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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May 03. 2022

켈리, 에이 일 년에 6일이면
경영하는 것은 아니죠?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 또는 있는 것을 없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고,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과 없는 것을 없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이다."

- 아리스토델레스 <형이상학> -




켈리, 에이 일 년에 6일이면 경영하는 것은 아니죠?


이 글과 이어진 일곱 가지 글의 주제는, '켈리 최의 사례 분석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질문들' 중에서 다음 질문을 검증해 보기 위한 것이다.

"2. 켈리 최가 한국 사회에서 관심을 받게 된 '유럽에서 엄청난 글로벌 기업을 이룬 사업가'이며, '6천 억대 자산가'라는 사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검증하고 확정할 수 있는가?"


두 달에 하루 정도 일하는 우리 회장님


(주식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2022년 3월 31일 자 업로드 영상 39분 55초부터)

https://www.youtube.com/watch?v=BKel4VrhPAk


켈리가 말했다.

"(내가) 우리 회사 일은, 본사 일은 두 달에 하루 정도 하나요."


우와, 세계적인 경영 혁신?


'두 달에 하루 정도 일한다'는 말은 본인이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 짐작은 한다. 책과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두 달에 하루 정도 일해도 되도록' 아랫사람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권한의 위임을 통해서 자기는 1년 내내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도 할 수 있다고 하고, CEO도 한 달 이상을 바캉스를 간다고 자랑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며 자신이 하는 일과 헌신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일부 CEO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경영자들은 가능하다면 위임하고 회사 경영의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것이다. 혹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서 가족들에게 늘 미안해하면서, 자신의 건강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미련하게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는 경영자가 있다면, 두 달에 하루 정도 일하면서도 회사가 엄청나게 성장하는 혁신적인 경영 비법을 켈리 최에서 꼭 배우기를 권한다. 만약에 그런 방법이 있다면.


'회사를 경영한다'는 정의는 무엇이며, '일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두 달에 하루 정도일을 하는데, 즉, 일 년에 6일 ((12달÷2달) X1일=6일) 정도만 일하면서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고, 회사가 켈리 최의 뜻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적인 경영 기법이 '위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위임을 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식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엄청난 기업 비밀이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혁신적인 경영 기법이 있을 것으로 막연하게 기대해 본다. 그러나, 혹시,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부분만을 강조하려다 보니 두 달에 하루 정도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한 말은 아닌지? 혹시, 현재 유럽에서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다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회사의 탁월한 현장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인터뷰라는 전체 맥락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실제로는 '현재는 더 이상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 없이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 아닌지?


켈리델리 CEO 켈리 최


그런데, 한국에서는 켈리 최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였는지 모르지만, 언론과 다양한 매체에서 '켈리델리 CEO 켈리 최'라고 소개되고 있다. 1년에 겨우 6일만 근무하면서 회사를 경영하는 CEO? 그 방식이 혁신적이거나 거짓이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에서 연관 검색어 '캘리 최' 검색 결과 부분 캡처


뒤죽박죽


"시간도 있고 돈도 있어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라고 자랑을 할 때는, 회사는 전문경영인이 알아서 하고 비상장 주식회사의 주주로서 이사회만 두 달에 하루 정도 참여하고 있는 듯이 말한다. 경제분야 차세대 리더나 글로벌 기업가임을 강조할 때는, 마치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가장 빠른 시간에 성공한 기업"의 현장 경영자로서 회사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듯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래서, 요트를 타고 일 년 내내 세계일주를 하면서도, 켈리델리 CEO 켈리 최도 되는 혼란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보는 관점에 따라서, "회장님 대단하세요. 일 년 내내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시면서도 회사를 잘 운영해서 어떻게 몇 천억을 버세요? 부러워요. 존경합니다."라는 흠모의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회사 일도 바쁠 것인데, 요트 타고 세계일주도 하고, 유튜브 영상도 찍고, 한국에 와서 온갖 유튜브 채널에 나가고, 그럼 회사 일은 언제 하냐?"라고 비꼬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병립하기 힘든 두 가지 이미지의 장점을 필요에 따라 편리하게 홍보하고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녀가 '1년 내내 놀아도' 회사 경영에 영향이 없는 이유에 대한 분석은 아래에 정리해 두었다.)

https://brunch.co.kr/@algarve/307

 

우리 모두의 절실한 꿈을 자극한다


가맹점주가 되기 전에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를 읽었을 때, 뭐 이렇게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프랜차이즈 회사가 있을까 싶어서 감동했다. 그런 회사를 창업한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니 너무 자랑스러웠다. 빚이 10억이나 있었는데, 몇 년 만에 몇 천억 부자가 되었다니 너무 부러웠다. 나도 그녀의 프랜차이즈에 투자해서 몇 년 고생하면, 그녀가 사업을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할 수 있었다고 한 것처럼, 나도 아내와 함께 요트를 타고 여유롭게 세계 일주를 하는 꿈을 꾸었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에 공개된 인터뷰 영상의 화면 일부분 갈무리


정신 차려 이게 현실이야


그렇게 인생 역전을 위해서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되었고, 1년에 3개의 가맹점을 개설할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운영에 전심전력을 다했다.


프랜차이즈 계약 당시에 켈리델리에서 제시한 장밋빛 예상 매출액과는 달리, 배정된 슈퍼마켓 매장의 매출과 이익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적었다. 추가로 직원을 고용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매장의 이익이 조금 덜 남아도 직원을 고용해서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는 처음 약속을 아내에게 지킬 수가 없었다. 직원을 고용하면 그만큼 적자였다. 궁여지책으로, 적자라도 면하려면 우리 부부 둘이서 한 개의 지점을 맡아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야 했다.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일 년에 이틀 쉬고, 365일 중에서 363일을 하루에 15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 참고 버텼다. 하루 종일 너무 오래 서 있다 보니, 아내의 발바닥에는 동전 크기의 티눈이 생겼고, 나는 족저근막염이 생겨서 아침마다 통증으로 걸음을 걷기가 힘들었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하필이면 내가 맡은 가맹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예외적으로 우리 부부만이 겪는 고통이 아니었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멍청하기는... 본사만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


켈리 최가 '1년 내내 요트 타고 놀면서 6000억을 벌었다'는 인터뷰를 볼 때마다, '나는 무능하고 참 바보였다'라는 자책을 하게 된다. 감동받았던 책,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에 말한 사업 성공담은 프랜차이즈 본사만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였음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되어, 을이 되어, 매일매일 매장 바닥을 기면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당신을 믿고", "당신 말을 믿고" 이런 소리는 세상에서 순진한 멍청이들이 뒤통수를 오지게 얻어 맞고는 끙끙 앓는 신음 소리에 불과하다. 십중팔구 "그걸 진짜라고 믿었어?" "모든 판단은 당신이 지는 거야" "모두 당신 책임이지" "순진하기는" "멍청하기는"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제발 사업 좀 챙겨봐 주세요


켈리 최에게 편지를 보냈다. 내가 경험한 유럽 국가의 스시 프랜차이즈에서는 켈리 최가 책에서, 방송에서, 유튜브에서 자랑한 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켈리델리 지역 본사의 갑질에 힘들어하다가 몸서리치면서 사업을 접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그래서, 켈리 최의 이미지가 아주 나빠지고 있다고. 그러니, 1년 내내 놀아도 회사 운영이 잘 된다고 자랑만 하지 마시고, 제발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실태를 한번 챙겨봐 주시라고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어느 한국인 가맹점주


켈리 최가 어느 한국 정부 고위 관료를 초대하여 같이 저녁 식사를 하였다고 자랑하며 올려놓은 페이스북 사진 아래에,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켈리 최의 스시 가맹점을 열었다는 어떤 한국인 가맹점주가 올린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켈리 최를 만날 방법도 연락할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오죽 답답했으면 생뚱맞게 이런 페이스북 사진의 댓글란에 구구절절 사연을 올렸을까 싶어서 안타까웠다.


이미지 출처: 켈리 최가 직접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에 어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올린 댓글의 일부분 화면 갈무리. 업로드 일자: 이미지에 포함. 인물 및 기타 정보 모자이크 처리

원본 링크: https://www.facebook.com/Kelly.Choi.Entrepreneur/photos/pb.100063718141261.-2207520000/1607840306050207/?type=3


켈리 최에 대한 기대


켈리 최가 회사 경영 일선을 떠나고 이제는 켈리델리의 작은 지역 본사 담당자에게 조차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인물이 되었거나, 또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라며 자의적 결정에 의한 선택적 친절의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할 일부 몰지각한 가맹점주로 여기거나, 또는, "자신이 책에서 말한 내용과 경영 현실은 다르다"라며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현지 경영 방식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아직까지는 기대해 본다.


돈에도 인격이 있다면, 가맹점주에게도 인격이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이미지 출처: 조선일보 인터뷰 매거진 2023년 6월호 켈리 최 인터뷰 기사 중 일부 화면 갈무리


돈만 친구처럼 여기지 말고, 가맹점주의 피 땀 눈물도 챙겨주기를


켈리 최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기치 아래 유튜브 구독자 5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의 대중은 2021년에 발간되어 그녀의 책 <웰씽킹>을 20만 권 이상 구입해 주며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줄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신데렐라 같은 성공 신화로 인식되고 있다.


켈리 최는 책과 말을 통해서 한국 대중에게 이야기해 온 켈리델리의 아름다운 창업 이념과 기업 가치를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 켈리 최에게 이렇게 질문하라 ]


1. 지금도 켈리델리 회사 운영에 직접 관여하시는 가요? 아니면, 주주로 이사회 수준의 업무만 파악하고 있으신가요? 주주로 이사회에만 참여하신다면, 한국에서 'CEO', '회장님', '경영자'라는 타이틀은 무엇인가요?

2. 어느 기업이나 회사의 대표가, (모든 업무를 아랫사람에게 위임하고) 두 달에 하루 정도 일하면서 회사를 운영해도 되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답을 해 주실 것인가요?

3. 전문 경영인에게 위임하였다면, 켈리델리가 창업자인 켈리 최 회장의 경영 이념이나 윤리적 경영의 가치가 얼마나 유지되고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어떻게 확인하고 계시는지요?






https://brunch.co.kr/@algarve/240

https://brunch.co.kr/@algarve/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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