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전엔 기어야 한다. - 황상욱 건강운동관리사
저번 포스트에서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Bird-dog Plank에 대해 알아보았다. 개인적으로 Bird-dog이니 Plank니 운동에 이름 붙이는 걸 별로 싫어한다. 이름 붙이는 것이 기억하긴 좋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운동이 싫어지면 이름만 들어도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것이 플랭크다. 플랭크 가볍게 워밍업으로 시작하자고 하면 소스라치듯 놀라며 눈살을 찌푸린다. 물론, 플랭크를 10분, 20분동안 하도록 강요받은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내 상식선에선 이해할 수 없다. 무슨 플랭크를 10분이나 한다는 말인가. 길어봤자 1분 30초~2분이면 적당하다. 정적인 수축을 10분 동안 할 일이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움직임이 한번 그렇게 뇌에 각인되면 일상생활에서 정작 플랭크같은 동작이 필요할 때에 문제가 생긴다. 움직임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은 움직임 시 필요한 감각정보까지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더이상 말하면 길어질 것 같으니 각설하고 포인트만 말하겠다. 움직임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다. 살 빼려고, 식스팩을 만들려고 등 목적성이 생기는 순간 움직임은 노동이 된다. 나는 독자분들이 다리가 움직이고 허리를 돌릴 때마다 주변 감각을 느끼고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동작에서 불편한지 느껴봤으면 좋겠다. 움직임 자체를 즐거움으로 받아드렸으면 좋겠다.
말이 길어졌다. 이번 움직임은 기는 것이다.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하지마시라. 나도 한번에 10m 이상은 못 기어가는 것 같다. 속된 말로 말하자면 날개뼈 부근, 복부, 하체가 털린다. 이 움직임을 왜 해야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은 이전 포스트(https://brunch.co.kr/@health-factory/22)에도 언급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를 잠깐 말하고 바로 움직임으로 들어가겠다.
인간은 신체가 발달할 수록 관절의 자유도를 갖는다. 관절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그림을 보자.
아기들은 아직 걷기에 불안하기 때문에 기어다닌다. 앞으로 갈 때, 한쪽 팔은 땅을 지지하여 다른 팔이 앞으로 움직일 수 있게하고 움직이는 팔은 앞으로 뻗어 추진력을 얻는다. 이 때 팔 관절의 자유도(움직임)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앞으로 뻗는 것(어깨 굴곡)과 뒤로 땅을 끌어 당기는 것(어깨 신전)
반면 오른쪽에 있는 성인을 보자. 팔이 앞뒤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회전까지 한다. 몸 전면에 안정성이 생겼기 때문에 어깨 관절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라고 해서 모든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야근, 컴퓨터 업무, 비만 등으로 성인들의 움직임은 아기들만도 못하다. 위의 이유로 인해 몸을 잡아주는 안정성이 깨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움직임 시 부드럽지 않고 통증이 일어난다. 따라서, 몸의 안정성을 다시 잡아주기 위해 우리는 이 움직임을 해야한다. (첨언으로, 이 움직임을 하면 아픈 어깨도 나아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답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몸의 전면 안정성이 깨져 어깨 움직임이 잘 안나오는 경우라면 위 움직임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테지만 다른 이유라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움직임으로 들어가기 전 잠깐 동영상을 보자.
귀엽지만 강력한 움직임이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움직임을 발달시킬 수 있는지 참 놀랍다.
- 우선 무릎은 들지말고 땅에 대고 있는다.
- 고개는 땅을 보기보단 살짝 앞을 본다. 전방 1m 앞을 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 손목에 무리가 갈 수도 있는 움직임이니 확실히 손목을 풀어주고 실시해주길 바란다.
1) 무릎 넓이는 골반 넓이
2) 손 넓이는 어깨 넓이
3) 날개뼈는 서로 너무 모아서도 안되고, 반대로 너무 뻗어서도 안된다. 그 중간 범위를 찾는다. 움직일 때 항상 그 자세로 실시해야한다. 힘들어서 날개뼈가 서로 모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주의하자.
4) 허리가 너무 꺽이거나(아치) 둥글게 말리면 안된다. 자연스러운 커브를 유지하자.
5) 꼬리뼈, 날개뼈, 뒷통수가 일직선이 되어야한다.
6) 무릎을 손바닥 두개가 들어갈 정도로만 든다.
- 1단계는 이 자세를 1분 30초 ~2분 정도 유지하는 것이다. 호흡은 다음 포스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health-factory/8)
- 무릎은 든 상태를 유지하며 한 손을 앞으로 뻗는다. 많이 안 뻗어도 되고 조금만 뻗어도 되니 무리하지 말자.
- 동시에 반대발도 같이 앞으로 간다. 손이 움직인 거리와 비슷한 거리로 움직인다.
1) 지지팔과 움직이는 다리는 서로 모아진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지지팔은 땅을 쭉 당기고, 움직이는 다리는 다리근육이 아닌 배근육을 써서 앞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자.
2) 동시에 지지발로 땅을 밀어 추진력을 얻고 움직이는 팔은 추진력을 받아 앞으로 뻗는다.
3) 아까도 언급했듯이, 날개뼈는 서로 모아져서도 안되고 너무 쭉 뻗어있어서도 안된다. 중간 범위를 찾아 계속 유지한다.
4) 하다보면 힘들어서 엉덩이가 올라갈 것이다. 처음 시작했던 높이 그대로 그림처럼 일직선을 유지하며 실시한다.
- 이번에는 뒤로 가면 된다. 2단계는 지지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었다면 이번에는 지지팔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어야한다.
- 순서는 2단계처럼 똑같이 하되, 방향만 뒤로 가면 된다. 당연히 발로 하던 일을 팔로 하니 무진장 힘들다.
- 팔, 다리가 움직일 때 골반과 어깨가 지나치게 밑으로 떨어져선 안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과하게 흔들리면서 움직인다는 것은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니 이전 단계들을 복습하면서 천천히 다시 밟아나가면 되겠다.
- 숨은 절대 참지말자. 움직임에 호흡이 없으면 그것은 더이상 움직임이 아니다.
- 손목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하기 전에 확실히 손목을 풀고 움직여주면 되겠다. 손목이 아프거나 느낌이 안좋다면 바로 멈추길 바란다.
웅보(곰 걸음), 호보(호랑이 걸음) 등 많은 기는 움직임이 있고 각자 다양한 특색을 띄고 있다. 길가다 TV에서 호보로 산을 올라가는 사람이 나온 적이 있다. 아마 기차 대합실이였던 것 같은데, 사람들 반응이 다양각색이었다. 그 중 가장 웃겼던 말이 "미X놈, 손이 발이여 뭐여. 멀쩡한 발 냅두고 뭐하는겨?" 아직 우리나라 사회에선 움직임을 움직임으로 받아드리기 어려운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에 대한 스키마가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들거나, 근육이 튀어나와야 한다는 것에 너무나 고정되있다. 그래서 그런지 Crawling(기어다니기, 여태 언급한 운동)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뿐더러 그게 운동이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다. 여튼, 독자분들께서도 이번을 기회로 삼아 움직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즐겼으면 좋겠다.
어떤 움직임이 힘든 것은 사실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움직임이 더 필요하다고 몸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즐겁게 움직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