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새롭게 시작하다.
"알려진 기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알려진 미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는 미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들 말이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브리핑하며 -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前 국무장관》
독서라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앎에 관한 적극적 행위입니다. 독서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내가 아는 것이 왜 옳은지 근거를 마련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식의 양은 독서의 양과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러한 독서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좁은 세계에 갇혀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는 수많은 천재와 지성인들이 우리가 전혀 알지도 못했던 세상을 그들만의 통찰로 밝혀내고 그것을 책으로 저술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책을 읽은 사람은 저자와 같은 통찰과 세상을 보는 남다른 안목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책은 지식을 기르고자 하는 이에게는 지식 습득의 기회를 줍니다. 또한, 스스로 지혜롭기를 원하는 이에게는 올바른 판단과 합리적 선택, 창조적 혁신을 위한 길을 제시해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책도 신체적, 물리적 한계로 말미암아 우리가 볼 수 있는 양은 지극히 한정적입니다.
어떤 책이 좋다고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책이 내게로 다가와 읽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는 누군가가 책을 선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 의지에 따라 책을 선택하여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이따금 잊어버리고, 내가 사는 세상과 본 책으로부터 얻은 지식과 관점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진리로 여기기도 하죠. 특히 그 사상을 서술하거나 교육받은 집단이 거대할수록 또는 저술가가 유명할수록 자신의 신념은 더욱 확고해집니다.
자신의 지식과 관점만을 두고 사물의 현상이나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오로지 그 관점으로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합니다. 이따금 내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죠. 편향적 독서 또는 (에리히 프롬이 말한) 소유적 독서 편력을 지닌 사람들조차 그럴 수 있습니다.
토론은 나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이 부딪히는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때로는 그것이 같은 세계에서 각자의 앎의 차이에 의해 승부(?)가 나기도 하지만,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관점 간의 차이로부터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토론은 그 차이나 판단의 기준점이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 또한 서로의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독서는 단순히 모른다는 사실로부터 앎을 추구하는 행위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뿐 아니라 자신이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를 인정하고 탐구하는 행위입니다. 나아가 토론은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현실 안에서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크고 작은 가치 판단과 합리적 선택에 이바지하는 더욱 적극적 행위입니다.
아는 것,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세상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내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미지의 것이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익은 벼와 같이 고개를 숙이게 하고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지금의 독서 토론 모임을 만든 까닭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입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지식에 대한 습득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지적 대화의 장, 이것이 바로 『사적인 독서』 모임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그 옛날 소크라테스를 비롯하여 지적 대화를 원하는 수많은 이들이 모이던 ‘아고라 광장’과 같이, 자신이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이러한 모임이 잘 가꿔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합니다.
※ 참여 방법
1. 자신이 선정한 책에 대하여 위의 질문을 숙고해 본다.
2. 책의 한 꼭지 정도를 발췌하거나 발췌한 부분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다른 글을 찾아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질문을 만들어 본다.
3. 읽은 책과 참여 희망 의사를 아래의 연락처로 보낸다.
-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소개와 (지금까지 자신이 읽은)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 왜 이 책을 읽는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와 계기가 있는가?
- 저자는 누구인가?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목적과 의도는 무엇일까?
-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말하는가? 또한, 이 책의 도입부 어떠한가?
-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면?
- 자신의 책으로부터 함께 이야기하고픈 부분에 대한 발췌 또는 질문?
모임 후 자료 조사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