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는 매일 숙제를 하느라 지겨워하지만, 유치원 다니는 둘째는 아직 아빠랑 무언가 함께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지도하는 놀이책 하나를 사 주었는데, 스스로 날짜를 쓰고 책을 따라 합니다.
형이 숙제하는 모습을 따라 하고 싶은 것인지 내용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스스로 하는 능력을 장려해야겠다는 생각에 칭찬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시도에 흥미를 보이며 함께 참여했습니다.
흔히 '자기 주도'란 말을 학교 공부를 대상으로 쓰지만, 순전히 자기 호기심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아이의 습관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교재(?)는 축구 관련 책입니다. 아이가 축구를 좋아해서 관련 책을 몇 권 사주었더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축구 관련 지식을 접합니다. 둘째는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는데, 축구선수 메시 책에 등장하는 바르셀로나 축구 클럽의 엠블럼을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에 그리려고 하니 선을 그리기 어려워서 울상을 짓고 있었습니다. 고맙게도 아이를 도울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작전을 짜 보자'라고 말했지만, 일종의 알고리듬을 알려준 것이죠. 그림을 쉽게 그리는 순서를 제시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나눠서 푼다는 공학 원리를 응용한 것이죠. 아래 그림에서 1, 2, 3, 4의 순서대로 그리면 쉬워진다고 말했더니 수긍이 가는지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자신 있게 그리던 아이는 자신의 결과물에 뿌듯해했습니다. 그 기분을 분명하게 해 주기 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후에 아이는 엠블럼을 오려서 가슴에 붙이며 즐겼습니다.
아이를 돕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즐거움 외에도 배우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물끄러미 보는데 <외면(外面)하기와 직면(直面)하기>를 쓰면서 생각했던 내용도 다시 떠올랐습니다.
지난달부터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밀려오자 처음에는 제대로 직면을 했는데, 급기야 지쳐서 외면했던 시간을 돌아봤습니다.
이제 그 문제에 대해서도 직면하고, 아이에게 했듯이 스스로 순서를 매겨서 하나씩 풀 수 있는 문제로 정의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목표를 세우고 핵심 결과를 정의하는 일 즉, OKR도 같은 이치란 점을 연쇄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