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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Nov 06. 2019

나의 독서 모임 이야기.

13. 좋은 모임을 위한 'One Page 기획서' 작성 요령.

Photo by �� Claudio Schwarz | @purzlbaum on Unsplash


※  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모임 안에서 어떠한 가치 있는 생각들이 오고 갔느냐일 것입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토양을 만들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듯, 독서 모임 그 자체도 바로 그러한 지적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중요한 토양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에서 언급한 여러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느꼈던 생각이나 경험들을 중심으로 적은 글입니다. 이러한 글을 쓴 까닭은 독서 모임을 새롭게 만드는 분에게는 여러 모임의 형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함에 있으며, 독서 모임 진행하거나 참여하고 계신 분은 자신과 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공감을 하고 저처럼 자신의 독서 모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의도는 이러한 몇 년간의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가치 있는 사고를 위한 독서 모임」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사고 활동에 관한 인상이나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좋은 독서 모임을 만드는 방법보다도 좋은 독서 모임이 되기 위해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독서뿐 아니라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참고로 이야기는 오래 전의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쓰고 있기에 연재 중에 계속 수정되며 추가될 수 있습니다.


1부 이야기 -「1. 독서 모임을 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15

2부 이야기 - 「2. 독서 모임을 만들다.」https://brunch.co.kr/@wringkle/122

3부 이야기 - 「3. 발췌와 발제의 기준을 세우다.」https://brunch.co.kr/@wringkle/131

4부 이야기 - 「4. 안정적인 장소를 얻다.」https://brunch.co.kr/@wringkle/135

5부 이야기 - 「5. 양적으로 성장하다.」 https://brunch.co.kr/@wringkle/138

6부 이야기 - 「6. 새로운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다.」 https://brunch.co.kr/@wringkle/142

7부 이야기 - 「7. 지속성 있는 모임이 되기 위해 동아리 창단 계획을 구상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46

8부 이야기 - 「8. 난관에 빠지다.」https://brunch.co.kr/@wringkle/148

9부 이야기 - 「9. 새롭게 시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49

10부 이야기 - 「10. 도움을 받다.」https://brunch.co.kr/@wringkle/150

11부 이야기 - 「11. 도움을 주다.」https://brunch.co.kr/@wringkle/153

12부 이야기 -「12. 영화, 미술과 관련된 독서 모임을 만들다.」 https://brunch.co.kr/@wringkle/154




이번 장에서는 독서 모임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독서 모임을 비롯하여 여러 모임을 기획할 때 주로 사용하던 방법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떤 모임이든 그 모임이 초기 목적에 맞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기획이 구체적이어야 하며 둘째로는 그것을 이끄는 자의 실행 의지가 단단해야 하고 셋째로, 그 계획이 참여자들에게 공유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기획이 바르지 못하면 계획을 시시때때로 변경하게 되고 의지가 없다면 쉽게 좌초한다. 모임에 대하여 설명하지 못하면 다른 참여자들을 추구하는 방향대로 이끌기 어려워진다.


기획서 작성방법은 여러가지이다. 아마 한번이라도 기획서를 작성해본 사람은 마치 기획을 PPT 등의 템플릿에 억지로 끼워맞춰 사용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아이디어를 더 구상하기보다 이런 정형화된 템플릿에 간신히 글자를 써넣거나 디자인에 신경을 쓰다가 마감일에 맞춰 간신히 보고서를 들이밀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정형화된 기획 보고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획에 이러한 템플릿만 떠올리다보면 아이디어를 떠올려 자유롭게 스케치하도록 하기보다 이따금 기획서 작성에 지레 겁을 먹게 하고 시도하는 것 자체를 막는다. 그리고 서글프게도 이처럼 간단한 계획조차 거창한 것처럼 되어 버린다거나 기획서 자체를 너무 오랫동안 작성하면 초기에 마음먹었던 아이디어를 구현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감소하게 된다. 특히 이 장에서 예로 들고 있는 급여나 금전적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짜는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모임에 관한 밑그림을 그릴 때는 일목요연하고 구체적이되 기획 자체에 너무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 지금 서술하고자 하는 방법은 바로 그런 기획서의 밑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며, 초기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현실에 맞춰 수정해 나가고 더불어 참여자들에게 짧은 시간 안에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계획에 관해 설명할 방법이다. 해당 방식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패트릭 G. 라일리의 The One Page Proposal이라는 책에서였으며, 그 책에서 나온 방식을 나름의 경험과 모임에 맞게 수정해 나간 것이다. 한 장짜리 보고서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방법을 알고자 하는 분은 위의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The One Page Proposal'이라는 책을 참고한 만큼 지금 설명하고자 하는 기획서 작성 요령도 1장 혹은 많아도 2장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작성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 방식은 위의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바, 제안서를 읽어볼 대상이 매일 시간이 없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만든 것이지만, 이 방식은 바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나 모임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말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적합한 방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과 일목요연함이다.


누가 보더라도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알 수 있는 일목요연함은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 외에도 짧은 시간에 정보를 전달하거나 설득을 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기술이다. 그래서 이 한 장짜리 기획서에 제시하고 있는 흐름을 기억한다면,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현상에 패턴이 있음을 인지하면 쉽게 응용을 할 수 있다. 사실 과학은 자연현상의 패턴을 하나의 법칙으로 만드는 것이며, 사회 과학이나 경제학은 사회와 경제 현상의 메커니즘을 일정한 패턴으로 이해하려는 방식이다. 즉, 학문이라는 것은 결국 현실 세계의 여러 패턴을 자신의 분야에 맞춰 연구하는 것이며 패턴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획서나 혹은 대화 역시 그러한 패턴이 있으며, 이를 익히고 있다면 쉽게 응용하거나 체화할 수 있다.


글이나 말에서 일목요연함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이야 다양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교과 과정을 통해 쉽게 접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육하원칙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고 하는 육하원칙은 사실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검증된 방법이다. 이 방식은 단순한 만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며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지금껏 한 장이나 두 장으로 작성한 기획서는 이 방식을 기획서의 특성에 맞게 수정하고 궁금해할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각 부분의 자세한 사항은, 가령, 예산 계획이나 진행 방법 등에서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부분은 육하원칙의 각 부분에 ‘So what?’ 혹은 ‘How?’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즉, 이 한 장짜리 보고서는 육하원칙에 따르고 각각의 부분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기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So what’이나 ‘How’ 부분에 대한 부분을 기술할 때에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다시 하위 계층에서 육하원칙 등의 기법으로 대안이나 방법을 제시한다. 아래는 앞서 언급한 방식으로 작성한 기획서이다. 이러한 한 장짜리 기획서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인터넷에 게시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홍보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 그림 읽기』 모임
-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통한 그림 읽기 -


목적 :

책의 설명과 해당 그림이 담긴 프레젠테이션으로 미술 작품의 요모조모를 감상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안목을 높인다.


목표 :

1.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완독하고 챕터별로 요약정리한다.
2. 미술사를 통해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이해한다.
3. 감상한 예술 작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일기나 기타 형식으로 기록한다.
4. 자발적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 분석해보고 직접 미술관에 가서 그림 감상을 시도해 본다.


진행 :

0. 훑어보기 & 질문하기 : 모임 전에 가볍게 훑어보고 궁금증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1. 천천히 읽기 : 매일 아침 8시에 모여 8시 50분까지 단락별로 책을 돌아가며 낭독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주말 제외)
2. 그림 감상 : 단락이 끝날 때마다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그림을 감상한다.
3. 독서 일기 및 요약 : 책을 읽고 난 뒤 자신의 생각을 일기처럼 작성하고 요약정리한다.


운영 :

0. 모집 기간 - 201x년 x월 xx일(월) ~ x월 xx일(일)

1. 진행 기간 – 201x년 x월 xx일(월) ~ 201x년 xx월 xx일(금) (중간, 기말고사 기간 제외, 학기 중 일정 및 시간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2. 장소 – 개별 통보.
3. 인원 – 선착순 8명 + @
4. 회비 – 1만 원(가입 회비) / 예치금 - 1만 원. (총 2만 원)
※ 회비는 프린트 및 필요에 따른 콘텐츠 구매, 추후 동아리를 위한 지원 등에 이용될 예정이며 반환되지 않습니다.
※ 예치금은 무단결석 및 지각 시 차감될 금액이며 모임 종료 후 반환됩니다. 더불어 예치금에서 차감된 비용은 추후 회식 등에 이용될 예정이나 협의를 통해 조정 및 삭제될 수 있습니다. 


벌금제 :

무단결석 - 1,000원 / 지각 500원 / 한 챕터가 끝나고 요약정리 미제출 시 1,000원
※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 벌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 사정이 있어 모임 전에 알릴 경우 벌금이 없습니다.


신청 연락처 : xxx


비고 :

- 뛰어난 지식이 있는 분보다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읽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들을 모십니다.

-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대외 모집 프로그램으로 한 학기 동안 회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 추후 동아리의 운영 주체로서 함께 모임을 발전시켜나가고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를 실현해 볼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참여기간 동안 동아리 방에 비치된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와 시청각 자료를 제공하니 따로 구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는 사람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당연하지만, 무엇(What)이다. 제목이 모임의 이름을 나타내고 있다면 부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임이나 프로그램인지를 알도록 해야 한다. 제목은 흥미를 이끌 수 있도록 크게 쓸 필요가 있으며 이미 눈에 띈 상태이므로 부제는 차이가 두드러지도록 바로 아래에 작은 글씨로 기재하는 게 좋다.

목적은 육하원칙의 '왜(Why)'에 해당한다. 왜 이 모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한 문장으로 알리는 것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보다도 중요하며 그 아래의 설명을 읽고 싶게 만든다.


목적은 궁극적으로 모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하나의 과녁, 목표들의 관념이다. 목표는 목적을 읽은 사람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So what)?’를 답변하는 것이다. 즉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무엇을 실행할지를 한 문장의 표어로 정리한다. 목표는 너무 많아서는 안 되며 하나의 모임에 3~4개 정도가 적당하다.


목표를 작성했다면 각각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How to)이 필요할 것이다. 이 부분에는 모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대략 머릿속에서 어떤 식으로 시작하여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떻게 마무리가 되어 만족감을 느끼면서 돌아갈 것인지, 집에서는 다음 모임을 위하여 사람들이 무엇을 할지 상상할 시간이다. 작성은 키워드나 한 줄 정도의 문장으로 작성을 하고 키워드로 하면 그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다. 여기까지가 모임의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이 ‘무엇’이며 ‘왜’ 실행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운영은 모임 자체에 관하여 육하원칙으로 구체적이며 일목요연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So what, Why, How는 모임 진행에 관한 각 부분의 구체적인 설명이 된다. 보통은 기간(언제), 장소(어디서), 인원(누가), 회비(무엇), 페널티 등이며 페널티나 예산 계획(여기서는 빠짐)같이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빼서 기술한다.


그다음은 정말 중요한 신청에 관한 연락처를 적고 비고란을 별도로 만들어 못다 한 말을 적는다. 이것이 내가 만드는 1~2장짜리 기획서(1장으로 만든다면 비고란을 줄이거나 삭제하고 기획서의 여백이나 글자 크기, 장평, 자간 등을 조정한다)다. 대체로 이 방법으로 기획서 작성하여 모임을 진행할 때 누군가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해야 한 적은 크게 없었다.


정리하면,

- '무엇'을 '왜'하는가?
-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며, 그에 따른 진행 '방법'은 어떻게 되는가?
- 운영은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까지 '어디'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One Page 기획서는 이와 같은 기본적인 육하원칙 아래에서 각각의 부분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So what?’와 ‘How to?’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말을 할 때도 위와 같은 기준이 큰 맥락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을 숙지한다면 대화를 할 때나 자신의 계획을 설명할 때에도 비교적 만족스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참고로, 'So what?' 이나 'How' 등을 이용하여 체계적인 계층을 이루는 기획서나 보고서를 작성코자 원한다면,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이나 세계적인 회사의 컨설턴트들이 작성한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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