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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Nov 17. 2023

글로벌 시험대에 오른 한류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16화]

킹더랜드 제작사 사과문, 출처. JTBC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한류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한류는 글로벌 OTT·음원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화 됐지만, 글로벌화를 따라가지 못한 일부 제작진들이 만든 K콘텐츠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꼭 제작진만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원초적인 책임은 한국인의 세계관을 글로벌화시키지 못한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해보도록 하자.)


 한류는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던 1세대 한류와 글로벌하게 소비되는 2세대 한류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라는 좁은 세계관에 갇혀 1세대 한류를 만들던 제작진들이 갑작스러운 한류의 글로벌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국내에서 화제였던 연애 리얼리티쇼 ‘솔로지옥’은 해외에서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한국인 남성 출연자들이 여성 출연자의 피부를 평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 남성 출연자는 여성 출연자에 대해 "피부가 하얗고, 순수해 보인다.", "피부가 하얀 톤인 사람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하얀 피부에 대해 선망 의식이 있던 한국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를 본 외국인 시청자들은 한국인의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 대해 비판했다. 해외에서는 피부에 대한 평가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가급적 언급을 안 하기 때문이다. 


 요리 사업가 백종원 씨가 출연한 ‘장사 천재 백사장’은 이슬람 문화를 희화화하는 듯한 연출로 인해 비판을 받았다. 촬영차 모로코를 방문한 출연진들이 무슬림이 기도하는 장면을 보고 웃은 것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기도하는 사람과 제작진을 오해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기도를 신성하게 여기는 이슬람 문화에서 충분히 비판할 만한 장면이었다.


 드라마 ‘킹더랜드’도 아랍 문화를 왜곡해 논란을 빚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랍권 왕자를 유흥을 즐기고 추파를 던지는 인물로 묘사하면서 아랍권 시청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킹더랜드’ 측은 아랍 문화를 희화화할 의도가 없었다며 즉각 사과문을 게재했다. 남아메리카 국가 수리남은 넷플릭스 화제작 '수리남' 제작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드라마가 수리남을 '마약 국가'라는 편견을 조장했다는 이유였다. 수리남 람딘 외교부 장관은 "수리남은 드라마와 달리 마약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에도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수 노라조의 노래 ‘카레’는 발매 10년 만에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K팝 스타 세븐틴이 네이버 V라이브에서 ‘카레’를 불렀는데 이를 접한 인도 팬들이 ‘카레’ 가사가 인도 문화를 희화화했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노라조는 결국 사과했다.


 10년 전에는 아무 일 없이 발매됐던 노래와 한국인의 미의 기준이 느닷없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것은 한류가 더 이상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문화가 아님을 뜻한다. 글로벌 마인드가 부재한 채 한국의 관점으로 K콘텐츠를 제작한다면 더 많은 비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한류는 이제 글로벌 시험대에 올랐다.


 한류가 전 세계인으로부터 계속해서 사랑받기 위해서는 한국 중심의 폐쇄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이는 K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의 몫이 아니다. 정치의 영역이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12화: 세계는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은 세계를 차별한다.
13화: 노재팬이 있다면, 노한류도 있다.
14화: 한류를 감당하기에 너무 후진 한국 정치.
15화: 글로벌 한류팬은 기후악당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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