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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Nov 12. 2019

나의 독서 모임 이야기.

14. 계속되는 도전.

Photo by �� Claudio Schwarz | @purzlbaum on Unsplash


※  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모임 안에서 어떠한 가치 있는 생각들이 오고 갔느냐일 것입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토양을 만들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듯, 독서 모임 그 자체도 바로 그러한 지적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중요한 토양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에서 언급한 여러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느꼈던 생각이나 경험들을 중심으로 적은 글입니다. 이러한 글을 쓴 까닭은 독서 모임을 새롭게 만드는 분에게는 여러 모임의 형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함에 있으며, 독서 모임 진행하거나 참여하고 계신 분은 자신과 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공감을 하고 저처럼 자신의 독서 모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의도는 이러한 몇 년간의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가치 있는 사고를 위한 독서 모임」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사고 활동에 관한 인상이나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좋은 독서 모임을 만드는 방법보다도 좋은 독서 모임이 되기 위해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독서뿐 아니라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참고로 이야기는 오래 전의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쓰고 있기에 연재 중에 계속 수정되며 추가될 수 있습니다.


1부 이야기 -「1. 독서 모임을 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15

2부 이야기 - 「2. 독서 모임을 만들다.」https://brunch.co.kr/@wringkle/122

3부 이야기 - 「3. 발췌와 발제의 기준을 세우다.」https://brunch.co.kr/@wringkle/131

4부 이야기 - 「4. 안정적인 장소를 얻다.」https://brunch.co.kr/@wringkle/135

5부 이야기 - 「5. 양적으로 성장하다.」 https://brunch.co.kr/@wringkle/138

6부 이야기 - 「6. 새로운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다.」 https://brunch.co.kr/@wringkle/142

7부 이야기 - 「7. 지속성 있는 모임이 되기 위해 동아리 창단 계획을 구상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46

8부 이야기 - 「8. 난관에 빠지다.」https://brunch.co.kr/@wringkle/148

9부 이야기 - 「9. 새롭게 시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49

10부 이야기 - 「10. 도움을 받다.」https://brunch.co.kr/@wringkle/150

11부 이야기 - 「11. 도움을 주다.」https://brunch.co.kr/@wringkle/153

12부 이야기 -「12. 영화, 미술과 관련된 독서 모임을 만들다.」 https://brunch.co.kr/@wringkle/154

13부 이야기 -「13. 좋은 모임을 위한 'One Page 기획서' 작성 요령.https://brunch.co.kr/@wringkle/156




동아리 살림살이는 전과 마찬가지로, 그곳을 이끌어갈 재학생들의 몫이라 여겨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프로그램의 모임장으로만 활동했고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될 수 있으면 방문을 자제했다. 그렇게 어느덧 1~2년의 세월이 지났다. 동아리도 점점 인원이 불어 안정화되었다. 이제는 내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초심으로 돌아가 모임을 다시 일으켜보자고 마음을 먹고 받았던 신규 회원들조차 한두 해가 지나고 나니 학교를 떠나갔다.

시간이 흘러 진행했던 모임이 모두 끝나고 그다음 학기가 되었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생기는 조바심과 고독감 탓에 독서 모임은커녕 사람들과의 교류도 점점 멀리하고 있었다. 나이 차도 많이 나고 이제는 전처럼 반겨주는 이가 거의 없는 그곳에 발걸음을 하기가 민망해졌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새롭게 그 자리를 차지한 그들은 언제든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줄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먼저 과거의 친구들처럼 허물없이 대했다면…. 그러나 그때에는 누구도 계속 머물 수 없는 이 장소에서 모두를 떠나보내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수 있도록 이곳을 완전히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이따금 동아리를 만들면서 노력했던 수많은 열정과 그곳이 무너져 갈 때 다시 다른 동료와 모여 노력했던 시절이 그리웠다. 이제는 나를 찾는 이도 없었고 나 역시 이곳에 더는 마음을 두고 싶지 않았다. 몸담았던 공간을 빠져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세대교체가 빠른 곳에서는 한 학기, 두 학기가 지나가면 과거의 사람은 학교를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니 그저 나만 조용히 빠져나오면 되는 일이었다. 그들과 주변 환경은 결코 문제가 없었다. 그저 계절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어 가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의 문제였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고도 조용하게 그곳을 나왔다. 누구도 프로그램 진행을 요청하지 않았기에 독서 프로그램 또한 진행하지 않게 되었다.

고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던 임재범 노래의 가사처럼 이 시기의 고독감은 우울함이나 방황을 주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내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충분히 사색할 시간을 주었다는 것과 더불어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 그러했다. 나만의 글을 만들고자 교양과 지식을 갖추고자 시작한 여러 독서 모임이, 반환점을 돌아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하기 전으로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8년가량을 돌아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씁쓸함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해왔던 독서라는 행위가 글쓰기의 본질에서 벗어난 변죽만을 올린 결과이며 우물쭈물함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이따금 들었기 때문이다. 고독감이 우울과 함께 찾아올 때면, 이런 생각들이 무의식의 심연을 뚫고 나 자신도 어찌할 도리 없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글쟁이가 되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도 중요하지만, 일단 써 내려가야 했다. 그래야 밥벌이라도 할 수 있었다. 밥벌이로서의 글쓰기도 제대로 못 하면서 그동안 독서와 모임에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에는 필시 딜레탕트적(예술이나 학문 따위를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 삼아 하는. 또는 그런 것) 지식인으로서의 만족감을 충족하고 싶어서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른 생각을 해보면, 그때는 글을 쓰는 게 두려움이었던 시절이었다. 멋지고 완벽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의 짐이 되던 시기였다. 거기에 나이 먹음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방황의 시기에 시간을 채우려면 무엇이라도 해야 했고 그것이 때마침 독서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이러한 불안한 마음이 독서 모임을 비롯하여 기존의 모든 것을 단절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이 시기의 나는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해서 바로 새로운 직업을 찾기란 어려운 것처럼, 바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동안 거의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독서 프로그램과 같은 것을 하지 않으니 공허함이 밀려왔다. 모임을 쉰다고 해서 그만큼의 시간을 모두 독서나 글쓰기에 할애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지났다.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일어나던 삶도, 아무것도 하지 않자 점점 뒤로 밀려나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에서야 일어났다. 점심 가까이 되어 일어나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한숨이 밀려왔다. 이대로 가다간 그동안 노력했던 모든 것들조차 무의미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하루의 시간 동안 각 부분에 의미를 채워가야만 했다. 그러려면 반드시 아침을 바로 세워야 했다. 아침을 바로 세우려면 취침 시간을 관리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 어떻게든 중심을 세우려고 발버둥을 쳐야만 했다. 살려면, 살아가려면,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아침을 바로 세울 방법은 무엇일까? 나 혼자서는 의지가 부족하여 잘 안될 테니, 나 자신이 빠져 도망칠 수 없는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야 했다. 직업이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모임'이었다.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아침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모임을 고민했다. 일단 나의 글쓰기에 계속 도움을 주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둘째는 주변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두는 모임이었으면 했다. 처음에는 글쓰기 모임 인원을 모집했으나, 매일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아침 기상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모집하고 모임을 장작 삼아 아침을 관리하고 더불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 될 거 같았다. 그렇게 만든 것이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아침 기상 프로젝트였다. 이와 동시에 자기 전에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심야 모임을 모집했다. 아래는 그중에서 아침 기상 프로젝트 모집 글의 일부이다. 


<당시 아침 기상 프로젝트 모집 글>

아침 기상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실 분!

"아침형 인간의 장점은 자신이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을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어떤 코미디언이 이런 말을 했다죠? 이러한 말에 일부 동의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패턴을 볼 때면, 이러한 자화자찬 이외에도 장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저녁에는 다른 사람의 연락이 많이 오고, 술자리가 있을 수 있으며, 저같이 유튜브에 빠져 여러 동영상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보는 경우도 있죠.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한 해 동안 목표로 한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가 활동의 자유나 즐거움도 있어야지만, 저녁 시간을 활용할 어떤 계획을 세운다면, 이러한 일들은 분명히 독이 되는 거죠.

아침에는 이러한 일들이 비교적 적습니다. 모두가 자는 시간이라 연락 올 일이 적고, 새벽에 부르지 않는 이상 술자리를 가질 염려도 없으며, 새로운 하루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를 좀 더 고취할 수 있는 ‘초심 효과’가 있을 수 있죠. 물론 잠을 이겨낼 수 있거나 계획한 시간에 맞춰 잠을 주무신다면요!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이다. 즉 탁월함은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아침 5시 프로젝트를 하고 가장 좋은 점은 탁월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누구에게서 간섭받지 않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죠. 제 기준으로 아침 5시 기상 이후 아침의 일들을 보면,


5시 ~ 5시 30분

1. 얼굴에 물을 묻히기: 세수는 정신을 차리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의식적인 일(리추얼)입니다.

2. 물 한잔과 함께 아침에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기: 몸을 움직여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는 행위입니다.

3. 식사와 함께 커피를 내리기


5시 30분 ~ 9

4. 아침에 할 일들을 카톡방에 브리핑하기

5. 1시간~1시간 30분가량 글쓰기 또는 책을 읽기

6. 1시간가량 운동하기

7. 샤워 후 모임 전 영어 예습 및 복습


이렇게 되네요. 이러한 활동의 다른 좋은 점 중 하나는 그다음 활동을 예측할 수 있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깨어 있는 정신이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 몽롱한 정신으로 그다음 일정에 허둥지둥할 일이 거의 없죠. 


저희 모임의 기본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침 7시 전에 일어나 아침에 할 일을 카톡으로 남긴다.

전날에 일이 있어서 일어나기 어려운 분은 사전에 단톡방에 카톡을 보낸다.

2. 정신을 차리기 위한 의식적인 행위를 한다. ex) 머리 감고 오기샤워하기커피 한잔하기 등.

3. 자신이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차원에서 사진을 찍어 업로드한다.

4. 아직 깨지 않은 것 같은 사람은 보이스 톡이나 페이스 톡을 보내어 깨운다. (참여 인원이 6명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제가 하고 있습니다!)

5. 아침 계획 이외에도 자신이 목표한 일에 대한 하루의 계획을 지속적으로 카톡방에 남긴다.


아침 기상 프로젝트의 모임은 일단 예비로 "습관 형성을 위한 5주 계획"이라는 목표를 두고 있으며 이후에도 계속하시는 분이 저를 제외한 한 분이라도 계시거든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따로 벌금제 같은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 하시다가 혹시 사정이 생기시거나 힘드시면 제게 말씀해주시고 단톡방을 퇴장하시면 되고요. 더불어 비단 자신이 아침뿐 아니라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게 있다면 자유롭게 자신의 계획을 카톡방에 '선언'의 의미로 남겨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카톡 ID : xxxxxx 로 연락 주세요!






아침 기상 프로그램은 독서 동아리를 완전히 나온 이후의 황폐해진 내 삶의 방향을 잡는 데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첫째는 아침을 일찍 일어나게 됨에 따라 규칙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둘째는 그 프로그램 안에서 참여자들에게 요청했던 일기 쓰기를 매일 꾸준히 함에 따라 다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셋째는 꾸준히 의식적으로 글을 쓰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었다.      

분량을 정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략 4000~5000자 이상의 글을 매일 써 내려갔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길게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단지 하루를 어떻게 알차게 보냈는지를 사실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했음"과 같은 음슴체를 활용하여 글을 썼다. 그러다가 하루의 일들에 점차 의미를 부여하게 되자 글이 점점 더 길어지게 되었다. 하나의 관념에 대하여 의미는 의식의 꼬리를 물고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이 시절의 음슴체는 글쓰기의 무거움을 덜어버리려고 활용하기도 했는데, 글쓰기가 재밌어지자 더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약 세 달간 적어나간 글들은 단순히 서랍에만 둘 것이 아니라 브런치를 이용하여 꾸준히 올리고 정리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그 글이 바로 브런치에 게재한 「조이스 씨, 제 인생은 살기 적절한가요?」라는 제목의 연재분이다. 이 제목은 율리시스의 저자 제임스 조이스의 숙모가 그의 책을 읽고 나서, 읽기 적절치 않다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한 말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숙모에게 "율리시스가 읽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인생은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책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이루어졌고 때마침 내 글도 그런 방식을 추구하며, 나의 인생에 대한 글을 쓴 것이니 이쯤이면 살기에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서 붙인 제목이었다. 물론 그리 대단치 않은 글이라, 조이스가 와서 본다면 다른 의미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이러한 아침에 대한 기준이 잡히자, 다른 일들은 그 시간을 기준으로 다음 일들을 차례대로 계획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나 자신이 아침 기상이라는 다짐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스스로 책임감을 주는 행동을 했는데, 그중에 하나는 20명가량 되는 참여자 모두에게 매일 모닝콜을 준 것이었다. 그 자체로는 시간 관리에 비효율적이었을는지는 몰라도, 모닝콜을 위해서는 반드시 아침에 먼저 일어나야 했기에 매일 부지런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좋은 점은 그뿐만 아니었다. 이 모임은 끝나고서도 새로운 모임에 관한 통찰을 주었다. 글쓰기와 독서를 병행할 수 있는 모임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게 된 것이다. 나의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면서 아침의 기준을 세워주고 모두에게 흥미로울 수 있는 모임이라는 방향 설정을 하게 된 것이다. 기존의 모임이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라는 이름으로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이었고 그로 인하여 모임의 운영자로서 자신의 발언(이익)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이번은 나의 이익과 모두의 이익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 목표는 대체로 이러했다.


1. 독서와 글쓰기를 기반으로 하는 아침 모임을 만들자.
2. 모임에서 기록을 꾸준히 남기도록 하자.
3.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발행할 수 있게 서로 도와주는 모임을 만들자!" 

어떻게 보면 아침 기상 모임과 과거에 동아리로 복귀하면서 만들었던 묵독 모임, 그리고 글쓰기 아이디어를 병행한 모임이었다. 계획서를 작성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내 생각이 담긴 글을 남겼다.




아침에 함께 글쓰기나 책 읽기를 하실 분 계실까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언가 할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서 쉽게 도망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죠. 할 일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며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어느 시간에서나 계획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죠. 여기에 더해 할 일을 의식적으로 매일 반복하게 되면, 탁월해짐과 동시에 의미를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의미가 된다'라고 말하지 않고 '의미를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씀드린 까닭은 어떠한 반복적인 일이 무의미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게 됨에 따른 의미는 자기 스스로 찾아 부여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사실 부여하지 못하면 그 무엇도 오래 지속할 수 없게 되죠.

  아침에 다양한 일을 해보았습니다. 아침 운동, 독서, 영어 등등, 모든 것들이 다 의미 있었고 계속 함에 따라 탁월해졌죠. 아침에 이러한 일들을 함에 따라 그 이후의 아침 시간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집에만 있었다면 아마도 아침 내내 뭉그적 대다가 오전이 끝날 무렵에야 나와서 무언가를 했을 텐데, 이것들을 하고서 바로 씻고 다음 일을 준비하면 되었으니까요. 함께 하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처럼 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일들을 다른 분들과 함께 해 오면서 많은 능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해왔던 분들에게 너무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침은 아침 잠의 괴로움만 없앤다면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저녁처럼 술자리나 회식의 유혹에 시달릴 필요도 없죠. 그래서 저는 모임을 모집할 때 아침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침에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한 가지를 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생산적인 삶뿐만 아니라 진짜로 생산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바로 '글쓰기 모임'입니다.  
  모임은 단순히 글을 쓰고 서랍장에 넣어 두는 모임이 아니라, 정말 뭔가 생산하는 모임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브런치나 블로그를 통해 직접 발행을 해보고 꾸준히 연재를 하는 일까지 해보는 거죠. 도움이 필요하시면 도와드릴게요! 함께 뭔가를 이뤄봐요! 

※ 순수하게 독서와 글쓰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입니다. 다른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 기간 : x월 ~x월 (주간만 운영) 
▷ 시간 : 오전 8시 ~ 10시 까지.
▷ 방법: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참여 가능시 신청 가능.
▷ 대상: 제한 조건 없음(외부 인원 참석 가능)
▷ 회비: x만원 
▷ 벌금제: 통보 결석 시 xxxx원, 무통보 결석 시 xxxx원, 지각 시 xxx원. 
    (벌금은 모아 회식에 사용할 예정이며 모임이 끝나고 나머지 비용은 개별적으로 돌려드림.)
▷ 장소: 오리엔테이션 이후 개별 통보.
▷ 카카오톡 연락처: 
※ 신청 시 "《아침 글쓰기 - 학과, 성함, 주말을 제외한 3일 이상 참여 가능한 요일》"을 카톡으로 보내주세요.

▷ 비고

- 책을 읽고 싶은데, 책만 들면 머리가 멍해지는 분 환영입니다. 
- 글을 쓰고 싶은데, 펜만 들면 하얗게 변하는 분들도 환영입니다.
- 아침에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은 분이나 게을러서 뭔가라도 필요한 분들도 환영합니다.
- 순수하게 독서와 글쓰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입니다. 다른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 모임은 다음 주 x월 xx일 월요일부터 진행 예정입니다.




동아리를 완전히 떠난 이후에는 모임을 도와줄 사람도 없었기에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동아리 시절에는 모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인원 모집 때마다 꽤 많은 수의 인원이 몰려들었지만, 아무것도 없이 홍보하는 것은 독서 모임을 처음 시도했던 그 시절처럼 맨땅에 헤딩해야 했다.      

그때는 혼자서 모임의 준비에서부터 홍보, 인원관리까지 모두 도맡아 했던 시절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쉽지 않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결국 동아리가 되지 않았던가? 그러한 성공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가장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꾸준함의 미덕을 발견하지 않았던가? 그 미덕의 경험으로 인하여 기다려도 사람이 모이지 않는 것 정도는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일주일 정도 공고 모집을 하니 두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 사람은 22살의 학생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전에 함께 미술사 모임을 했던 누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더 연락이 왔다. 그리하여 총 다섯 명이 매일 아침 모임에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모임의 기본 방식은 예전의 묵독 모임처럼 25분 진행과 5분 휴식을 병행하는 포모도로 방식을 유지했고 남은 약 30분 혹은 여유 시간 동안 책을 보고 떠오른 생각에 관하여 자유토론을 하거나 읽은 책을 소개하도록 했다. 기존의 묵독 방식과의 차이를 보자면, 아침 일찍 진행한다는 점, 동아리보다는 좀 더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책을 읽다가도 어떤 생각에 미치면 지나치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토론을 하도록 유도했다. 도서관식 접근법이 아니라, 카페식 접근법이었다. 커피숍에 온 사람들은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옆에서 누군가가 대화하든 말든 자신의 상관하지 않는다. 타인의 대화를 화이트 노이즈 삼아 자기 일에 집중한다. 모임은 시종일관 그러한 분위기를 추구했다. 더불어 커피숍과 같은 재즈 음악은 모임의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줬다.

이 모임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해야 할 세 가지 덕목이라던 다독, 다작, 다상량을 완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 참여자들에게는 양질의 도서를 꾸준히 읽을 수 있도록 유도했고 나는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토론을 통해 폭넓은 생각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독서와 토론을 통해 발견한 생각들은 다시 글쓰기로 이어졌다. 


그렇게,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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