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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Dec 08. 2023

세계 시장과 거래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19화]

 혹자는 한류와 정치가 무슨 관계겠냐고 하겠지만 한류의 미래가 정치에 달렸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게 내 주장이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폐쇄적인 의회를 가진 홍콩과 일본의 문화는 한때 반짝였지만 결국 저물었다. 반면 다양성을 수용한 서구 문화는 꾸준히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분법 세계관에 갇힌 50대 아저씨들이 대거 장악한 한국 의회가 계속 유지된다면 한류도 반짝이고 질 것이다.


 반짝이다 망하는 건 한류만이 아닐 것이다. 폐쇄적인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글의 맨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국내 우수한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꺼려하고,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머릿속에 글로벌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폐쇄적인 정치 때문이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이분법 세계관에 갇힌 한국 정치는 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늘 저울질한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중국과의 사이가 틀어지고 미국과 가까워진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중국에서 한한령이 선포됐다. 한한령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한국 기업의 중국 내 활동이 위축됐다. 또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또 한 번 틀어졌다. 반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보수 정권보다는 비교적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둘 중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려는 게 아니다. 둘 다 틀렸다. 정치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저울질하자 경제도 양국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13억 인구 시장을 보유한 인도 시장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인도 수출 비중은 고작 2~3%에 불과하다. 인도는 2022년 한국 무역 흑자 교역국 5위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의 대인도 무역수지는 99억 8천만 달러로 1위인 베트남(342억 5천만 달러)과 비교하면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베트남 인구가 1억이 채 되지 않는 걸 감안하면 13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와의 무역은 거의 안 한 것과 다름이 없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은 최근에서야 인도 현지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코로나19 이후 뒤늦게 수출 다각화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세계 인구 4위인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규모도 약 193억 달러(2021년 기준)로 우리나라 무역 규모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반면 무역 규모 1위인 중국(3,015억 달러)과 2위인 미국(1,691억 달러)의 합은 3위부터 14위 국가까지 합친 규모와 비슷했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두 국가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미국과 중국만 쳐다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임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을 주요 파트너로 두되 더 다양한 국가와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 경제는 특정 국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로 중국이 봉쇄령을 내리자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급감했다. 두 기업의 전체 해외 매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수출 다각화에 나섰지만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나머지 아직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요소수·팜유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수입을 의존했던 나머지 피해를 입어야 했다. 


 인도는 13억의 시장을 보유한 세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큰 나라다. 이슬람 인구는 전 세계 25%를 차지한다. 또 최근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 경제는 인도, 이슬람, 아프리카 시장은 거들 떠 보지도 않은 채 미국과 중국만을 쳐다봐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큰 시장들과 교류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있다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정치 때문이다. 다른 국가와의 정치적 교류가 없으니 경제적 교류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이분법 세계관에 갇힌 50대 아저씨들이 운영하는 폐쇄적인 정치가 계속되는 한 반짝이다 저무는 것은 한류뿐만이 아닐 것이다. 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을 머뭇거리고, 청년들의 머릿속에는 국내 시장만이 존재할 것이다. 폐쇄적인 정치의 한계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12화: 세계는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은 세계를 차별한다.
13화: 노재팬이 있다면, 노한류도 있다.
14화: 한류를 감당하기에 너무 후진 한국 정치.
15화: 글로벌 한류팬은 기후악당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16화: 글로벌 시험대에 오른 한류
17화: 한류의 미래는 다양성에 달렸다.
18화: 폐쇄적인 정치 때문에, K팝은 반짝이다 망할 거예요.


이전 06화 폐쇄적인 정치 때문에, K팝은 반짝이다 망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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