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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리스틱의 함정: 터널시야와 훈련된 무능력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Jan 21. 2025

<각자가 만드는 현상적 세계와 두 개의 생각 시스템>에 이어서 수전 데이비드가 쓴 <감정이라는 무기> 2장 중에서 '휴리스틱의 함정'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푸는 글입니다. 다 쓰고 보니 산만한 기록이 되었는데, 휴리스틱의 함정으로 터널시야와 훈련된 무능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대강의 내용에 대한 글입니다.


우리 뇌가 작동하는 두 개의 생각 시스템

저자는 계속해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나온 생각의 두 가지 모드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제1시스템의 본능적 반응은 어두운 측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휴리스틱이 지배하게 될 때 우리는 어림짐작의 법칙을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적용하게 되는데, 그 바람에 특이한 사항이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우리의 능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신적인 민첩함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하지만, 습관 문지기로 쓰고 있는 규칙이 있어 실제로 읽게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미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도 15권이 더 있었네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디폴트 모드와 터널 시야 같은 표현이 눈에 띕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너무도 집중한 바람에 이른바 '터널 시야tunnel vision'가 작동한 것이다. 여기에서 배워야 할 교훈! 사람의 마음이 이른바 디폴트 모드로 빠져들고 나면, 이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저자가 휴리스틱이라 칭한 직관으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들이지만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사전을 찾고 정리해 봅니다.


감정에 빠져서 상황을 오판하는 유사 터널 시야

먼저 Default mode로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검색 결과 중에 몇 가지 항목들이 눈에 띕니다. 그중에서 Default mode network부터 살펴봅니다. 흥미로운 내용이기는 하지만 글의 맥락을 흐릴 것 같아 정리한 내용을 이 글의 끝부분으로 옮깁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은 정의와 달리 책에서 말하는 디폴트 모드는 뇌의 상태로 해석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마음 상태라 여기는 것이 더 나을 듯합니다.


다음으로 터널 시야tunnel vision에 대해 사전을 찾아봅니다.

터널 시야는 어두운 터널을 자동차로 운전할 때 터널의 출구만 밝게 보이고, 주변은 온통 어두워지는 시각 현상을 말한다. 즉, 눈앞의 상황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파악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터널 시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운전자는 상황 판단 능력이나 주변 이해 능력이 저하되므로 사고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

위키피디아 정의도 찾아 한글 번역을 첨부합니다.

터널 비전은 중심 시야는 유지한 채 주변 시야가 손실되어 좁아진 원형 터널 시야가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터널 비전 역시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할 듯합니다. 감정에 푹 빠진 나머지 객관적인 사실이나 상대의 상태는 오로지 스스로의 감정 상태에 입각해서 해석하여 완전한 오역에 빠지는 인식을 은유하는 듯합니다.


자기의 맥락을 가시화하고, 타인의 맥락과 비교하는 역량

자연스럽게 <성공적 대화를 돕는 그림>을 연상합니다. 이 그림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 한 동료가 있습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인데, 업무 중에 자연스럽게 마주치면 자기가 방금까지 개발하던 내용을 화면도 보지 않은 채로 저도 그걸 알고 있다는 듯이 설명하고는 했습니다.

자기가 익숙한 환경이 마치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듯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위와 같은 도식을 그려서 이후 다른 동료들에게 활용한 것이죠.


한편, 사전을 찾다가 peripheral vision이란 용어도 만났습니다. 야구 전문 콘텐츠에서 종종 다루는 주변시周邊視라는 말이 떠올라 다시 한번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황반부를 제외하고 망막전체에 분포하는 간상체의 기능에 의한다 많은 간상체가 하나의 쌍극세포로 정리되고 있기 때문에 암소에서의 기능이 뛰어나나 2점 식별능력과 같은 분해능력은 좋지 않다.


휴리스틱의 함정 그리고 훈련된 무능력, 움벨트

다시 책으로 돌아가 밑줄 친 내용을 계속 인용합니다.

경제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은 이런 현상을 '훈련된 무능력trained incapacity'이라고 불렀다. 과도하게 넘치는 자신감 때문에 전문가는 해당 환경에 주어진 맥락적인 정보를 무시한다.

다시 한번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을 위해 사전을 살펴보니 베블런 페이지에서 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크롬 번역 결과를 붙입니다.

사회학에서 훈련된 무능력은 "사람의 능력이 부족함이나 맹점으로 작용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는 상황이 변할 때 사람들의 과거 경험이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Veblen은 1914년 The Instinct of Workmanship and the Industrial Arts에서 이 문구를 만들어냈습니다. 수필가 Kenneth Burke는 나중에 훈련된 무능력 이론을 확장했는데, 먼저 그의 책 Permanence and Change (1935)에서, 그리고 다시 두 개의 후속 작품에서 확장했습니다.

과도한 자신감이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침 방금 전에 읽은 글 <"호황기의 안일함이 가져온 대참사들">에서 인상 깊게 본 내용도 일맥상통합니다.

이 모든 일들은 그래도 호황기였다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죠. 호황기에 생겨버린 터무니없는 안일함은 저를 불안의 끝까지 몰아넣는 역할을 했습니다.

책의 문구에서 '자신감' 대신에 '호황기에 익숙해진'을 넣으면 이치가 그대로 통합니다.


또한, 오늘 읽었던 페벗님의 글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도 연상하게 됩니다. 어떤 맥락일까요?

진실을 거부하고 익숙한 거짓으로 돌아가려는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무지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오히려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때로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왔던 것들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책의 문구 중에서 '자신감' 대신에 '두려움 회피'를 대입하면 이 글 내용 또한 책 내용에 입각해서 다뤄볼 수 있는 생각입니다. 연쇄적으로 월말김어준 강의에서 들은 움벨트 개념이 떠오르지만 내용이 너무 멀리 가는 듯하여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 글로 다루기로 하고 그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 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부분

앞서 책 내용과 거리가 있어 뒤로 보낸 부분입니다.

다음은 위키피디아 정의에 대한 구글 번역 결과입니다.

사람이 외부 세계에 집중하지 않고 뇌가 깨어 있는 휴식 상태, 즉 백일몽이나 정신 방황 중일 때 활성화되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외부 작업 수행과 관련된 자세한 생각 중에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제미나이 2.0에도 물어보았습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는 뇌가 외부 자극에 집중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들의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멍하니 있거나 딴생각을 할 때, 즉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 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인터넷 검색 중에 발견한 <뇌 휴식이 필요한 이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란 글이 있는데, 다음 내용이 흥미롭게 여겨져 인용합니다.

한국 사회는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후 시간에 ‘씨에스타’라는 공식적인 낮잠 시간을 갖거나, 주 4일제 근무를 하고 있거나, 여름휴가를 한 달 넘게 보내는 다른 나라 사람과 비교하면 한국 사람은 워커홀릭(workaholic), 즉 일에 중독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에 과거의 급속 성장이 가능했죠. 그런데 요즘도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생산성도 높을까요? 안타깝지만 한국 사회의 노동생산성은 매우 낮아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하위권입니다. 불철주야로 분주하게 일하지만 정작 성과는 높지 않은 것이죠.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뇌가 잘 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좀처럼 활성화할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직장에서는 여전히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상품을 생산하던 제조업 개념으로 일을 대하곤 합니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한계에 이를 때까지 버티는 식이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 직장에서의 일이란 주로 생각하고, 해답을 제시하고, 개념을 연결하고, 전략을 개발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몸이 아닌 뇌가 일하는 셈이죠. 따라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역시 뇌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1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11. 어떻게 감정의 덫에 걸리게 되는 걸까

112. 복잡도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사람의 본질

113. 무엇 때문에 소통하고, 일하고, 존재할 것인가?

114. 감정은 이렇게 우리를 낚는다

115. 거짓말이 지배하는 출세를 극복하는 거대한 직면

116. 안물안궁 2024년 안영회 독서 목록

117. 문제를 정의하고 계획을 세우는 인공지능

118. 알고리즘을 만드는 알고리즘 그리고 모델과 기계 학습

119. 기계 학습 알고리즘의 분류와 일반화 능력

120. 생물학적 신경망과 학습 잘하는 딥러닝의 등장

121. 놀랍게도 황소는 누런 소가 아닙니다

122.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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