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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Oct 19. 2023

[기고] 어느 날 내 책상 위로 마케팅이 떨어졌다

NHN 클라우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 김우영 선임

본 글은 [더 토크뷰]의 여덟 번째 주인공인 NHN 클라우드 김우영 선임이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어느 날 어쩌다 마케터가 되어 오늘도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 중인 분들께 전하는 '함께 이 일을 멋지게 해내자'는 응원이자 공감의 글입니다.  

김우영 선임께 감사드립니다.

※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B2B 홍보마케터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많은 홍보마케터의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떨어진 새로운 업무에 대처하는 방법


종종 사람들이 저에게 질문합니다. “어떻게 마케터가 되셨어요?” 그러면 저는 굉장히 멋쩍은 얼굴로 “어쩌다 보니…”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저는 사업 기획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원래부터 기획 쪽에 관심이 많았고, 기획이나 컨설팅으로 진로를 생각했어요. 애초부터 마케팅은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별다른 흥미도 없었고요.


어느 날, 회사에서 홍보마케팅을 담당하시던 분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리곤 그 담당자가 저에게 와서는 “그때 나랑 기자 만나본 적 있지? 이제 우영 대리가 홍보 마케팅 담당하면 되겠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날부터 20년 차 IT기업의 홍보마케팅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홀로.


하루아침에 다른 직무라니,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일은 제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원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저처럼 어쩌다 보니 회사에 공석이 생겨 직무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특히 주니어 때는 특정 분야에서 아직 본인의 성과가 뚜렷하게 나오기 어려울 때라서 그럴 확률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의 변경은 초반에 굉장한 혼란을 안겨줍니다.  게다가 저는 팀이 아니라 혼자서 홍보, 마케팅이라는 두 가지 업무를 갑자기 담당하게 되어 더 엄청난 당혹감을 겪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회사를 그만둘 작정이 아니라면 해내야 하잖아요.  저는 꼬마 기획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어쩌다 홍보마케터가 되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8년 차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홍보와 마케팅을 내 일로 삼아보자 마음먹은 덕분입니다.


저처럼 난데없이 새로운 직무를 맡았지만, 그 일을 잘 해내고 싶은 홍보마케터와 다른 열정 가득한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가 어떻게 무사히(?) 직무 전환에 성공했는지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는 법'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당혹감은 빨리 접어둘수록 좋습니다.



새로운 직무에 당황하지 않고 잘 적응하려면


1.  새로 맡게 된 업무의 범위와 내 역할을 정리한다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면 가장 먼저 내가 담당할 업무를 정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팀으로 이동했다면 팀장 등 업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내가 할 업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혼자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었다면 인수인계 자료나 이전 담당자의 업무 폴더를 보면서 내가 앞으로 무슨 업무를 해야 하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첫 단계입니다.


저는 당시 상황 상 인수인계는 받지 못하고 이전 담당자의 업무 자료들만 넘겨받았었는데요, 전달받은 자료들을 폴더(프로젝트) 단위로 보면서 제 나름의 기준으로 비슷한 업무를 묶어 업무를 파악했었습니다. 그중 일정 기간 동안 반복되는 업무와 일시적인 업무들을 구분해 보고, 업무 내용에 다른 부서와 공유한 흔적이 있으면 대략적으로 이 업무는 누군가와 협업을 해야 하는구나, 하는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다행히 큰 틀에서 업무를 이해하는데 훨씬 수월했습니다.  이렇게 업무를 큰 단위로 파악하고 난 후에는 각 프로젝트의 기획안이나 제안서를 보며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상상해 보면 좋습니다.  저는 알려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유추를 했었는데요, 물어볼 사람이 있다면 물어보고 본인이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을 파악해 두는 것이 유익합니다.


2.  당장 큰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행해 본다


대략적으로 내가 앞으로 할 업무를 파악했다면, 주변의 큰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실행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일에 빠르게 적응하려면 실제로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감을 익히는 겁니다.  저는 마케터로 직무 전환이 되면서 기업 홍보 업무도 함께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가장 먼저 했던 업무가 담당 기자에게 전화 돌리기였습니다.


기자 명단 목록에 있는 기자들에게 한 명 한 명 전화하면서 홍보 담당자가 변경되었음을 알리고, 기자 미팅을 잡았습니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정말 덜덜 떨면서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당시에 제가 별다른 스킬 없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전화하는 일뿐이라서 일단 전화하고 만나보자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했지요.


하지만, 그때는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해보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던 터라, 일단 뭐라도 해보자,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만나서 말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언론홍보 업무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시작을 하게 나면 연계되는 다른 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자 미팅을 하려면 회사의 돌아가는 일을 알아야 합니다.


그 안에서 언론에서 관심 가질만한 아이템을 찾아내어 다양한 콘텐츠로 만듭니다.  보도자료를 쓰고, 블로그에 포스팅도 하고, 당시 저는 어느새 뉴스레터까지 만들고 있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먼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들면 이후 업무는 처음보다 더 빠르게 익숙해진다는 것을 그때 경험으로 터득했습니다.


3.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일단 주변을 살펴 자신에게 업무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청할 것을 권합니다.  굳이 마케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 업무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이전 담당자는 어떻게 업무를 했고, 소통은 어떻게 했는지, 내가 뭘 더 신경 써야 하는지, 이 업무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날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은 접어두고 일단 여기저기 도움을 구하세요.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어떤 계기로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도움을 청해 보세요.  경계를 두지만 않는다면 잘 알려주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작성법을 배웠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모르니 알려주세요’라는 자세로 기자 미팅에 임했습니다.  새내기라 그랬는지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도와주셨습니다.


마케팅도 다른 회사의 시니어 마케터, 저와 연차가 비슷한 마케터를 구분 없이 열심히 찾아가 귀찮게 해 가면서 업무를 배웠습니다. 온라인 오픈채팅방, 커뮤니티에도 수없이 질문을 남겼습니다.  혼자서 업무를 하다 보면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 주변의 유사한 직종의 사람들과 내 고민을 나누고 시도하다 보면 어느 날부터는 확신이 생깁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어디에든 물어보세요.


4.  이 일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고민해 본다


내가 하는 업무에서 어떤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케팅은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주니어 연차인 경우에는 여러 가지 업무를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첫 몇 년 간은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하다 보면 전문성을 쌓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업무의 폭이 넓다 보니 내가 어떤 영역의 마케팅을 할 때 즐거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만일 처음부터 한 가지 업무만 계속했다면 제 성격 상 지루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이 일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지 꼭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내 일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성취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내가 이 직무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일정 기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할 수 있는 고민과 행동을 모두 해 본 뒤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과거의 저는 마케팅이 싫었습니다.  마케팅은 좋지 않은 상품을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마케팅이라는 업무를 하다 보니 세상에는 빛을 보지 못한 좋은 제품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제가 몸담고 있는 B2B 분야의 IT기술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술과 제품임에도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제 직무가 갑작스레 바뀌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 전문성을 고민하게 했던 다양한 업무들도 저의 시야를 넓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직무가 변경되거나 갑자기 새로운 일을 맡게 되는 것은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주니어라면 다양한 업무를 해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전문성에 대한 고민은 그 이후에 해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는 어떤 일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책상 위로 떨어진 새로운 업무로 고민하시는 모든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더 잘될 수밖에 없는 마케터_김우영 선임

[더 토크뷰]
첫 번째. 개발자가 마케터를 만났을 때 
L [기고]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법 _이준하 수석
두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어쩌다 마케팅
세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네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4P 사용 종결자
다섯 번째. [더 토크뷰_개발자 편] #개발자에 진심인 편
여섯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B2B에서 보란 듯이 마케터
일곱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 상단 이미지 출처: 챗GPT-DALL.E에 의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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