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소남매의 특별한 2월
2.21. 우리 집 스페셜 데이. 5살 차이로 같은 날 태어난 소남매의 생일이다.
쌍둥이도 아닌데 생일이 같다니, 운명의 장난일까.
하나부터 열까지 정반대인 두 아이들.
극 I인 줄 알았던 소 1.
나는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까지 선생님들과 상담 때마다
"우리 아이 친구들은 잘 사귀나요?" 물었다.
선생님들의 일관된 대답: "소 1이요? 걱정 마세요!"
한때는 명절마다 내 등 뒤에 숨어있던 아이가,
이제는 동네 인사하느라 바쁜 소셜 버터플라이가 됐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늘 "저요!"를 외치는 아이.
이제는 내 키만큼 자라 곧 나를 내려다볼 날을 기다리는,
"엄마, 나 남자야!"라며 한겨울에도 반팔을 고집하는,
야구, 복싱, 게임을 외치는 우리 집 극 E, 극 P 소년.
반면 집에서는 수건 질감까지 따지는 극 예민한 소 2는,
밖에서는 배려의 아이콘.
수연산 문제집엔 1분 만에 눈물바다지만,
친구 체스 가르치기엔 1주일도 거뜬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
집에선 한마디도 지지 않지만,
밖에선 "난 소심해서..."를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해
하교 후엔 늘 내 품에 안겨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억울함을
눈물로 쏟아 낸다.
'엄마 최애'를 외치면서도 늘 아빠 옆이 편한,
'그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봐'가 시그니처 프레이즈인 우리 소 2.
친구 같은 엄마, 문학과 예술을 아는 우아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나의 로망은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 모르겠다.
'쓰읍'과 '10, 9, 8...' 카운트다운은 언제쯤 졸업할 수 있을까.
그래도 매년 2월 21일,
한 개의 케이크로 두 아이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어 행복하다
(소 1이 단 것을 싫어해 소 2가 케이크 선택권을 독차지한 덕분이지만).
생일 같은 남매라는 핑계로 서로 사랑하라는 훈육도 당당하게 할 수 있고,
소 1에게 동생 돌봄이 미션도 자연스레 부여할 수 있다
(물론 용돈은 따로 챙겨준다).
올해 생일 외식,
"애슐리 가고 싶어요!"를 연발하는 소 2를 위해
소 1과 비밀 스텔라 떡볶이 데이트를 했다.
"우리만의 특별한 외식도 했으니, 생일은 동생이랑 애슐리 어때?"
유튜브로만 보던 스텔라 떡볶이의 행복한 여운 속에
소 1은 흔쾌히 애슐리를 선택했다.(아직 메뉴 발표 전이지만….. 애슐리라 하겠지?)
소 1의 선택이 소 2의 행복이 되는,
우리 소남매의 특별한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