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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Nov 10. 2023

글로벌 한류팬은 기후악당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15화]

화력발전소로부터 맹방해변을 지키는 글로벌 K팝 팬, 케팝포플래닛


 OECD 회원국 중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1위, OECD 회원국 중 1인당 탄소배출량 5위,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탄소배출량 세계 10위. 그동안 한국이 세운 기록들이다.


 해외에서 한국은 이미 기후 악당 국가로 불리고 있지만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카페나 식당 등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려던 정책이 연장됐다. 이로써 카페나 식당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이 계속 사용될 전망이다. 참고로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 국가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립하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1·2기가 들어섰고, 2023년 말 또는 2024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24년 4월에는 삼척 화력발전소 1·2기가 준공될 예정이다. 그 밖에도 경남 고성에 2기, 충남 서천에 1기 등 총 7기의 화력발전소가 신규 건립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발전소 확대 기조로 돌아섰다. 2023년 초 난방비가 급등하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탈원전 정책 폐기에 힘을 실었다. 2023년 1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을 좀 더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탈원전 정책 폐기에 쐐기를 박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3.9%,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30.2%로 설정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원전 발전량을 32.4%까지 끌어올리고, 신재생 비중은 21.6%로 줄이기로 했다. 한국은 화력·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전 세계 국가들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신재생 에너지에 더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다수당으로서의 강력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20대 대선에서도 탈원전을 주장했던 이재명 후보는 원전을 줄이는 것으로 공약을 후퇴했다. 


 기후 악당을 자처한 한국 정부와 무관심한 제1 야당에 국내 환경 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데 최근 기후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곳에서도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바로 글로벌 K팝 팬들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글로벌 K팝 팬들의 기후 행동 플랫폼이다. 한국, 미주,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K팝 팬들로 구성된 케이팝포플래닛은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글로벌 이슈인 기후위기에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국내 엔터사는 환경오염의 범인이 되고 있다. 스트리밍이 보편화되면서 글로벌 실물 음반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국내 앨범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4,170만 장이 팔린 국내 앨범 시장은 2021년 5,708만 장, 2022년 7,711만 장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실물 음반 시장과 달리 국내 앨범 시장이 역성장한 이유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음반에 담긴 K팝 아티스트의 굿즈 소유, 팬사인회 참여, 음반 차트 반영 등을 위해 팬들이 구매하면서 국내 앨범 시장은 더 성장했다. 문제는 앨범과 각종 굿즈가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소각 시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한다는 점이다. 이에 2021년 97개 국가의 글로벌 K팝 팬 1만여 명은 국내 엔터사가 기후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세계적인 스타들은 이미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밴드 '콜드플레이'는 2019년 "월드투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콘서트를 중단하겠다"는 파격 선언을 했다. 2021년부터 재개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장 곳곳에는 태양광 타일이 붙었고, 관객석에는 관객이 뛸 때마다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됐다. 또 '빌리 아일리시'는 공연장에서 팬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은 100%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음원 플랫폼은 여전히 화석 연료에서 전력을 얻고 있다. 


 지속 가능한 K팝을 만들자는 글로벌 K팝 팬들의 요구와 이미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나선 글로벌 팝스타, 음원 플랫폼사에 국내 엔터사도 최근 들어 변화하고 있다. YG, SM은 아티스트의 앨범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고, JYP는 국내 엔터사로는 처음으로 사용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을 이행했다.


 글로벌 K팝 팬들은 엔터사를 넘어 한국 정부에도 환경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의 회원은 새로 건립되고 있는 삼척화력발전소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맹방해변에서 진행했다. 맹방해면은 BTS의 '버터' 앨범 사진에 등장하는 곳으로 삼척화력발전소와 불과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세이브 더 버터 비치' 캠페인을 통해 맹방해변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한국 정부에게 미래세대와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행동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K팝이 전 세계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수록 국내 엔터사와 한국 정부의 책임은 더욱 커질 것이다. 팬 없는 아티스트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 K팝 아티스트들이 미래에도 글로벌 팬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와 엔터사 나아가 한국 정부까지 기후문제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기후 악당을 자처한다면 한국 정부는 한류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12화: 세계는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은 세계를 차별한다.
13화: 노재팬이 있다면, 노한류도 있다.
14화: 한류를 감당하기에 너무 후진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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