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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이혜 Oct 29. 2019

13. 또 자소서 써야 돼?

자소서 포비아에서 벗어나는 방법

오늘은 조금 무서운 영상 하나를 먼저 보시겠습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Id=N1005485704&oaid=N1005485746&plink=REL5&cooper=NAVER&plink=REL5&cooper=NAVER


위의 링크를 눌러보시면, 약 23분 가량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내용인 즉슨,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쓰기에 시달리는 20~30대 청년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컬럼을 써내려가기 전, 포비아에 시달릴 만큼 극심한 고통 속에 놓인 청년들을 방치한 무심한 기성 세대의 한 사람이 저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저는 여러 명의 20~30대 청년들을 마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소서 포비아는 부차적인 고통이라고만 치부했습니다.

오늘 이 영상을 저 역시 접하고 마음이 무겁고 괴로운 것은, 그간 그들을 대했던 저의 무심함이 미안하고 죄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친구들을 좀 챙겨보는 하루로 만들어야 겠네요.


그럼 마음을 좀 챙겨 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자소서 포비아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자기소개서 작성에 두려움을 느끼는 증세.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나는 누구일까 수 천 번도 넘게 자문하게 된다. (출처: Taylor Smith on Unsplash)


나를 예쁘게 포장해야 하는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가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1. 남에게 보기 좋은 나로 포장해야 한다.

2. 끝을 알 수 없다.


"남에게 보기 좋은 나로 포장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심리적 공허함을 가져옵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청년들의 상당수가 자기소개서 속 내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주 작은 꺼리를 발견해서 그것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괴리가 발생하고, 그 괴리로 인해 생긴 격차에 대한 심리적 부담은 온전히 취준생의 몫입니다.


"끝을 알 수 없다"는 공포감도 취준생들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러한 공포감은 취업에서만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인생의 절반을 돌아서는 나이가 되어 보니, 노후준비를 비롯하여 다양하게 만나는 인생의 과제들에서 유사한 공포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무게를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디려고 하는 청춘들이 짊어지려니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나겠습니까.


위의 2가지로 대변되는 자소서의 공포는 사실, 자신이 있는 그대로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닿아 있습니다.

누군가의 입맛에 맞춰,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해 나를 포장하고 가꾸어야 하는 일들이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때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사회초년생 시절, 부장님의 커피를 참 자주 탔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사회 초년병들에게 커피를 타게 하는 등의 꼰대짓을 하지 말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미디어를 타고 흘렀지만, 제가 겪는 현장은 달랐습니다.

회식을 하면 대장의 옆자리는 단연 신입 여직원들의 몫이었고, 손님이 오시면 커피를 내가는 것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그 때 지금 취준생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유사하게 겪었던 듯 싶습니다.

"내가 이런 거 하는 사람인가? 도대체 나는 뭐하는 사람이지?" 하는 굉장히 근원적이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고통은 답없는 출구를 찾는 기분이었습니다.



AI 면접의 시대


AI를 통해 면접을 보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자소서의 문제가 확연해 진 데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천 통의 자기소개서를 들여다 봐야 하는 물리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AI는 얼굴 표정과 목소리, 답변의 내용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면접자에게 점수를 매깁니다.


영상 속에서는 AI 면접에 대하여 베테랑 면접관도 피할 수 없는 취향의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되서 객관적이라 느낀다는 신입사원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이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AI도 결국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여러 번의 경험이 쌓이면 쌓일 수록 해당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한 빅데이터가 쌓일 테고, 이를 지도하는 사교육과 컨설팅이 횡행할 게 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잡아낼 수 없는 부분을 캐치해 낼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합니다.


AI 면접의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넘어 기계를 만족시키기 위한 눈빛과 말투 같은 에티튜드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 보려 합니다.


로봇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인류의 고민이 되었다. (출처: Franck V. on Unsplash)


결국 답은 '나'로의 회귀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분명 몇 년이 지나지 않아 AI 면접을 준비하는 학원과 컨설턴트가 횡행할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또다른 채용의 방법들이 속속 제시되겠지요.

그러한 트렌드의 꽁무니를 좇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기업의 형태 자체가 바뀌고, 바뀌는 기업의 형태에 맞추어 다른 채용 방법들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AI는 취업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AI는 산업의 곳곳에서 사람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현실은 그저 기존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데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뭘 준비해야 할까요?

스스로를 화려한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다양한 해외경험과 인턴, 봉사활동에 밀어넣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제라도 밀리지 않을 스펙을 위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토익, 토플, 텝스를 준비하고 과학고와 서울대를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다양한 해외경험, 인턴, 봉사활동을 앞세우고, 토익, 토플, 텝스의 고득점과 함께 과학고, 서울대로 점철되는 출신학교로 얻게 되는 기회는 앞으로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쉽게 없어질 수 없는 흐름인 동시에, 그들 역시 그러한 스펙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아니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10명 중 1명에게도 속하지 않는 진실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그럼 남은 9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2가지 미션을 실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1. 고유의 색깔을 찾기

2.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드러내기


1번과 2번이 매우 상반되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목적과 방법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명쾌합니다.


1. 고유의 색깔을 찾기

고유의 색깔을 찾자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을 굉장히 막연하게 확신하는 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시지만, 몇 개의 질문만 던져보아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답하십니다.

그 이유는, 그저 익숙한 자신을 자기라고 착각하는 데에 있습니다.


고유의 색깔을 찾는 것은

1) 타고난 성품과 성향

2) 후천적 관심, 활동 방향

3) 선·후천적으로 수립된 가치관

을 잘 알자는 것입니다.


위의 3가지를 잘 알면, 금방 자신의 장·강점이 드러납니다.

그럼, 자신을 어느 분야에 가져다 놓아야 경쟁력이 생기는지도 알 수 있지요.

스스로 원하는 바와 현재 자신의 생김새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찾는 것이니,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의 간극 같은 것도 없습니다.


2.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드러내기

앞서 말씀드렸지만, 1%의 시장으로 뛰어들어 성과를 낼 수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1번의 방법을 통해 자신을 검토했는데, 그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런 친구들은 사회의 비난이나 비판,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관계없이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 친구의 재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생김새와 원하는 바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에서 심사관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락음악을 했다고 합시다. 자신의 모습은 락에 가깝다고 하면서요.

그럼, 심사관들이 그의 타고남을 이해하여 선발할 수 있을까요?

결과는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은 이것과 같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실 4차산업혁명, 사물인터넷, AI 등과 같이 기술적 용어들이 가리키는 곳은 "기술 위에 인간"입니다.


"기술 위에 인간"이라는 말은, 이미 기술은 발전할 데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그들을 잘 알아 그들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는 데에 급급한 것이 아닌, 기술 위에서 기술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는 얘기이지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코딩 열풍이 불고,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IT 포럼과 대회들이 우후죽순 개최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합니다.

취준생 한 명 한 명이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를 드러내는 방식의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통제하는 것. (출처: Andy Kelly on Unsplash)


기술 위에 인간, 그곳을 향해

문화예술 분야를 포함하여 기계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인간은 반드시 기계와 경쟁하는 것을 넘어, 서로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쟁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이런 부분을 고려하여 AI에 대한 세계적인 법적 규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인간이 우위에 있는 지금, 기계들을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만,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우리가 기계에 지배당하는 현실을 맞닥뜨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기계를 지배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 모든 분야에 걸쳐 그렇습니다.


그럼,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하나요?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똑같은 변호사가 있다고 합시다.

A라는 변호사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변호사입니다.

B라는 변호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줄 아는 기술을 갖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그럼 앞으로 두 사람 중 누가 더 경쟁력 있겠습니까?


단연, B입니다.

그는 기술을 다룰 줄 알고, 더 나아가 빅데이터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일어날 문제들에 대한 법률적 가이드를 수립하고 이에 대한 사건, 사고에 대해 변호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알고 있는 인재입니다.

그럼, 기업에서는 A가 아닌 B를 채용합니다.

최소 향후 10년을 보았을 때, B가 훨씬 기업 측면에서는 가성비 높은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직무를 선택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직무를 넘어 그 직무에 걸맞는 어떤 IT 기술을 탑재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이제 직무와 관계없이 그 어떤 곳에서도 IT 기술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짜 자기 스토리텔링을 할 때

이제는 남이 보기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자신의 가치를 확연히 드러낼 수 있는 무기를 탑재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를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잘 알고 있나요?

그 가치를 어느 시장에 드러낼지 가늠하고 있나요?

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IT 기술을 접목해야 하는지 깨달으셨나요?


지금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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