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마지막 날(1)
부산 여행의 마지막 날. 초키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일찍 부산을 떠났고, 디랜다와 나는 국제시장에 들렀다가 밀면 먹으러 가기로 했다. 부산역 물품 보관함에 짐을 넣어두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알려준 중구기사식당을 찾아 올라가는데, 가는 길이 계속 오르막이라 여간 걷기가 쉽지 않았다.
식당은 오픈 시간을 넘긴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식당 한가운데 자리에 앉아 기둥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밀면만 파는 집이라니! 단출한 메뉴에 잠시 당황했지만, 숨은 맛집에 온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밀면이 나오고, 국물부터 한 입 먹어보는데 고기 육수 맛이 진하게 올라왔다. 냉면처럼 살얼음은 없었지만,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예전에 다른 가게에서 먹어봤던 밀면과는 조금 다른 맛이 있었는데, 취향에 따라 좋고 싫음이 확연하게 구분될 것 같았다. 면도 쫄면처럼 어찌나 두툼하고 쫄깃한지, 후루룩 한 젓가락 할 때면, 입안은 온통 면으로 가득 차서 빨리 씹기 다급했다. 빨간 양념에 든 양파가 가끔 살짝 씹힐 때면 상쾌한 향과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걸어서 20분이면 갈만하겠는데?”
소화도 시킬 겸, 우린 이바구길 전망대까지 걷기로 했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길 따라 잘 찾아간다면, 금방 도착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길을 잃어버렸다. 행인 두 분께 더 여쭤보니 알려 주시는 길이 다 다르다. 지도 앱을 보며 일단 걷고 있는데, 화단 옆 평상에서 앉아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우릴 보더니, 어디를 가냐고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할머니는 언덕길 너머에 있는 이바구길 가는 법을 자세히 설명해주시다가, 이내 우리가 길치인 걸 단번에 알아보신 듯 나를 따라오라며 무릎을 가볍게 잡고 천천히 일어나셨다.
‘오르막길이라 힘드실 텐데…. 다리 불편하시지 않을까?’ 혹여 우리 때문에 괜히 언덕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니실지, 걱정에 우린 서둘러 할머니께 잘 찾아갈 수 있다며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서둘러 마무리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는 우리말이 끝나기 전에 손을 느리게 저으시더니, 어차피 나도 집에 들어가 봐야 한다면서 학생 가는 방향과 똑같으니, 집 부근 골목까지만 같이 가자고 말씀하셨다. 5분 정도 할머니와 같이 걸었을까? 할머니는 짧은 시간에도 여러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셨다. 70년 넘게 이 동네 한곳에서 사셨던 점도 들을 수 있었고, 친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새로 배운 노래나 그림을 이야기해주시다가도, 신축 건물이나 새집이 보이면 많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근래도 그렇지만, 예전 풍경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할머니는 이야기하시다가도, 여기 이바구길 찾아오는데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갈 건지, 어디서 왔는지 등 궁금한 점을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그리고 이바구길 도착하거든 모노레일을 꼭 타고 올라가라면서, 우리가 잊어버리지 않게 두세 번 말씀해주셨다. 아마도 여행 온 우리가 좀 더 편하게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손자 나이와 비슷해 보이는 또래 젊은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으신 마음에, 좋은 정보나 좋은 말이 떠오를 때면 바로 우릴 보며 말씀하신 듯했다.
*부산 여행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당시 여행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친절하셨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
4년 전,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추천으로 ktx 타기 전, 많이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시 들린 곳. ktx 열차 시간 때문에 제대로 구경 못 한 채 떠나야 했지만, 이바구길은 당시 부산 여행지 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곳이었다. 168계단처럼 애환이 담긴 장소들과 옛 주택과 오래된 집들이 많이 보였다. 전망대에 오르면, 부산 시내 풍경과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그 풍경이 감천문화마을이나 용두산 공원에서 바라본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이었다.
오랜만에 이바구길에 왔으니, 이번에는 여유 있게 쉬엄쉬엄 다니면서 구석구석 골목길을 둘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열심히 걸어 다녔던 탓일까? 168계단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피곤함이 몰려왔다. 어느덧 168계단 앞. 예전 여행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 계단은 정말 높기도 높고, 경사가 가파르다 생각했다. 계단 옆에는 큰 건물 하나가 담장처럼 우뚝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동화 속 집 같기도 하고 창고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린, 이바구길과 관련된 이야기나 사진이 전시된 박물관 같은 장소라 생각하고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가 보니 승강장이라 약간은 당황했다. (나중에 다시 보니, 건물 밖에 승강장이라 쓰여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 부산 시내 풍경을 구경하다 어디 먼저 돌아다녀야 할지 몰라, 일단 카페에서 한숨 돌리자며 카페를 찾아 나섰다. 골목을 스쳐 지나왔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은 것이 바뀌었고 새로 생긴 것도 많다 생각했다. 주택을 허문 자리에는 모노레일이 새로 생겼고, 길목에는 예쁜 벽화나 포토존이 전보다 더 많이 생겨난 것 같았다. 발길이 이끄는 대로 이바구 공작소를 지나 산복도로 쪽으로 올라가는데, 한적한 분위기에 산책하기 좋다가도, 길 잃어버린 건 아닌지 내심 초조함과 걱정이 몰려왔다. 그래도, 오른쪽으로 탁 트인 부산 시내 풍경 덕분에, 걱정되던 마음이 사라지고 오로지 산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바구길에서 '이바구' 단어는 사투리로 이야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저희는 부산역에서 바로 출발하는 코스는 아니었지만, 돌아다닌 골목이나 도로를 생각해보면 안내표시가 많지 않아서 헤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고 싶으신 곳을 미리 체크하신 뒤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모노레일은 8명 정도로 탑승 인원수가 제한돼 있습니다. 본래 주민들을 위해 설치됐던 건데, 제가 갔을 때는 주로 관광객들이 이용하고 있었어요. 모노레일 탑승료는 무료고, 운영 시간도 따로 있었습니다.
뚜벅이 셋이서 부산여행, 2박 3일 여행기
DAY 1: 부산역 - 해동용궁사 - 숙소 – 해운대 노을 – 해운대 원조 할매 국밥 - 가방 정리 - 영화의 전당& '아틱'관람 - 숙소
DAY 2: 문텐로드&미포 철길 - 모루 식당 - 초키 만남 - 흰여울 문화마을&절영해안산책로 - 깡통시장&자갈치시장- 숙소
DAY 3: 조식 - 용두산공원&부산타워 - 중구 기사식당 - 초량 이바구길 - 명성 횟집&백구당&구 백제병원(핸즈 브라운 카페) - 부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