 끝에 전화를 했어요.  어디 계세요? 거긴 어딘가요? 하하하.


마녀가 지도를 확인하지 않고 지레짐작 아는 곳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장소로 갔던 건데요.  경계심이 이런 불상사를 일으켰나 싶어 걸음을 재촉해 약속 장소로 갔어요.   다행히 멀지 않은 근처였지요.  그러게 왜 경계심을 품었냐고요? 마녀는 가끔 무섭거든요. 하하하.  마케터가 까칠하게 인터뷰하면 어쩌나 싶은.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은 진심 콩닥콩닥이었어요.  경계심에다 인터뷰이(interviewee) 보다 늦게 도착을 하게 되었으니 콩닥 일수 밖에요.  헐레벌떡 찾아간 조용한 카페에는 떠올렸던 이미지의 그녀는 없었어요.  열심히 뭔가에 몰두해 있는 저 여인이 그녀인가? 생각하는 찰나에 그녀와 눈이 딱 마주쳤지요.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사이 벌써 경계가 풀리고,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역시 사람은 보고 겪어보지 않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집중한 모습에서 열정적으로 대화하는 모습까지 역동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는 내내 놀랍고, 뜻밖의 얘기에 웃음이 몇 번이나 터졌는지 모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죠.  그녀는 선수였어요.  마케팅은 말할 것도 없고 이야기 선수, 열정 선수, 운동 선... 아... 아니 체력 선수, 하하하, 뭐든 열심히 한다고 한 그녀의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지요.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말처럼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능력으로 새로운 미(美)를 창조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체력은 마케팅력


전지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 열정적이고 체력이 좋은,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 말을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거든요.


요즘 말하는 갓생을 사는 사람인가요?

- 갓생은 자기만의 목표가 있어서 열심히 사는 거라면, 저는 체력이 좋아서 뭐든지 다 열심히 하며 사는 것 같아요. 하하하.


체력이 좋은가요?

- 네.  선천적으로 좋은 체력에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보강하고 있어요.  운동 신경도 좋은 편이라 테니스 수업도 받고 있습니다.


테니스 수업까지.  예상외의 체력인을 만났네요.  체력이 좋으면 뭐든 다 열심히 하게 될까요? 하하하. 그렇다면 저도 체력을 좀 길러야겠네요.  

- 네, 운동을 적극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스스로 열심히 산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자신감이 부러운데요?

-  타인의 피드백도 그렇고, 제가 생각해도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하하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많아서 마케팅 강연에도 다니고, 스터디도 하고, 학원도 활발히 다니고 있어요.  HR부서에서도 이런 저의 모습을 좋게 평가해서 '베스트 워킹맘'으로 선정하기도 했는데, 감사하고 뿌듯했습니다.



아, 정말 듣기만 해도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삶을 사는 과장님이 마케팅에 어떻게 입문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전공을 했나요?

- 아닙니다.  대학 때 전공은 헝가리어과였고, 국제개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서 일본에 있는 국제개발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습니다.  졸업 후 NGO에 취직을 하려 했는데 안 받아주시더라고요. 하하하


마침 IBM에서 B2B 디지털마케팅 팀의 구성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했어요. 운 좋게 채용이 되어 중국에서 2년 반정도 정말 즐겁게 일했어요.  그 와중에 NGO인 '옥스팜코리아'가 생긴다고 해서 한국에 들어와 면접을 봤고, 드디어 바랐던 NGO에서 일을 하게 되었죠.  3년간 옥스팜코리아, 이후 유니세프에서 1년간 디지털마케팅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레노버로 옮겨 디지털마케팅을 계속하고 계신 거군요.

- 네, 맞습니다.  현재 B2B, B2C, 학생 스토어까지 한국레노버에서 이커머스 닷컴 부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흥미가 진진해지는데요. 하하하.  NGO와 상업적 기업의 마케팅을 다 경험해 봤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마케팅이란 큰 틀 안에서 보면 사실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각각의 목표를 위해서 비슷한 프로세스로 일을 진행한다고 보거든요.  다만, 일하는 사람들의 사명감과 콘텐츠가 다를 뿐이죠.  NGO의 경우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해당 분야를 선택해서 오는 분들이 계세요.  참 대단한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직전에 다녔던 유니세프를 생각하면 많이 아시겠지만, 유명인들과 함께하는 콘텐츠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지금은 기업 대 기업으로 사람을 만나 파트너를 찾고,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 발굴 같은 협업을 모색하고 있죠.


이렇게 개인을 대상으로 하냐 기업을 대상으로 하냐 차이가 있을 수 있겠는데요.  B2B와 B2C처럼요.  그런 기준에서 보면 개인을 대상으로 할 때가 더 역동적이라 재미도 있지만 더 힘들고 업무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매출이 마케팅과 직결되는 데다, 상품이나 콘텐츠의 소재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대응해야 할 업무의 양과 속도가 조금 더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


관점에 따라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겠네요.  요즘처럼 맞춤화나 개인화가 가속화될 때는 개인 고객 대상의 마케터의 고민도 가속화될 것 같긴 합니다.   기업 대 기업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가요? 사람을 만난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해요.  중국에서 근무할 때도 중국어를 배워가며 퇴근 후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기업의 계신 분들을 만나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듣는 게 좋아요.  분야가 다르든 같든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위로-이럴 수도 있구나 내지는 똑같구나-도 되고 새로운 친구가 생긴 느낌도 듭니다.


외부 기업에 협업을 제안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 외부기업의 KPI를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 포함하려고 해요. 그리고  협업을 통해 극대화될 수 있는 양사 이익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안에 녹여 전달하려고 해요.


협업 제안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요?  

-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제안 요청이에요.  그리고 실무에 바쁜 현업자들이라 제안을 놓치거나 승인에 어려움이 있다는 부분을 이해하여 최대한 파트너사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레노버 측에서 준비하는 부분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서 제안합니다.



마케터는 마케팅으로 빛난다



성격이 다른 분야를 거쳐 디지털 마케팅을 해오고 계신데, 디지털마케팅이란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측정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케팅 기법이죠.  과거 전통적 방식의 마케팅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바로 측정이 어렵던 것들이 디지털화를 통해서 직관적으로 측정하고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모객 홍보, 브랜드 인지도 등등 여전히 측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실행 결과를 바로 확인해 고객 여정에서 최적화할 수 있는 부분을 도출하고 공략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마케팅의 재미라고 한다면?

- 디지털마케팅 툴(tool)이 많은데, 분석 툴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또 계속 새로운 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왓슨 애널리틱스, 태블로, IBM의 코어매트릭스(Coremetrics), 데이토라마, 마케토, 앰플리튜드, GA, 핫자(Hotjar), 어도비 분석 툴 등 다양한 데이터분석 툴들을 잘 알게 되니까 로직이 비슷해서 새로운 툴에 대한 어려움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해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마케팅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 경쟁사부터 이커머스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해서 어떤 마케팅을 하고 있나 살펴보고요.  그리고 소셜미디어나 마케팅 트렌드를 보고, 강연과 세미나에서 힌트를 얻어오기도 해요.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어오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딱 한 가지만 얻어오겠다는 마음으로 행사에 가서 힌트를 얻곤 합니다.


그동안 마케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 옥스팜이나 유니세프에서는 빈곤 퇴치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서 비록 빈곤 현장에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이 일을 함으로써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릴 수 있겠다는 보람을 매일매일 느끼며 일했어요.  굿즈 캠페인 담당자로 전환율이 잘 나왔을 때,  옥스팜에서 대학생들을 선발해 함께 활동하며 교육을 한 후, 그들이 진짜 활동가로 성장했을 때... 그럴 때 보람이 있었죠.


IBM에서는 이커머스 담당자로 리테일 매거진(retail magazine)을 발행했었는데, 리드젠(Lead Generation)이 잘 나왔을 때 보람이 있었고요.


성과가 잘 나올 때 보람을 느끼는 건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 같아요.  

'내가 잘하고 있구나'하는 나만의 척도나 지표가 있을까요?

-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일이 하나 있어요.  새로운 데이터 분석 툴이 나왔을 때 먼저 습득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줄 때가 있어요.  처음에 디지털 분석에 대해 10명이 알려 달라고 와서 알려주면, 9명은 까먹거나 덮어 버리고 1명 정도가 찾아와서 계속 공부를 하는데요.  그 한 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내가 잘했구나' 싶어요.


학원에서 가르치는 마케팅 데이터 분석은 기초를 알려주기 때문에 실무에서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실무 수준에서 현재 돌아가는 데이터를 보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에요.  저와 학습한 사람 중에 한 명은 유명 기업의 디지털마케팅 팀에 입사를 하기도 했어요.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지금도 사내

사원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데이터 분석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후배 양성까지.  멋진 일을,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일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겠죠?

- 개인적으로 디지털마케팅은 온라인 세일즈 측면이 강해요.  측정이 용이하다 보니 매일 성과에 대한 쪼임이 있어요.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 업무뿐만 아니라 심적 부담도 커지죠.  제 경우에는 예전 기업에서는 리드젠이 성과 목표였다면, 현재는 리드젠뿐만 아니라 매출에 대한 책임도 지고 있어요.  제품 프로모션을 2주 단위로 변경해야 하니까 패턴이 빠른데,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를 해나가야 하니 긴장의 연속이라고나 할까요.


스트레스 강도가 꽤 셀 것 같은데, 어떠세요? 업무가 본인과 맞나요?

- 네, 스트레스 수준이 높지만, 매출까지 책임진다는 면에서 오너십(ownership)도 생기고 관리해야 할 것들도 많고 익사이팅(exciting) 한 게 좋아요.  제 성향과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스트레스는 풀어야 할 텐데요, 업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 매일 아침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샤워한 후 출근을 하는데, 그러면 힘이 불끈 솟아 정말 좋아요. 한 번은 제가 다쳐서 다리에 깁스를 한 적이 있는데 너무 우울했어요.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한 달을 쉬니 얼마나 우울했겠어요. 하하하.


강철 마케터인가요? 마케터 (연예인) 김종국? 에너자이저? 뭐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데요. 하하하.  오늘 제가 정말 심신이 건강한 분을 만난 것 같습니다.

- 김종국 님이요? 하하하. 못 따라 가요.


직장인이 운동하면 좋은 점이 뭔지 추천해 주세요.

- '우울할 때는 뛰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운동을 하면 세포가 돌면서 뇌에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라고 시킨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운동을 하면 뇌가 '이 사람은 뭔가를 하고 있어, 살아 있어, 그러니 힘을 만들어' 이런 식으로 명령을 해서 호르몬이 나와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이죠.  확인해 보셔야겠지만, 저는 제 경험을 보면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운동을 하면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앞으로도 디지털마케팅을 계속할 건가요?

- 네, 하되 확장을 하고 싶어요.  정량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마케팅은 금방 흥미를 잃을 것 같아서 영역을 넓히고 싶어요.  채널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도 해보고 싶고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것도 좋아해서 오프라인 마케팅으로도 확장해서 마케팅 전반에 대한 뷰(view)를 갖추고 싶습니다.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으세요?

- 뚜렷한 목표를 달성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어요.


목표 달성이 안되면 안 되나요?

- 달성이 안되더라도 교훈이 있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목표가 달성이 돼야 동기부여가 돼요.  달성하기 힘든 목표라는 걸 알 때도 달성이 안되면 자존감이 떨어지더라고요.  목표 달성이 되어야 저의 정신 건강에 좋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제가 뻔한 건 싫어해서 기회가 되면 새로운 산업군으로 확장해서 전략과 광고 툴을 경험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어요. 새로운 경험과 역량 확장을 통해 또 다른 산업군에서 새로운 접근으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해외에서 첫 직장을 다녀서 그런지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해외에서 일하면 좋은 점이 있나요?

-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아는 사람 없이 낯선 환경에서 일한 다는 것이요.  특히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면 그 경험이 하나의 살이 되어 재미있는 삶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 도전과 모험 정신도 있는 분이군요.  양파 껍질을 벗기는 기분입니다. 하하하.


국내에서 외국계 기업의 마케터가 되고 싶은 분들도 있을 텐데요.  경험에 비추어 외국계 기업의 마케터에게 필요한 능력이나 역량이 있다면?

- 아무래도 90% 정도 영어를 쓰니까 이메일 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고요.  국내 기업과 달리 외국계 기업은 보고 체계가 길고 복잡한 편이에요.  다른 국가의 의사결정권자들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데 지치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 좋은 점은?

- 조직 문화가 덜 수직적이다?


반대로 아쉬운 점은?

- 음... 야근을 지향하지는 않지만, 하게 되면 야근 수당이 없다? 하하하.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험 상은 그래요.


다른 마케터들을 만나 함께 얘기해 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 마케팅 툴, 예산이나 함께 일하는 에이전시 등을 공유받고 싶어요. 하하하.


오직 일 생각만 하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인터뷰 내내 드는 생각이 이 분도 워커홀릭이구나 싶어서 묻고 싶습니다.  과장님은 왜 일하나요?

- 워커홀릭은 아닌데… 하하하.  우선은 돈도 벌고 제가 목표로 한 곳에 더 빨리 가고 싶어서요.  저는 장차 외국계 기업의 지사장을 하고 싶어요.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보려고요.


와우, 구체적으로 경력 상 목표를 얘기해 주시는 분이 많지 않았는데, 듣기 좋은데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 멋져요.  이럴 때 응원을 안 하면 이상한 거겠죠? 지사장이 꼭 되실 겁니다!  지사장이 되면 그때 꼭 다시 한번 인터뷰에 응해 주세요.

- 감사해요.  그런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일을 하다 지치고 힘들 때 자신을 응원하는 말이나 방법이 있을까요?

-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하고 다시 정신을 잡는 편이고, 마라톤이나 재미있는 교육 신청할 거 없나 웹서핑하며 돌아다닙니다.


지칠 때 오히려 더 바지런하게 움직인다니... 정말 부지런함, 열심의 끝판왕이네요.  오늘 제가 얘기를 들으면서 붙여야 할 별칭이 너무 많습니다.  

- 제가 생각이 나면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실행력이 좋아서. 하하하.  우선 해보고 판단하는 편인데, 이 점이 강점이자 때로는 부족한 점이기도 해요.  행동력이 좋은 반면에 신중하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부족함 점을 잘 채워 나가면서 재미있는 삶을 잘 살아가실 것 같아요. 이미 들은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요.


5년 후 전지수가 지금의 전지수에게 해줄 말이 있을 것 같나요?

- 조급해하지 마라.  더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불안해서 항상 조급해하고 쫓기는 느낌을 받는데 그러지 마.  조급해한다고 당장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자신을 압박하지 않았으면 해.


그리고 아이 교육에 많이 신경이 쓰이겠지만, 더 많이 함께 놀아줘~~


미래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꼭 그렇게 해야 할 일이지 않나 싶네요.  들은 얘기만으로 충분히 멋지게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시길 바라고 아이와도 더 많이 놀아주는 전지수 과장님이 되시길 바랄게요!


지금까지 서울 강남에 외국계 기업 다니는 전지수 과장과의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끄럽지만, 마녀는 일을 하면서 큰 목표를 가진 적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까, 새로운 것은 없을까, 일에 대한 접근 방식, 일 자체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찾아보고 노력했지만 정작 마녀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어느 길로 계속 가야 맞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어요. 사실 안 했죠.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른 탓에 일 자체에만 몰입하다 못해 매몰되어 버린 거예요.  그러다 방향도 잃고 번아웃도 와버렸... 던 아픈 기억이...



전지수 과장처럼 자기 일에 열정적이면서도 자신이 나아갈 길을 뚜렷하게 알고, 목표로 한 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의미를 담아 발을 떼고 있는 분들을 만날 때면 멋지고 부럽고 응원하고 싶어 집니다.  제가 하지 못했던 큰 목표를 품고 최선을 다하는 마케터가, 동료들이, 후배들이 많아지길 바라면서요.


특히, 많은 마케터들이 자신의 경력의 끝을 정해 놓지 않고 크게 꿈을 펼쳐 보면 좋겠어요.  어른들에게 흔히 '꿈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꿈?' '글쎄...' '이제 와서 무슨...' '이 나이에 무슨....' 등의 대답을 들을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마녀도 예외가 아니었죠.  지금도 조직에 있었을 때 제일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마케터로서 큰 꿈을 품지 못했다는 거예요.


물론, 큰 꿈을 품지 않아도 마케팅은 할 수 있고 삶도 살아질 테지만, 목표를 가지면 적어도 지칠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 믿어요.  고되었던 만큼 단 열매도 윤기가 촤~르르륵 흐를 테고요.  


마케터는 마케팅으로 빛이 납니다.  그리고 마케팅은 마케터로 더 빛이 날 겁니다.  어떤 마케터가 어떤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빛의 차이가 아주 크게 말이죠.


그러려면 체력은 필수겠죠?! 우리 오래~오래~가야죠.  조직에서든 개인의 영역에서든!


조원재 님의 책, <삶은 예술로 빛난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과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자신이 꿈꾸는 경지를 향해 자신만의 훈련을 거듭하는 선수에게서 예술을 본다. 남들도 다 하는 일이기에 평범한 것이며 무가치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 그 일에서 자기만의 의미를 발견하고 일관되게 추구해 가는 친구에게서 예술을 본다.
.
.
.
자신만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존재 자체가 예술이며, 그는 자기만의 예술을 현실의 삶에서 실현해 가고 있는 것이다.

- 책, <삶은 예술로 빛난다> 중에서


마녀는 마케팅의 길을, 자신의 삶을 반짝반짝하게 갈고닦고 있는 전지수 마케터에게서 예술을 보았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살짝~쿵 설레더군요.  갑자기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숨쉬기 운동 말고 동네 한 바퀴라도 뛰어야겠다는 마음의 차오름 때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이번 글 제목은 책,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활용했습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
첫 번째. 개발자가 마케터를 만났을 때 
L [기고]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법 _이준하 수석
두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어쩌다 마케팅
세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네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4P 사용 종결자
다섯 번째. [더 토크뷰_개발자 편] #개발자에 진심인 편
여섯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B2B에서 보란 듯이 마케터
일곱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여덟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더 잘될 수밖에 없는 마케터
아홉 번째. [더 토크뷰_홍보인 편] 관계력의 여왕
열 번째. [더 토크뷰_기획자 편] 그래도 기획, 결국 기획자

* 상단 이미지 출처: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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