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이 있다면, 노한류도 있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13화]
*이전 글은 앞선 브런치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일본은 이듬해 한국에 반도체 핵심 소재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고,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배상금 지급 판결에 대한 경제 제재였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일본 상품을 불매하는 '노재팬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제국주의 시절 일본 정부와 기업은 한국 여성을 속여 성과 노동을 강제로 착취했다. 그런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는커녕 뻔뻔하게 경제 제재로 자기네들의 과오를 부정했다. '노재팬 운동'은 제국주의 시절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은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이었다.
'노재팬 운동'은 어떠한 법과 제도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 강제로 성노동을 착취당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만행에서 불거진 운동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도 동남아시아 여성의 노동력을 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착취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기 때문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발의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이 얼마 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게 한 내용이 논란이었다. 조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젊은 부부에게 가사도우미가 절실하다면서 싱가포르 가정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조 의원은 싱가포르에서 15년 넘게 일한 필리핀 여성과 나눈 대화를 언급했다. 여성의 말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 덕분에 가족도 부양하고 집도 살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처음으로 언급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사도우미의 월급에 대해 "월 100만 원 정도가 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이나 오세훈 시장의 주장처럼 저렴한 값에 동남아시아 출신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면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이 놓치는 것이 하나 있다.
동남아시아는 한류가 가장 많이 사랑받는 곳이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곳이다. 그런 동남아시아 출신 가사도우미가 한국에서 최저임금법도 적용받지 못한 채 돈을 벌었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고국에 집도 사고 중산층도 됐다. 가사도우미의 형제와 자녀들은 과연 그 돈으로 한류를 소비하려고 할까? 여러분들이라면 내 형제가 먼 타국에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고된 일을 하며 번 돈으로 그 나라 문화를 소비하려고 하겠는가? 싱가포르에서 일했다던 필리핀 여성처럼 어쨌든 당장은 돈을 버니까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훗날 한국 기업과 엔터사는 최저임금도 주지 못한 나라의 기업이라며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다.
법과 제도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 채 강제로 성과 노동을 착취했던 일본을 향해 '노재팬 운동'이 일어났다면 법을 피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한국에게도 '노한류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연말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차별금지 협약 위반 여지가 있어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준비 중에 있지만, 여전히 정치인들은 어떻게 하면 적게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노한류 운동'도 보게 되지 않을까.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12화: 세계는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은 세계를 차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