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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Oct 05. 2023

[더 토크뷰_기획자 편] 그래도 기획, 결국 기획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김소희 님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가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열 번째.  외유내강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은데도 일의 방식이나 생각, 해결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 다른 것 같아요.


처음 만나서 다른 사람들의 토크뷰를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이렇게 말을 해주었어요.


그렇죠.  아무리 같은 일을 해도 사람마다 차이가 나기 마련이죠.  눈에 띄게 날 수도 아주 미세하게 날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 사람만의 고유한 방식과 색깔이 있어요.  우리가 유행하는 패션을 따라 한다 해도 그 완성은 개인의 취향이나 특성에 따라 다 다르게 표현되는 것처럼 말이죠.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고유한 존재이니 하는 일의 방식도 가치관도 모두 고유할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또한 굉장히 귀하고 고유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토크뷰가 고유한 일이란 생각을 들게 해 준 사람을 만났습니다.


홍보마케터가 자주 협업하는 동료 중에 기획자가 있죠.  제품 기획이든 서비스 기획이든 아이디어와 개념에 처음 형태와 모습을 불어넣는 사람들이죠.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마케터나 홍보담당자에게 제품과 서비스의 탄생 배경은 꼭 알아야 하는 정보입니다.


어떻게 태어났고 왜 태어났는지를 알아야 고객에게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잘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걸 최초로 만든 기획자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 홍보마케터는 제품과 서비스의 처음부터 기획자와 긴밀히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만나러 갔습니다.


기획이란 일을 어떤 고유한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홍보마케터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한달음에 판교로 달려갔는데요.  차분하게 진중하게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그녀의 말에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조용하지만 강한 근력이 느껴지는 외유내강의 그녀는 바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십 년째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는 서비스 기획자 김소희라고 합니다.


'누군가'라고 하면?

- 제가 그간 두 곳의 회사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기획자로 계속 일하고 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클라우드 내에 개발, 디자인 등 다양한 파트가 있어요.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각 파트의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이때 다양한 협업자를 설득해야 과정이 서비스 기획 시에 꼭 필요해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수식어를 넣었어요.


업을 뺀 김소희는 어떤 사람인가요?

- 항상 고민하는 사람.  일을 할 때 어떤 부분을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저렇게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해요.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 기록을 하죠.  사소한 디테일까지 챙겨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라서요.


그렇군요.  꼼꼼하게 일하려 노력하는 분이시네요.



서비스는 기획으로부터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획이란 어떤 일인가요?

-  앞서 말씀드렸듯이, 클라우드 서비스 안에 다양한 파트가 있는데, 현재 저는 데이터베이스 관련 서비스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봐야 하는 화면 설계부터 관리에 필요한 대시보드, 사용 정책 등을 기획합니다.  아실만한 업무 위주로 말씀드리면 그렇고, 세세하게 말씀드리면  더 많은 과정이 있는데 아마 다 말한다면 '전부 다네?' 하는 생각이 드실 수 있으실 거예요. 하하하.


서비스 화면 기획은 기본이고, 다양한 파트의 구성원들과의 아이디어 제안 및 설득 과정이 있고, 기획 이후에는 마케팅 측면에서 콘텐츠 기획이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자료 제작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회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제 업무 경험으로는 아무래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처음 기획한 기획자다 보니, 마케팅 부서와 협업이 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에는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무에서 유,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 내야 할 텐데,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 B2C처럼 제약 없이 마냥 창의적인 상상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힘든 것 같아요.  주어진 가이드라인 내에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할 경우가 많은데, 관심사에 있는 서비스는 다 이용해 봐요.  회원가입부터 해당 서비스의 UI와 UX를 촘촘히 경험해 보면서 스스로 피드백하며 힌트를 얻으려고 합니다.   


아이디어 착안의 기준이 있을까요?

-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가'에서 출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최대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며 벤치마킹할 요소들을 찾아내고 있어요.


요즘 B2B 고객은 어떤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고 보세요?

- 음, 사실 고객별로 천차만별이긴 합니다만, 최근에 제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은 뭘 특별히 전문으로 한다고 해서 기업을 찾는 거 같지는 않아요.  제가 맡고 있는 업무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데이터베이스를 전문적으로 서비스한다고 고객이 찾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구축에 필요한 다양한 구성의 라인업이 되어 있고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을 많이 갖출수록 고객이 찾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고객은 고객이 필요로 한 서비스와 새로운 상품이 선제적으로 잘 갖춰져 있길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럴 것 같네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다 갖추고 있어야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블록처럼 쏙쏙 뽑아 맞춰 쓸 수 있을 테니까요.  기업으로서는 현재와 변화에 대비한 서비스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테니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물론 그걸 해내는 기업이 성공가도를 달리겠지요.


IT서비스 분야에서 기획자로 오래 일하고 계신데, IT서비스 기획자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 만능이다! 기획자는 서비스의 처음부터 끝, 아니 서비스가 지속되는 내내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필요한 일들을 해내야 하는 만능이라고 생각해요.  다르게 말하자면, 생기는 일은 다하는 사람. 하하하. 업계분들을 만나면 종종 이렇게 서로 힘든 부분을 토로하곤 해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이일 저 일을 다 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서비스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라는 명목 하에 각 부서에서 해야 하는 기능적인 일에 함께 참여해야 하기도 하고, 혼자 처리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는 개발, 디자이너는 디자인이라는 딱 떨어지는 업의 이미지나 상이 있는데 기획자는 딱히 그려지는 상이 없는 것 같아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나머지 영역의 일을 다 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서비스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니까 여러 압박과 도전을 받게 됩니다.  서비스가 완성되기까지 밑단 작업을 기획자가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때론 생각지도 못한 일들까지 해야기도 하거든요.  물론, 산업이나 기업별로 다 다르겠지만,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다방면적인 역할 수용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B2B 서비스 기획자들은 챙겨야 할 게 참 많아요.  서비스가 사이트에 올라갈 때부터 유관부서와 계속 협업해야 하고, 마케팅에서 필요로 하는 문장부터 홈페이지 작업, 브로슈어 제작 등 서비스 론칭 전후로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일에는 부서 상관없이 계속 챙기고 함께 일해야 하거든요.



얘기를 듣다 보니 너무 우울한데요.  기획자를 하고 싶은 분들이 들으면 '어쿠야, 하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 하하하.  얘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네요.  어떤 일이 힘들지 않겠어요.  각 업마다 다 어려움이 있을 텐데, 기획자의 경우 그럴 수도 있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고요.  힘들기만 하면 제가 이직을 하면서도 계속 기획자로 일하고 있지는 않겠죠.  앞서 말씀드린 부분을 뒤집어 말하면, 서비스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원활한 운영에 필요한 요소들을 각 프로세스에 맞게 채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서비스의 처음에서 끝까지 전체적으로 경험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꼭 서비스 기획을 하시라 추천드리고 싶어요.


기획자로서 보람이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 B2B는 기획자가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힘든 구조잖아요.  영업이나 마케팅 등의 고객 접점의 부서를 통해 메시지를 듣게 되는데, 어느 정도 필터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번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에 특정 단계에서 문제를 겪고 있었어요.  CS에 접수되어 고객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개선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상황을 확인하고 문제 파악을 했어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A-B-C 단계가 있었는데, B를 거치지 않고 A에서 C로 넘어가려니 문제가 계속 생겼던 거죠.   B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쉽게 인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구조를 바꿔야 했는데, 그렇게 되면 복잡한 구조가 되는 상황이었죠.  


저는 구조가 좀 복잡해지더라도 고객이 쉽게 인지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내부 설득을 했고, 결국 그렇게 해당 서비스의 문제를 해결했어요.  내가 화면 설계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등의 고객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받을 기회가 잘 없는데, 그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의 소리를 듣고 개선 프로젝트까지 잘 끝낼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서비스를 잘 만들었다는 피드백이나 고객이 잘 사용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기획이란 업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 어떤 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정의하고 화면, 정책, 다른 사항들을 챙기면서 유관부서와 소통하며 서비스 론칭을 하게 되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유지 보수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도는 사이클을 생각하면 기획이란 일은 자식을 양육하는 부모 같아요.


아이들이 학교 다녀왔다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생활은 잘하는지 살펴도 보고 알림장도 보면서 끊임없이 챙기고 돌봐야 하는 것처럼 기획도 서비스를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살피고 관리해야 하는 것 같아요.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 제일 먼저 벤치마킹을 엄청 많이 해요.  서비스 비교를 통해 느끼는 것들을 보고 참고하려고 합니다.


기획자에게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요?

-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기획자는 기획을 하면 유관부서에 잘 전달을 해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어떠 어떠한 이유로 기획을 하고 이런 화면이 나왔다는 것을 개발자, 디자이너 등 유관부서의 협업자들에게 잘 설명하고 때로는 설득을 잘해야 하거든요.  원활하게 소통이 되면 협업자들이 아이디어도 주고 피드백도 주어 더 좋은 기획으로 발전을 하게 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좋은 출발점은 화면이나 정책 등의 초안을 1차적으로 세우는 거예요. 그리고 대화를 시작하면 이해와 소통이 빨라지거든요.  그 과정에서 협업자들이 안된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뒤에 숨은 의도를 파악해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종종 일정이 쫓기는 상황에서 안 되는 걸 되게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커뮤니케이션의 준비가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경우는 없나요?

- 왜 없겠어요.(웃음)  예를 들어, 일정이 촉박하면 화면 기획을 줄여서라도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는데 개발, 디자인 등 유관부서에서 업무량으로 인해 타협안으로 제시한 안을 수용하기 어려워할 때가 있어요.  서로 해내야 하는 업무량이 있다 보니 타협이 안타깝게도 안 되는 것이죠.


그렇게 의견 충돌이 날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 제 선에서 더 이상 의견 조율이 어려울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상사에게 조율을 요청드려요.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유관부서에서도 가급적이면 실무자들끼리 해결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그리고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죠.  기획자의 의도와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의 의도가 다를 수 있어요.  각각의 파트에서  누구보다 초점으로 삼아야 할 것들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니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각각 설득해 나가야 하고, 그러면서 또 서로 아이디어도 얻고 문제 해결의 의지를 다지기도 합니다.


또 하나 제 경우에는 대화에 필요한 사전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소통이 잘 되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큰 문제가 아니면 업무 관련자의 업무 성향을 파악해서 맞추고 존중하려고 합니다.  협업에 필요한 소통이 원활하게 되도록 말이죠.


참 친절하고 세심한 노력을 하고 계시네요.  요즘에 저도 종종 드는 생각은 모든 업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좋은 커뮤니케이션인 같아요.  커뮤니케이션이 전부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유관 부서와 소통할 때, 어떤 특징 같은 것이 있을까요? 

- 음, 소통할 때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요소는 다 똑같지만 굳이 차이를 얘기하자면, 개발자와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하고, 디자이너는 명확해야 하는 것 같아요.


마케터가 기획자와 소통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은 없을까요? 기획자는 이런이런 특징이 있으니 이렇게 소통하면 좋다, 혹은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꿀팁 같은 거라든지?

- 보통 마케터 분들과는 프로모션 페이지 오픈 등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실 때 많은 대화를 했었는데요. 기획자가 볼 수 있는 방향과 마케터가 볼 수 있는 프로젝트의 방향이 다르므로 특히 자료를 요청할 때 왜, 어디에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프로젝트의 상황도 같이 전달해 준다면 더 원하시는 자료를 얻기 쉬울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원하는 자료의 예시도 보여준다면 더 좋을 것 같고요. 각자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직무다 보니 아무래도 바쁜 서비스 릴리즈 직전이나 프로젝트 마감 직전만 피해 주신다면 좀 더 원활하게 소통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군요.  마케터가 잘 염두하고 소통에 참고하면 좋겠네요.

홍보나 마케팅 부서와는 어떤 협업을 주로 하나요?

- 고객을 대상으로 콘텐츠들이 계속 나가야 하니까 우리 기업의 서비스만의 장점이나 특징을 가장 많이 문의하는 것 같아요.  내용들을 주고받으며 피드백을 하게 되는데, 서로 만족스러워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만나서 서로 의도하고 뽑아내려고 하는 게 뭔지 소통을 통해 파악하려 노력합니다.


그동안 홍보나 마케팅 부서와 함께 협업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  홍보영상 기획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스토리보드까지 직접 만들었는데 한 전시 행사장에서 영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기분이 뭐랄까 몽글몽글하더라고요. 하하하.  늘 웹에 나가는 정제되고 정지된 화면만 기획하고 보다가 영상 매체를 통해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화면을 보니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결국 기획자


일을 사랑하나요?

- 아, 어려운 질문인데요.  솔직히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깊이 빠져들면 아프니까...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온오프가 잘 안 돼서 힘든 적도 많았는데, 요즘은 일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걸 잘하고 있습니다.


제가 '왜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업의 종류를 떠나서 일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 만나 뵙는 분들에게 이 질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소희 님은 왜 일하세요?

- 더 어려운 질문을... 하하하. 우선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생활을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있겠고요.   그리고 일이 아니면 못해 봤을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가 될 것 같아요.  제가 좀 내향적인 편인데, 일을 하면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 일 아니면 하지 않거나 못했을 것들을 하면서 피곤할 때도 있지만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도 되었죠.  나조차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한다고나 할까요.  예전에 저는 제 의지나 뜻이 아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모험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점점 제가 바뀌고 있더라고요.  


회사 일이라는 조건과 환경에 의해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지는 않나요?

- 아니요, 변하는 제 모습이 전 좋더라고요.  긍정적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라는 조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  일을 할 때 조직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공유하면서 일하는 게 더 좋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일도 성과도 책임도 나누며 일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기획자들의 공통의 관심사가 있을까요?

- 제가 만나는 기획자들과의 얘기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일단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크고요. 개발 언어에 대한 애로 사항, 기획자로서 너무 많은 일을 챙기고 하고 있다는 애로 사항 등이 있고요.  요즘 핫하거나 잘 나가는 서비스의 UI나 UX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합니다.


기획자가 안되었다면?

- 음... 그래도 기획자가 되었을 것 같아요.  챙기고 계획하는 걸 좋아해서 일의 성격이 제 성격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다르게 생각해 봐도 개발은 제게 너무 어렵고, 마케팅은 예전 직장에서 잠깐 경험해 봤는데 외향적인 에너지를 많이 쏟는 일이더라고요.  제겐 버거운 일이라 홍보마케터가 존경스러웠어요.  화면 기획할 때 디자인 부분을 고려하는데, 이 또한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 하하하


결국 기획자군요. 하하하.  클라우드 서비스 기획자로서 유념하는 부분이 있다면?

- 클라우드는 기술 지배력, 영향력이 큰 분야예요.  기술적인 스펙이 명확하고, 또 명확해야 하니까 기획자가 최대한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제가 이해를 제대로 잘해야 고객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어요.


다른 서비스 기획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분야에 상관없이.

- 저는 게임을 좋아하는데요.  게임을 하면서 사용자가 아이템을 사는 등의 돈을 쓰게끔 유도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사용자로서 기획자로서 살펴봐요. 얼마나 치밀한 설계가 있는지 보는 거죠.  기회가 되면, 게임을 해보고 분석적으로 접근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다른 서비스 기획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게임을 좋아하는군요.  다른 분야의 서비스를 보면서 내 분야의 서비스에 적용할 만한 것을 찾는다는 것이 긍정적이네요.  게임의 재미도 느끼고 일의 아이디어도 얻고 일석이조네요.


혹시 B2C분야의 기획자에게 궁금한 것이 있을까요?

- 다양한 업무가 떨어질 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지 궁금해요.   B2B는 고객의 니즈가 명확하니까 자유로운 창의보다 고객의 니즈에 따라 일을 하게 될 때가 많은데, B2C 기획에서는 어떤 도전이 있는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현재 지식이나 노하우를 확장하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하하하. 개발자처럼 깊이 있는 공부는 하지 못하지만, 클라우드 관련해 딴 자격증이 있고요.  영어가 많아서 덩달아 영어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가 있나요?

-  AI관련 기술들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근데 많이 어렵네요.


AI... 저도 어렵게 느낍니다. 하하하.

개인적인 취미는 뭔가요?

- 이모티콘을 그려요.  동글동글한 일러스트를 좋아하거든요.  제가 온오프가 잘 안 되는 성격이었던지라 다른 생각 안 하고 주의 환기를 할만한 것들을 찾다 보니 이모티콘 일러스트가 딱이더라고요.  그리고 있다 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 좋아해요.


김소희 님이 좋아하는 캐릭터 '농담곰'을 패러디한 이모티콘


어머, 좋은 취미이자 재주네요.  부럽습니다.  요즘 이모티콘 크리에이터들의 활약과 수익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꾸준히 계속 개발하셔도 좋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아직은 초보 수준이라 부끄럽습니다.


5년 후의 소희가 지금의 소희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 같나요?

- "어떤 결정이든 고민이 많고 모험을 잘 안 하는데 일을 하면서 많이 바뀔 테니 소희야 다양한 도전을 일단 해봐!"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끝으로,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어 감사해요.  인터뷰 소감을 묻고 싶은데요.

- 처음에 제안받았을 때 내 얘기에 도움이 될만한 게 있는지 잠시 고민을 했어요.(미소)  그런데 제 경험이나 얘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인터뷰에 응했어요.  지금까지 잘 얘기한 건지 모르겠는데,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저는 좋겠습니다.


겸손까지.  소희 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생각하실 겁니다.  저는 늘 그렇게 믿거든요.  용기 내어 귀한 시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이시나요?  소희 님의 고유한 색깔이?


마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잘하고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부단히도 고민하며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려는 소희 님에게서 소희 님만의  빛을 보았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좋은 기획으로 서비스에 숨을 불어넣으려는 천상 기획자의 빛


자신의 업에서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  최소한 잘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그 사람이 떠오를만한 책을 읽곤 하는데요.  이번에 돌아와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너에게>란 최대호 님의 산문집을 읽었어요.  이 책에 나오는 몇몇 구절들이 소희 님과의 인터뷰 소감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 또 한 번 딱이구나 싶었답니다.


해도 후회가 남고, 안 해도 남는다.  그런데 안 했을 때는 후회만 남고 일단 시작을 하면 후회와 '경험'이 남는다.  누군가에게 경험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삶을 넓게 볼 줄 아는 무기가 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책,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너에게> 중에서


꼭 남들이 알아줄 만큼 화려한 것만이 빛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것을 걷어내고
할 수 있었던 것이 잘하는 것이 될 때,
세상에는 없던 당신의 색으로 빛이 나는 것이다.

책,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너에게> 중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빛을 빚으며 애쓰고 있는 기획자들에게 마음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빛을 빚으며 애쓰고 있는 우리 마케터들에게도 또 힘껏 진심의 응원을 보냅니다.


마녀는 천상 기획자인 소희 님과의 인터뷰가 유익하고 즐거웠습니다.  많은 홍보마케터가 소희 님 같은 기획자와 즐겁게 협업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도 꼼꼼하게 세심하게 일하는 소희 님, 화이팅!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
첫 번째. 개발자가 마케터를 만났을 때 
L [기고]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법 _이준하 수석
두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어쩌다 마케팅
세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네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4P 사용 종결자
다섯 번째. [더 토크뷰_개발자 편] #개발자에 진심인 편
여섯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B2B에서 보란 듯이 마케터
일곱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여덟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더 잘될 수밖에 없는 마케터
아홉 번째. [더 토크뷰_홍보인 편] 관계력의 여왕

* 상단 이미지 출처: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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