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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 야야뚜레 Nov 29. 2023

'팬'이 된다는 것을 너무 단순히 생각했다.

EP. 10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것을

간과하고 있지 않았을까?


프로젝트 100. 아마추어 축구팀도 팬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팬들이 모여 K6 리그의 경기도 직관을 보러 오는 그런 불가능한 그림을 이루고 싶었다.

처음 시작도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팬을 모을 수 있을까?' 에만 꽂혀 있었다. 

프로젝트 100의 목표가 그것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을 일이다. 


내가 가장 집중해야 할 질문이었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리면서 뿌연 안갯속을 의연하게 헤쳐나가는 느낌이었다. 기존에 없던 모습이고 국내에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기에 나름의 사명감도 있었다. "이걸 이루면 우리는 아마추어 축구 판에 한 획을 긋는 거야!"라는 막연한 마음이랄까.


그렇게 올해 8월부터 약 4개월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계속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긴 했지만, 여전히 그 정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어제 브랜드 전략을 하시는 한 분과의 대화에서 머리가 쾅하고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FC 도르마무 그리고 프로젝트 100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한 자리는 전혀 아니었지만

축구를 나만큼 좋아하시는 탓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하나의 아젠다를 던지셨다.




'화를 내면 진짜 끝이거든요.
근데 아마추어 축구팀 선수들에게
화를 낼 수 있을까요?'

어느 한 팀을 좋아한다고 할 때, 이 분의 말에 따르면 '찐팬'으로 진입하는 과정의 그 변곡점은 팀 때문에 화가 나는 순간이라고 했다. 


즉, 좋아서 이 팀의 경기를 챙겨보고 하다가 진짜 우리 팀의 경기력이 답답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할 때 덤덤하게 지켜보는 게 아니라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그 순간. 그것이 생긴다면 그 사람은 그 팀의 진짜 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이다. 


우리는 무언가에 몰입하고 빠지게 되면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뿐 아니라 바꾸고 싶고 화가 나기도 하는 등 부정적인 마음 또한 발현된다. 이것은 브랜드의 팬도 마찬가지고, 사실 팬 문화의 대표 격인 아이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해하고 존중하고 응원하지만 누구보다 우리 애는 내가 욕하겠다는 마음. 실제로 잘못을 하면 따끔하게 질책하고 바뀌길 바라는 그 진짜 마음. 그것이 팬심일 것이다.


이 발현되는 팬심은 사실 아마추어 축구판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프로 축구팀은 팬으로서 욕하는 것이 명분이 있다. 그들은 돈을 받는 선수들이고, 나의 입장료와 유니폼 판매 수익은 그들의 연봉과 구단 운영에 사용된다. 그렇기에 선수의 잘못이나 플레이가 맘에 들지 않으면 역정을 내고 화를 내는 것이 소위 말해 납득이 된다. 


허나 아마추어 축구팀은 조금 다르다. 


아마추어 축구팀은 말 그대로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좋아서, 마음이 맞아서 뛰는 것이 아마추어 축구다. 그렇기에 그들은 구단에게 돈을 받지도 않고 오히려 회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내면서 뛴다. 그런데 그런 팀의 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뛰어라", "플레이가 왜 그렇냐"라고 질책할 수 있는 팬이 있을까.


이 대목에서 '아마추어'축구팀의 팬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팬을 만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것에 대한 수요가 존재해야 한다. 그 수요라는 것은 '아마추어 축구팀'의 팬이 되고자 준비가 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머릿속으로 떠올려 봤을 때, 일단 내 주변에는 없다. 해외축구나 K리그 구단들을 좋아하는 팬들은 수두룩하게 생각이 나지만 아마추어 축구팀을 응원하다는 말은 태어나서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것이 야속하지만 현실이다.



그렇게 나에게는 두 가지의 아젠다가 던져졌다.

1. 팬은 응원의 마음도 있지만 질책하는 바뀌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과연 아마추어 축구팀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야 이 마음을 끌어낼 수 있을까?

2. 팬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을 때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떤 타겟들을 노려서 그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다. 어렵고 이 문제를 풀어가는 어쩌면 가장 큰 숙제일 것 같다.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자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것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어떻게 하면 팬을 모을 수 있을까? 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내게 '팬'의 입장에서 아마추어 축구팀을 응원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다. 


그래서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려고 한다.


1. 소위 말해 주주의 형태를 띄는 것이다. 우리 팀을 응원하는 소액(월에 1만 원 혹은 5000원, 아니면 1000원이라도)을 납부하는 것을 서포터즈와 또 다른 제도로 제안하는 것. 그리고 이 사람들에게는 가장 먼저 우리의 소식을 전달하고, 그 돈보다 훨씬 더 상회하는 무언가의 선물을 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조금이나마 구현할 수 있다면 이 팀을 욕하고 화를 낼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어쩌면 오히려 우리의 팀을 위해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구현하는 것이 매력적이고 섹시할지는 앞으로의 숙제다.


2. 해외축구는 제외하고 K리그의 1,2,3,4의 팬층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국내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특히나 3,4의 팬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은 사실 우리의 존재를 몰라서 관심이 없는 것일 수 있다. 즉 불특정 대다수에게 우리의 팀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3,4의 팬들처럼 마이너 한 이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리를 알려보는 것.


그것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의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을 타겟팅해서 우리의 존재를 알릴 수 있을까? 아마 이것이 앞으로 내게 가장 던져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 


우연치 않은 대화로 이런 고민거리를 던져준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만의 세상에 갇혀서 제 3자의 시선이 필요했던 내게 이런 대화가 어쩌면 가장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또 다른 고민이 생기고, 나름의 의사결정을 해낼 테지만 그 과정들을 계속 기록하면서 가보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아마추어 축구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EP. 1 우리의 도전에 이름을 붙이다. PROJECT 100.

EP. 2 우리 팀을 응원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지?

EP. 3 그래서 그게 도전이지 않을까?

EP. 4 가장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 진심을 전하기.

EP 5. 시작이 반이다, 콘텐츠 발행을 시작했다. .

EP 6. 꾸준함이 무엇보다 강력한 능력이다.

EP. 7 확신의 이중성, 그럼에도 스스로를 믿자.

EP. 8 콘텐츠의 다양화를 시작하다.

EP. 9 하나를 하더라도 계속 고민하고 본질을 잊지 말자.


우리의 목표가 실현되는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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