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마지막 날(2)
다른 장소에 가기에도, 열차를 기다리기에도 애매한 시간. 우리는 저녁이나 먹자며 밖을 나섰다. 어디가 맛있는지 몰라, 그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빠르게 스크롤하고 있는데, 디랜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한 듯, 여기 어떠냐며 스마트폰을 내게 보여줬다.
"여기? 괜찮아 보이는데?"
디랜다를 따라 찾아간 곳은 부산진역에 있는 한 백반집. 이른 저녁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가게에는 몇몇 사람들이 이미 반주를 즐기고 있었다. 가게 내부에는 약간 독특한 점도 보였는데, 좌식 테이블과 바 테이블 쪽 인테리어나 장식이 서로 달라서, 그 묘합이 꽤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말없이 좌식 자리에 앉아서 뭉친 다리를 가볍게 툭툭 치다가, 저녁 메뉴를 고민한 끝에, 회 백반과 어묵 백반을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테이블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어묵탕을 많이 주문한다. 아무래도 여기가 어묵탕으로 유명하긴 유명하나 보다며, 우리는 다음에 오거든 다른 메뉴로도 한번 시켜보자고 말했다.
우리 테이블에도 밑반찬이 나오고, 어묵탕이 나왔다. 어묵만 많이 있을 것 같다는 내 예상과 달리, 어묵탕은 여러 재료가 많이 보였다. 어묵 종류도 다양했지만, 낙지와 소라 같은 해산물 종류도 제법 송송 썰어져 있었고, 큼지막한 두부와 계란 외에도 소고기와 유부 주머니도 담겨 있었다. 맛도 어찌나 고소하고 시원하던지, 디랜다와 나는 배불렀던 상태도 잊은 채, 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곧바로 뒤이어 회도 나오고, 큰 국그릇에 담긴 매운탕도 하나 나왔다. 디랜다와 나는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푸짐한 상차림에 기분이 좋다가도, 다 먹을 수 있겠냐는 생각에 순간 걱정이 들었다.
(물론, 우리는 걱정한 게 무안할 만큼, 한 그릇을 뚝딱 다 해치웠다.)
저녁을 나름 천천히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코! 열차 시간까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 잠깐 들를 곳이 없는지, 스마트폰으로 부산진역 주변을 검색하다가, 끌리는 곳이 없어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부산역에 가서 KTX 기다리면 되겠다 싶었다가도, 이대로 마무리하기엔 아쉬운지, 마음속 한가운데에서 어디라도 가보자는 마음속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여행 다닐 동안 걸어 다니느라 푹 못 쉬었을 디랜다에게 미안함이 몰려와 말을 꾹 누른 채, 역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본의 아니게 가고 싶은 장소가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와버렸다.
디랜다는 가고 싶냐고 나에게 물어보았지만, 나는 아니라고 그냥 그대로 부산역 가자는 말을 내뱉었다가, 디랜다의 긍정적인 반응에 솔직히 들르고 싶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백구당과 구 백제병원 모두 부산역에서 가까운 걸 확인한 우린, 먼저 백구당에 가자며 중앙역 가는 방면의 전철을 탔다. 디랜다도 백구당 빵이 궁금했던지, 설레는 얼굴로 백구당에서 사 먹을 빵을 검색하고 있었다.
'아, 빵집 먼저 들러 볼걸'
다음번에 디랜다와 여행을 같이 간다면, 아무래도 카페나 빵집을 먼저 여유롭게 가는 편이, 디랜다가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역시 우리는 빵순이답게 빵집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며, 백구당 한 곳에 들릴 수밖에 없음에 우린 슬퍼했다.
1. 백구당
빵 살 생각에, 기분이 들떠 한달음에 중앙역에 있는 백구당에 갔건만, 인기 많은 빵이며 맛있어 보이는 빵조차 거의 다 나가서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 할인할 때쯤 늦게 갔던 터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먹고 싶은 빵이 있거나 여러 종류로 사고 싶다면 일찍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2. 구 백제병원 (핸즈 브라운 카페)
부산역 근처에 있는 구 백제병원은 1922년도에 세워진 근대식 개인 병원 건물이었는데, 현재는 핸즈 브라운 카페로 오픈돼있으며,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고 합니다. 깜깜한 밤이라 낮만큼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건물 외관만 봐도 오래된 근대식 건축물임을 느낄 수 있었어요. 건물 외관만 봐서는 카페는 작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공간은 꽤 넓었고요. 건물 골조나 벽 등, 구 백제병원의 옛 흔적을 그대로 남긴 채로 인테리어 한 건지, 모두 다 리모델링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카페 내부 또한 외관처럼 오래된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KTX를 타고 올라가야 할 시간. 열차 타기 전에 우린, 잠시 부산역 안에 있는 삼진 어묵에 들러 어묵을 사기로 했다. 가게 안에는 어묵 사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그 줄이 생각보다 꽤 길어서, 열차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닐지, 줄을 서면서도 속 안이 바싹 타들어 갔다.
'아…. 5분만 더 일찍 나올걸'
다행히 KTX에 무사히 탑승한 우린, 자리에 앉자마자 가쁜 숨을 고르며 눈을 잠시 감았다. 한 시간 남짓 남은 시간에 빵집과 카페, 어묵 가게 이렇게 총 세 군데 다 들리다니... 다시 생각해도 무리한 일정이었다. 떠나기 전까지 한 곳이라도 더 가보겠다고, 열심히 걷고 뛰어다닌 게 아직도 생생하고 웃긴 듯,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웃어버렸다. 곧이어, 열차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우린 부산 여행이 끝났음을 서로에게 알렸다.
이제는 의자에 편히 기대어 쉬어야 할 시간. 나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잠을 청하려다 눈 부신 불빛에 다시 눈을 떴다. 무료함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사진 앱을 눌러, 지난 2박 3일간의 여행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사진을 많이 찍기도 찍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구석구석 둘러보며 걸어 다닌 게 참 많다 생각했다. 언제쯤이면 느긋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나의 지난 여행기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앞으로 그러기엔 어렵겠다 싶어 그만 혼자 피식거렸다. 그나저나 저녁 9시인데, 집까지 갈 길이 아직도 멀다. 어제 적지 못한 일기나 마저 써야겠다며 나는 생각했다.
‘조만간 부산에 또 놀러 올 수 있기를….’
뚜벅이 셋이서 부산여행, 2박 3일 여행기
DAY 1: 부산역 - 해동용궁사 - 숙소 – 해운대 노을 – 해운대 원조 할매 국밥 - 가방 정리 - 영화의 전당& '아틱'관람 - 숙소
DAY 2: 문텐로드&미포 철길 - 모루 식당 - 초키 만남 - 흰여울 문화마을&절영해안산책로 - 깡통시장&자갈치시장- 숙소
DAY 3: 조식 - 용두산공원&부산타워 - 중구 기사식당 - 초량 이바구길 - 명성 횟집&백구당&구 백제병원(핸즈 브라운 카페) - 부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