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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Dec 01. 2023

폐쇄적인 정치 때문에, K팝은 반짝이다 망할 거예요.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18화]

캐나타 저스틴 트뤼도 내각

 한류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치가 변해야 한다. 앞서 홍콩과 일본의 문화가 몰락한 이유가 정치 때문이었다. 한국 정치는 외국인과 외국 문화에 대해 배타적일뿐더러 기후위기, 난민, 전쟁 등 국제 사회에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 지금처럼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고, 국제 사회에 무관심하다면 한류는 더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간의 주장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국 정치가 다양성을 수용하고 국제무대에서 책임지는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그 시작은 의회 구성에서 출발한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면서 공산당이라는 일당체제 지휘 아래 놓이게 됐다. 중국과 달리 일본은 야당이 존재한다. 하지만 일본 의회 역사상 야당의 존재감은 미미했고, 자민당이 60년 넘게 독주했다. 게다가 일본 정치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정치로 몰락했다. 일본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5세로 세계에서 2번째로 높았다. 여성 의원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폐쇄적인 의회가 운영하는 정치는 당시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홍콩과 일본 문화를 몰락시키는 계기가 됐다. 


 반면 서양 문화는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K팝이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문화라고 하더라도 결국 평가의 기준은 빌보드, 넷플릭스, 아카데미 시상식 등이다. 세계 패권을 영어권 국가가 잡고 있고, 세계화의 시작이 서구 사회였으며, 달러가 기축통화인 세상에서 이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서구 국가의 의회 구성은 한국, 일본, 홍콩과 달리 다당제로 운영된다.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가진 정당들이 함께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을 이끌고 있는 독일은 현재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연합해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세 정당은 각기 추구하는 정책과 이념이 다르다. 가령 사민당과 녹색당은 소득세와 상속세율 인상에 찬성하지만 자민당은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연합정부를 구성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독일 의회는 시민권 취득 조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논의 중에 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시민권 취득 조건을 강화하는 유럽의 다른 국가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유럽을 이끄는 건 독일이다.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대사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의 힘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양당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50대 이상 아저씨들'로 구성된 한국이나 일본의 양당제와 달리 영국의 양당제에서는 다양성이 돋보인다. 영국 총리인 리시 수낙은 인도계 출신이다. 인도 출신답게 종교도 힌두교다. 성공회가 국교인 영국에서 힌두교도가 총리가 된 것이다. 또 여왕의 나라답게 마가릿 대처와 같은 성공한 여성 정치인도 있다. 한국에서 힌두교도가 혹은 외국 출신 사람이 총리에 오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한국에서 외국인 출신의 정치인은 딱 두 명 있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자스민 의원은 국회 입성 후부터 지금까지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인요한 국민의힘 전 혁신위원장이다. 인 위원장은 외국인 출신이라고 할 수도 없다. 4대째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의 할머니는 1899년 목포, 아버지는 1962년 군산, 그리고 본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자랐다. 그런 그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외국인 취급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말을 유창하는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하며 "한국어 뉘앙스를 알아듣지 못하지 않나",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 등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한국 정치에서 외국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미국 역시 양당제가 굳건한 나라다. 그러나 정치인의 구성을 보면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흑인 출신 최초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카멀레 해리스 부통령도 흑인이다. 국가수반 자리를 흑인이 차지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최초였지만 미국 의회나 주요 시장직에 진출한 흑인들은 그전부터 많았다. 또 미국 의회는 백인과 흑인 외에도 히스패닉, 아랍계, 아시안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힙합과 R&B가 미국의 주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다.


 2015년 캐나다 총리도 당선된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첫 내각을 남녀 동수로 구성했다. 게다가 장애인·난민·원주민·성소수자 출신의 장관도 등용했다.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로 내각을 꾸린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트뤼도의 대답은 간결하고 명쾌했다.


"2015년이니까요."

 그는 다문화 사회인 캐나다의 모습을 의회에 반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구 국가에서는 여성 정치인의 활약도 돋보인다. 최선 선거에서 패배하며 물러난 핀란드 마린 총리는 2019년 34살의 나이에 총리직을 맡았다. 전 세계 최연소 총리였다. 마린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의 나토 가입 추진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23년 1월에 사퇴한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 최연소 총리였다. 그녀는 총기 규제 강화, 초기 코로나19 대응, 혐오 발언 규제 등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며 뉴질랜드를 이끌었다. 아던 총리는 사퇴 후에도 온라인 극단주의 대응 특사를 맡아 온라인 혐오세력과의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성별·종교·장애·출신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의회에 진출하며, 다당제로 구성된 의회는 다양성에서 나오는 힘을 토대로 세계를 이끌고 있다. 한때 세계를 휩쓸었던 홍콩과 일본 문화는 한류에게 그 자리를 내어줬다. 비틀스도 BTS, 블랙핑크에게 자리를 내어줬으나 여전히 세계 문화의 중심은 할리우드, 아카데미 시상식이며, 세계인은 넷플릭스와 애플 뮤직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 나라가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폐쇄적으로 구성된 의회, 외국인과 외국 문화를 배타적으로 대하는 정치인이 가득한 나라의 문화 플랫폼에서 누가 소비하려고 할까. K팝이 세계 문화를 선도할 수는 있어도 세계인은 서양 플랫폼에서 문화를 소비할 것이다. 한류의 말로는 아카데미나 넷플릭스가 아니라 홍콩과 일본일 것이다.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12화: 세계는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은 세계를 차별한다.
13화: 노재팬이 있다면, 노한류도 있다.
14화: 한류를 감당하기에 너무 후진 한국 정치.
15화: 글로벌 한류팬은 기후악당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16화: 글로벌 시험대에 오른 한류
17화: 한류의 미래는 다양성에 달렸다.

 

이전 05화 한류의 미래는 다양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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