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간식거리와 작은 일에도 재밌는 우리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깡통시장을 가기로 했다. 주전부리와 먹거리가 많은 곳이라고 예전부터 들었던 터라 한껏 기대가 가득 찼다. 저녁 늦게 도착했던 터라 문 닫은 가게가 많이 보여서 아쉬웠지만, 분식집과 음식점은 아직도 사람들로 붐볐고, 문 닫기 전에 와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초키는 비빔당면을, 나는 물떡을 꼭 먹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우리가 그 메뉴만 찾아봐서 그런지 몰라도, 시장에는 어묵과 비빔당면, 떡볶이 종류만 많이 보였다. 한 블록도 안가 분식집들이 여럿이 모여있으니, 어디가 맛있는 집인지도 모르겠고, 어딜 가야 할지도 몰라 한참을 길가에서 망설였다. 발길이 닿는 대로 무작정 걷다가 사람이 조금 있어 보이는 분식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초키와 디랜다는 비빔당면을 시키고 나는 유부 주머니를 하나 시켰다. 음식이 나오고, 나는 습관대로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사진을 한 컷 찍었다. 비빔당면을 터프하게 비비던 초키는 잠시 흠칫거리다 이내 젓가락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사진 찍는다며, 초키는 나와 디랜다를 보며 호탕한 웃음소리를 냈다.
미나리처럼 생긴 초록 채소로 예쁘게 유부를 묶은 유부 주머니를 보니 복주머니가 떠올랐다. 반을 가르니 당면이 가득 나왔다. 생각 외로 푸짐한 재료는 아니었지만, 유들유들하고 약간 짭조름한 게 잠깐 맛보기에는 딱 좋은 음식이라 생각했다. 유부 주머니 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당혹했지만, 시장 다니며 여러 음식을 맛보려면 이 정도가 딱 알맞겠다 생각했다. 초키와 디랜다도 비빔당면이 입맛에 맞았는지, 맛있다며 싹싹 한 그릇을 비워갔다. 나만 비빔당면이 안 맞나 보다며 유부 주머니를 먹고 있는데, 디랜다가 조금이라도 먹어보라며 나에게 비빔당면을 한 숟갈 권했다. 4년 전쯤, 처음 부산에서 비빔당면을 맛봤을 때는 입에 안 맞아서 잡채 먹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입맛이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먹어보니 잡채와는 다른,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단무지와 어묵, 부추, 당면이 양념에 섞여 매콤하고 짭조름하면서도, 식감이 다양해서 재밌었던 음식이었다.
'엥? 벌써 배부르다고?'
겨울이면 생각나는 물떡을 맛볼 시간. 부산 어묵이야 말 안 해도 유명하지만, 나는 어묵보다 물떡이 왜 그렇게 맛있는지. 시장 나가는 길, 한 노포에 들려 물떡 하나를 집었다. 혼자 서서 물떡을 맛보는데, 초키랑 디랜다가 다가오더니 나를 보며 그렇게 먹고 싶었냐며 까르르 웃는다. 맛있다고 너네도 먹어보라며 얘기하는데, 초키와 디랜다가 배부르다며 고개를 젓는다. 혼자 물떡 먹는 터라 빨리 먹으려고 열심히 먹고 있는데, 가게 주인아주머니와 초키, 디랜다가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아무 말이나 내게 건네줬으면 좋겠단 생각에 친구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내지만, 친구는 말없이 그저 날 엄마 미소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적당히 무른 떡을 골랐어야 하는데 딱딱한 물떡으로 잘못 골라버렸다. 그래도 얼마 만에 먹는 물떡인지. '후~''후~' 입김을 불며 물떡 하나를 후딱 해치워버렸다. 이제 곧 있으면 겨울인데, 종종 따뜻한 국물과 같이 먹던 물떡이 생각날 것 같다.
깡통시장에서 나와, 우리는 한양 족발집에 들러 족발을 포장해가기로 했다. 우리 순서가 올 때까지 가게 의자에 앉아 다리를 두드리며 넋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한 아저씨가 초키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감탄하셨다.
“와아, 이번 날씨 들어서 패딩 입은 사람은 처음 보네.”
야외극장에서 영화 볼 때 입었으면 딱 맞았을 초키 옷이, 아저씨 눈에는 아직 더운 날에 패딩 입은 사람이나 다름없어 보였던 것이었다. 우린, 초키는 역시 패션 리더라며, 준비를 진짜 철저히 하긴 했다며 웃었다. 우리가 영화 볼 때 얼마나 추위에 떨면서 봤는지 아저씨는 모르셨겠지만, 아저씨는 건강 잘 챙기는 친구라며, 이렇게 몸 챙겨야지 잘 산다고, 좋은 거라며 몇 번이나 이야기하시더니 포장 나온 족발을 들고 쓱 사라지셨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부산에서만 판다는 소주 '대선'을 사러 편의점에 들렀는데, 편의점 직원이 계산하며 우리를 얼핏 보다 결심한 듯 입을 뗐다. 우리와 닮은 사람을 어디선가 봤는지, 직원은 우리가 여행 왔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질문을 쭉 이어갔다. 도대체 우리랑 닮은 사람을 어디서 본 건지 모르겠지만, 질문은 마치 스무고개 같았다!
"혹시 여기 근처 교회 다니세요?" "아니요"
"선생님이세요?" "ㅎㅎ 아니에요"
"동사무소 쪽에서 일하시는지?" "아니요. 저희 여행 왔어요~!"
"어디선가 본 거 같길래. 좋은 여행되세요."
우리 첫인상이 그런가 싶어, 우린 서로 얼굴을 번갈아 가며 보다가 재밌는 상황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어떻게든 맞춰보려 애쓰던, 편의점 직원의 열의가 강렬해서, 종종 부산 여행 이야기가 나올 때면 이 에피소드가 먼저 떠오르곤 했었다.
여담으로, 부산 소주 대선을 처음 먹어봤는데, 참이슬이나 처음처럼과 비교한다면 큰 차이점을 못 느꼈다. 처음처럼 보다는 향이 더 진하고 맛이 더 세다는 정도랄까. 소주는 그냥 다 비슷한 맛이라고 느끼는 사람이기에...
자갈치 시장에서 포장해 온 장어구이까지 한상에 주르륵 펼쳐 놓으니 벌써부터 배가 불러왔다.
본격적인 야식타임!
뚜벅이 셋이서 부산여행, 2박 3일 여행기
DAY 1: 부산역 - 해동용궁사 - 숙소 – 해운대 노을 – 해운대 원조 할매 국밥 - 가방 정리 - 영화의 전당& '아틱'관람 - 숙소
DAY 2: 문텐로드&미포 철길 - 모루 식당 - 초키 만남 - 흰여울 문화마을&절영해안산책로 - 깡통시장&자갈치시장- 숙소
DAY 3: 조식 - 용두산공원&부산타워 - 중구 기사식당 - 초량 이바구길 - 명성 횟집&백구당&구 백제병원(핸즈 브라운 카페) - 부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