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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Nov 05. 2019

나의 독서 모임 이야기.

12. 일반적인 독서모임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토론 모임을 만들다.

Photo by �� Claudio Schwarz | @purzlbaum on Unsplash


※  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모임 안에서 어떠한 가치 있는 생각들이 오고 갔느냐일 것입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토양을 만들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듯, 독서 모임 그 자체도 바로 그러한 지적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중요한 토양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에서 언급한 여러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느꼈던 생각이나 경험들을 중심으로 적은 글입니다. 이러한 글을 쓴 까닭은 독서 모임을 새롭게 만드는 분에게는 여러 모임의 형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함에 있으며, 독서 모임 진행하거나 참여하고 계신 분은 자신과 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공감을 하고 저처럼 자신의 독서 모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의도는 이러한 몇 년간의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가치 있는 사고를 위한 독서 모임」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사고 활동에 관한 인상이나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좋은 독서 모임을 만드는 방법보다도 좋은 독서 모임이 되기 위해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독서뿐 아니라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참고로 이야기는 오래 전의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쓰고 있기에 연재 중에 계속 수정되며 추가될 수 있습니다.


1부 이야기 -「1. 독서 모임을 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15

2부 이야기 - 「2. 독서 모임을 만들다.」https://brunch.co.kr/@wringkle/122

3부 이야기 - 「3. 발췌와 발제의 기준을 세우다.」https://brunch.co.kr/@wringkle/131

4부 이야기 - 「4. 안정적인 장소를 얻다.」https://brunch.co.kr/@wringkle/135

5부 이야기 - 「5. 양적으로 성장하다.」 https://brunch.co.kr/@wringkle/138

6부 이야기 - 「6. 새로운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다.」 https://brunch.co.kr/@wringkle/142

7부 이야기 - 「7. 지속성 있는 모임이 되기 위해 동아리 창단 계획을 구상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46

8부 이야기 - 「8. 난관에 빠지다.」https://brunch.co.kr/@wringkle/148

9부 이야기 - 「9. 새롭게 시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49

10부 이야기 - 「10. 도움을 받다.」https://brunch.co.kr/@wringkle/150

11부 이야기 - 「11. 도움을 주다.」https://brunch.co.kr/@wringkle/153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나고 나는 다시 그 전처럼 동아리를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전처럼 모든 관계를 단절해버린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과 계속 교류하고 행사에 참여하면서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따금 나를 필요로 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해하고 싶을 때면 그동안 생각해오거나 머릿속으로 개선한 여러 독서 프로그램들을 시행에 옮기곤 했다. 이번 장에서 소개할 영화 모임과 미술사 모임이 그러했다. 물론 두 모임은 예전에도 진행한 바가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전보다 영화나 미술에 관한 지식이 넓어졌다는 점과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시청각 자료를 쉬는 기간 동안 만들고 다듬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이번에 하게 된 영화 모임은「영화의 이해」라는 루이스 자네티의 책을 함께 읽고 그 안에 있는 영화적 기법에 관하여 유튜브의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여 실제로 어떤 식으로 구현이 되고 있는지를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영화의 이해'라는 대학 교양 수업을 들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대체로 영화 예술에 관하여 그저 책이나 프레젠테이션의 그림을 통해서 알게 된다는 점이었다. 교양 수업이 가진 한계로 인하여 그것이 무엇인지 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어렴풋하게만 알아차리거나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봐야만 알 수 있었다.


영화 모임은 이러한 아쉬움이 마음에 남아 만든 프로그램으로, 유튜브의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찾아서 책의 설명과 함께 엮었다. 그뿐만 아니라 1부는 이러한 영화적 기법에 대한 학습이 중심이 되었다면, 2부는 고전이나 웰메이드 영화를 함께 보기, 3부는 이에 관한 영화 평론을 함께 읽어보면서 영화에 대한 토론 하기로 구성했다. 모임은 대략 아래와 같이 진행이 되었다.



영화 삼매경 시즌 1 모임 모집 안내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와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를 중심으로 한 영화 읽기. 


목적 :

영화 학습을 통해 영화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영화를 함께 감상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  


목표 :

1. ‘영화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는 왜 그리고 어떻게 영화를 보는가?’에 대한 이해를 높임.

 - 루이스 자네티 “영화의 이해”를 중심으로 한 교양으로서의 영화 교육. 

2.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선정한 20세기 위대한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비평적으로 접근.

 -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에 나온 영화 감상 및 평론 읽고 토론. 

3. 영화 예술을 통해 가치 있는 생각을 함양하고 사회에 대한 통찰을 기름.

- 영화 감상 후 자신이 생각이 담긴 글을 써보기.  


진행 :

※ 모임은 1부 –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 스터디, 2부 ‘위대한 영화’ 감상 후 영화 토론을 함. 


1. 발췌 및 요약한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를 함께 읽고 케이스 스터디를 함. 

2. 그날 학습한 분야를 중심으로 로저 에버트가 선정한 위대한 영화 감상. 

3. 발제를 바탕으로 영화에 관한 토론 및 해당 영화에 관한 애버트의 평론을 바탕으로 이야기 나누기.

4. 집에 돌아가 자신만의 감상평을 작성.  


운영 :

1. 기간 – 201x년 x월 ~ x월 x일   

   시간 : 금요일 오후 4시 ~ 6시 (영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영화 교육)

                          7시 ~ 10시 (영화 상영) 

2. 장소 – 개별 통보. 

3. 인원 – 10명가량 고정인원을 받고 그 외 모임의 진행 가운데에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 홍보를 할 예정 

4. 회비 – 1만 원. (참관 시에는 회비는 없고 함께 할 과자나 음료 등을 가져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해당 비용은 다과 및 모임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며 따로 책이나 자료를 구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5. 1부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 학습 목차 및 2부 선정 영화

- 각 영화는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에서 선정하였으며 시즌제를 고려하여 책에 나온 순서(순차적)대로 진행합니다. 


시즌 1

5/11 ☞ 1부: 영화의 이해 – 1. 촬영 / 2부 영화: 내슈빌 – 로버트 앨트먼 (1975년, 158분, 미국)

5/18 ☞ 1부: 영화의 이해 – 2. 미장센 / 2부 영화: 네트워크 – 시드니 루멧 (1976년, 121분, 미국)

5/25 ☞ 1부: 영화의 이해 – 3. 움직임 / 2부 영화: 노스페라투 - F. W. 무르나우(1922년, 92분, 독일)

6/01 ☞ 1부: 영화의 이해 – 4. 편집 / 2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 스탠리 큐브릭(1964년, 102분, 영국)

6/08 ☞ 1부: 영화의 이해 – 5. 음향 / 2부 영화: 달콤한 인생 – 페데리코 펠리니(1960년, 174분, 프랑스, 이탈리아)   

... 시험 기간 이후 시즌 2 모집 예정

 ※ 날짜는 상영 예정일이며, 모임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1부나 2부만 참여하셔도 됩니다. 더불어 내부 사정과 논의에 따라 영화는 변경 및 추가될 수 있습니다.


신청 : xxxx@xxx.com


비고 :

- 세상에 볼 영화는 많습니다. 그러나 특정 영화를 찾아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해당 모임은 집에서 혼자 보기는 어려운(?) 고전 영화를 선정하여 진행하고자 합니다.

- 재학생뿐 아니라 대학원생, 졸업생, 18세 이상 일반인 모두 참여 가능합니다.

- 참고로 신청자가 6명 이하일 경우 모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모임에서 활용한 시청각 자료


https://prezi.com/bm-9igvdi-a5/?utm_campaign=share&utm_medium=copy


보통은 금요일 오후 6시쯤에 모여 한 시간 30분 정도는 1부 진행하고, 그다음 1시간 30분 정도는 2부 영화 감상, 나머지는 영화 토론을 하는 식이었다. 모임이 끝나면 만족스러웠으나 모두가 녹초가 되곤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주일에 2번 모이는 것으로 쪼개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참여자들의 서로 다른 스케줄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영화는 대체로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에 나온 영화를 중심으로 보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예전에는 매번 1~2회 정도는 한국 고전 영화를 집어넣었는데, 이번에는 모두 외국 영화였다는 점이다. 여하튼 이렇게 모임을 구성함에 따라 3부의 영화 평론과 토론에 대한 부분에 대한 자료를 힘들게 찾을 필요 없이 책의 내용을 발췌하기만 하면 되었다. 영화는 고전 영화를 보았는데, 그 까닭은 다른 영화와는 달리 고전 영화들은 혼자서 참을성을 가지고 보기에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검증된 영화를 봄으로써 통찰력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영화 모임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시도였다. 처음 모임에서는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평론을 읽으면서 토론을 하는 모임으로 진행을 했고 두 번째도 그와 유사하게 진행을 하되 처음으로 참가비를 받고 진행을 했다. 참가비는 다과를 구매하거나 영화 관련 콘텐츠를 구매하면서 사용했다. 세 번째 모임은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 예술」에서 각 챕터를 요약정리한 프린트 물로 간단하게 각 챕터별 영화 예술에 관한 기법들을 읽고 해당 책에서 챕터마다 예시로 언급하는 영화를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누었다. 이때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영화 기법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다루지 않고 책으로만 읽고 말로 설명해 주는 식으로 끝냈다. 네 번째 모임은 바로 이 부분을 보완했다. 




서양 미술사 모임은 E.H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The Story of Art)」라는 책으로 진행했다. 해당 모임을 하기 3년 전에도 주 3회에 걸쳐 모임을 진행해 본 적이 있던 모임이었다. 책에 있는 도판을 인터넷에서 찾거나 없는 자료는 스캔을 하여 프레지(prezi.com)로 만든 시청각 자료가 이미 있었다.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도판을 모아 만든 시청각 자료였기 때문에 프레지의 장점 중 하나의 확대 기능을 통하여 심도 있게 미술을 관찰하거나 분석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미 그렇게 만들어 둔 자료가 있었고 또한 한 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때와 달리 많은 부분에서 참여자들의 지적 성장을 위한 여러 방식이 도입되었다. 첫째는 동아리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모임에 따른 '요약 자료실'과 '독서 일기' 란을 별도로 만들어 스스로 학습을 하거나 관련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요약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챕터가 끝나고 '일주일 안에 요약 올리기'를 벌금제로 만들어 의무화했다. 둘째는, 매일 모임을 진행하되 시간을 8시로 조정하였다. 기존에는 9시에 모임을 진행했기 때문에 참여자들 가운데 수업이 있으면 참여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는데, 그러한 말이 나올 수 없게 한 것이다. 다만, 지각이나 전날 술을 마셔서 못 오게 되는 경우가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벌금제를 시행했으며, 모임 전에 결석이나 지각에 대하여 미리 통보만 하면 벌금을 면해주었다. 셋째는 모두에게 책임을 부여했다. 모임을 진행하려면 미리 모니터 등을 세팅한다든지, 출석을 체크한다든지, 벌금을 관리한다든지 여러 할 일들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사실 자잘한 일들이긴 하나, 귀찮은 일이며 한 사람이 매일 모두 하기에는 양이 많아지기도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로지 모임의 진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이 일들을 참여자들 각자에게 할 수 있도록 분배했다. 이러한 일은 진행자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어주는 일일 뿐만 아니라, 각자에게 책임을 부여함에 따라 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넷째는, 모임 안의 모임을 만들어 여러 활동을 할 시간을 주었다. 가령, 서양 미술사에 나오는 시대 별로 여러 특징을 가지는 그림들을 모방해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든가, 건축물이나 미술관을 실제로 방문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었던 여러 미술의 견해에 따라 해석을 해본다든가, 미술가와 관련된 영화를 본다든가, 중세의 교회 음악을 듣고 그것과 당시의 미술과의 연관성을 해석해 발표해 본다든가, 에칭 등의 여러 미술 기법에 대한 영상을 함께 본다든가, 혹은 미술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 개인적으로 발표를 해본다든지, 한 주에 한 번씩이라도 여러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제안하고 실행에 옮겼다. 


<미술사 모임 모집 글 中>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을 보면 이러한 글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합니다. 단지 겉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내밀한 곳까지도 알고 싶어하죠. 어렵게 가까스로 내밀한 부분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나면, 전에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보게 됩니다. 예술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내밀한 곳까지 알게 됨에 따라, 그것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또한, 선택받은 어떤 이들은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는 오로지 경험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이며, 음미해야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예술에 대한 ‘이해’라고도 하고 ‘안목’이라고도 하며, 혹은 ‘깊이’라고도 합니다.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는 ‘알게 된다.’는 데에 첫 번째 핵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홍준님은 이것이 단순히 지식의 습득으로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제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진짜 핵심은 바로 이러한 마음입니다. 지식만을 나열하는 것은 결코 예술을 보는 안목을 높여 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매일 같이 긴 시간을 들이는 독서 행위나 넓게는 삶을 살아가는 행위에도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의 의미를 논하기에는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라겠지만, 그 의미에 대해 제가 가장 아끼는 말은 '나보다 나를 더 생각한다.'입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부모-자식 간의 사랑일 것입니다. 혹자는 남녀 간 사랑의 의미와 부모-자식 간 사랑의 의미가 다르다고도 합니다만, 크게 볼 때, 이 말은 사랑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정의하는 데에는 그다지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행위는 나보다 나를 더 생각할 때 발생하는 행동입니다. 


이렇듯 어떠한 행동에는 대체로 그 동기가 있습니다. 그 동기는 감정이나 생각의 다른 말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사랑에 따른 여러 행위 가운데 주된 하나는 바로 대상을 더 알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때로는 그 역인 ‘알고자 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것도, 마치 억지로라도 웃으면 감정이 좋아진다는 심리학적 이론처럼 때때로 성립합니다만 완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우리가 지식을 추구하는 목적이 단순히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라 경쟁의 승리와 같은 다른 동기에서도 기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식의 주된 특성 중 하나는 인식의 확장인지라, 아무리 목적이 불순(?)한들 이를 습득하여 인식 체계를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지식의 욕망이 타인과의 경쟁의식이나 다른 목적에 있다면, 창조적 행위라기보다는 전리품과도 같은 단순한 지식의 나열로 끝날 수도 있으며, 나아가 행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지식의 습득으로서는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우리는 다른 말로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부처나 예수가 인류를 사랑하여 고행 후 얻은 깨달음과 같긴 어렵겠지만, ‘사랑을 통해 새롭게 안다’는 의미에서는 일견 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이러한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은’ 인식의 변화를 이끌며, 자신의 삶마저도 새로운 인식의 토대 위에 세웁니다. 그리고 삶의 순간순간에 전에 없던 의미를, 사랑하던 대상을 통해 새롭게 보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게 되죠.  그렇기에 예술을 사랑하게 되면, 우리의 삶도 예술이 됩니다. 


모임을 만든 까닭은 ① 역사 속에 남은 수많은 예술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② 그들이 사랑한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들의 숨겨진 의미를 나누고, ③ 그 의미를 통해 우리의 삶을 진실로 예술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 우리가 앞으로 볼 예술 작품을 경험함으로써 우리의 느낌을 나누고, ⓑ 그 느낌의 근원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며, ⓒ 왜 그러한 근원들이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효과를 만드는가, ⓓ 나아가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총체적으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이 모임은 대학 수업과도 같은 지식의 전달 차원의 수업이 아니며, 학점을 따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는 모임도 아닙니다. 


그저 예술에 관한 커다란 책 위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이야기들의 향연입니다.

그저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가을의 아침이 주는 포근한 혜택과 더불어 이러한 모임을 아름답게 가꿔나가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아침 그림 읽기』 모임
-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통한 그림 읽기 -


목적 :

책의 설명과 해당 그림이 담긴 프레젠테이션으로 미술 작품의 요모조모를 감상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안목을 높인다. 


목표 :

1.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완독하고 챕터별로 요약정리한다.
2. 미술사를 통해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이해한다.
3. 감상한 예술 작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일기나 기타 형식으로 기록한다.
4. 자발적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 분석해보고 직접 미술관에 가서 그림 감상을 시도해 본다. 


진행 : 

0. 훑어보기 & 질문하기 : 모임 전에 가볍게 훑어보고 궁금증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1. 천천히 읽기 : 매일 아침 8시에 모여 8시 50분까지 단락별로 책을 돌아가며 낭독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주말 제외)
2. 그림 감상 : 단락이 끝날 때마다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그림을 감상한다.
3. 독서 일기 및 요약 : 책을 읽고 난 뒤 자신의 생각을 일기처럼 작성하고 요약정리한다. 


운영 :

0. 모집 기간 - 201x년 x월 xx일(월) ~ x월 xx일(일)

1. 진행 기간 – 201x년 x월 xx일(월) ~ 201x년 xx월 xx일(금) (중간, 기말고사 기간 제외, 학기 중 일정 및 시간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2. 장소 – 개별 통보.
3. 인원 – 선착순 8명 + @
4. 회비 – 1만 원(가입 회비) / 예치금 - 1만 원. (총 2만 원)
※ 회비는 프린트 및 필요에 따른 콘텐츠 구매, 추후 동아리를 위한 지원 등에 이용될 예정이며 반환되지 않습니다.
※ 예치금은 무단결석 및 지각 시 차감될 금액이며 모임 종료 후 반환됩니다. 더불어 예치금에서 차감된 비용은 추후 회식 등에 이용될 예정이나 협의를 통해 조정 및 삭제될 수 있습니다. 


벌금제 :

무단결석 - 1,000원 / 지각 500원 / 한 챕터가 끝나고 요약정리 미제출 시 1,000원
※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 벌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 사정이 있어 모임 전에 알릴 경우 벌금이 없습니다. 


신청 연락처 : xxx


비고 :

- 뛰어난 지식이 있는 분보다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읽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들을 모십니다.

-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대외 모집 프로그램으로 한 학기 동안 회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 추후 동아리의 운영 주체로서 함께 모임을 발전시켜나가고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를 실현해 볼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참여기간 동안 동아리 방에 비치된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와 시청각 자료를 제공하니 따로 구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임에서 활용한 시청각 자료

https://prezi.com/-2nyxhxujj0y/?utm_campaign=share&utm_medium=copy


서양 미술사 모임은 단순히 책만 읽고 토론하기보다 당시 시대의 그림을 그리거나 미술관 등을 가는 여러 체험 활동을 병행했다.




모임은 나를 포함하여 총 5명이 참여를 했는데, 그 전의 모임의 인원 숫자가 10명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였다. 그러나 적은 숫자로 인하여 좀 더 사람들끼리 끈끈해지고 아침임에도 다들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보통 매일 진행하는 독회의 경우 평균 참여 인원은 전체 참여 인원의 60%가량 되었는데, 이 점을 고려한다면 적은 수의 인원일 때, 매일 평균 참가 인원의 수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평균 참여율은 오히려 높은 편이었다. 물론 일부 차이가 있는 것은 초기 서양 미술사 모임의 경우 자율적 참여에 기댄 부분이 크다면 후자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벌금 제도 등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모임은 1학기 동안 진행되었으며 총 67일, 17장 16세기 초 독일과 네덜란드의 상황까지 살폈다. 매일 평균 1시간 30분 혹은 그 이상을 진행을 하였고 시간으로 따지면 약 100시간 이상을 진행했다. 이러한 모임을 만들면서 중점으로 두었던 것은 물론 교양과 지적 성장도 있지만, 이러한 모임을 통해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기를 바라 것도 있다. 대학 시절의 대부분의 수업이 그렇듯 빠르게 섭취하는 듯한 수업만 존재하고 긴 시간을 들여 사색을 할 수 있는 수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현재의 대학교육을 점수를 따기 위해 크래커를 씹듯이 지식을 소유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그들이 진정한 교육의 가치를 나처럼 느꼈으면 했던 것이고 공동체 안에서 따뜻한 온정을 느끼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절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끌어야 했고 또한 그 속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속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했다. 생각하기를 통해 지성을 교환하고 동시에 경험과 느낀 점에 대하여 서로 공감함으로써 감정을 교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술 모임은 지적 성장뿐 아니라 정신적 성장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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