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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Nov 03. 2023

한류를 감당하기에 너무 후진 한국 정치.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14화]

2020년 베를린에서 일어난 난민 수용 촉구 시위, AFP연합뉴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다. 군사력, 경제력 등의 하드파워가 여전히 국제관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최근에는 문화나 외교 정책 등 소프트파워가 미치는 영향력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다시 말해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될수록 한국의 책임도 커질 것이란 얘기다. 한국은 하드파워 면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2020년 한국 국방예산은 처음으로 50조를 돌파하며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에 올랐다. 또 같은 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G7 국가인 이탈리아를 앞질렀다. (현재는 다시 이탈리아에 뒤쳐진 상태다.) 


 한국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두루 갖춘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이 가진 힘만큼 책임을 지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국제 관계에서 한국이 책임지는 모습은 희미하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국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요청하는 화상 연설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 국회의원은 전체 300명 중 고작 60여 명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한 달 앞서 진행된 미국 상·하원 합동 화상 연설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참석해 의회 강당을 가득 메웠다. 영국 의회는 사상 처음으로 하원 회의장을 외국 정상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내줬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자리에 참석했다. 일본 의회 연설에서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여·야 의원 모두 합쳐 고작 60여 명 남짓 참여한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되려 윤석열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분쟁 개입”이라며 경고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흡수하는 걸 반대한다는 의미였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에 강도 높게 비판했고, 한·중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또 윤 대통령은 UAE를 순방하던 중 아크부대를 찾아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말해 이란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간섭으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오히려 이란이 오해했다며 이란의 탓으로 돌렸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란은 한국과 수교한 지 60년이 넘었으며 서울과 테헤란에 각각 테헤란로와 서울로가 있을 정도로 이란은 중동 외교의 핵심 국가다. 또 2007년 이란에서 '대장금'이 방영될 당시 시청률이 90%에 달했을 정도로 이란은 한류를 일찍 수입한 나라다. 그런 이란이 망언을 쏟아낸 대통령과 대통령을 두둔한 나라의 문화를 앞으로도 소비하려 할까?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하면서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세계 정상들은 난민 수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유럽은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한국에게도 책임이 따랐다. 당시 주한 미군이 아프간 난민 수용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공개적으로 난민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난민 수용에 굉장히 까다로운 나라에 속한다. 한국으로 난민 신청한 사람 중 절반이 심사조차 받질 못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징집령을 내린 러시아를 피해 한국으로 난민 신청을 한 러시아 청년들에게도 한국은 심사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국 정치인과 언론은 한국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세계 순위권에 오를 때면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라며 자축한다. 또 한류의 세계적인 영향력에 많은 정치인들이 묻어가려 한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한국이 가진 힘만큼의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국제관계, 전쟁, 난민 등 국제 정세에 지나칠 만큼 무관심하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다. 선진국 대열에 오른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무책임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류 역시 휘청거릴 것이다. 벌써부터 한국은 글로벌 한류 팬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12화: 세계는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은 세계를 차별한다.
13화: 노재팬이 있다면, 노한류도 있다.


이전 01화 노재팬이 있다면, 노한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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