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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Dec 16. 2022

새로운 요리는 시큰둥하던 나의 뇌를 깨워줄 것이야


저녁은 뭐 먹지?


집밥을 해 먹으니 알겠다. 삼시 세끼의 무게를. 아침 차려먹고 치우고 뒤돌아서면 점심시간이고, 먹고 쉬다 보면 해가 저문다. 저녁 메뉴를 정할 시간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채소가 있고 과일이 있으며, 서로 다른 맛의 고기와 유제품이 있고, 여러 가지 곡물이 존재한다. 이렇게 맛과 풍미가 다양한 재료들이 있는데 사람은 왜 무엇을 먹을지 매일같이 고민할까. 알다가도 참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나는 장을 보러 가면 항상 보는 코너만 본다. 익숙한 장소이다 보니 어느 제품이 어디에 진열되어 있는지 알기 때문에 필요한 것만 둘러보고 나오려는 계산일 수도 있고, 습관이 되어서 익숙한 음식만 먹으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요리 범위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그걸로 요리를 할 수 없으면 본체만체하고 지나간다.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약 복용과 식이요법을 앞두고 보니, 요리 영역을 넓히지 않고는 이 장기전에서 버틸 재간이 없을 것 같다. 한약이 며칠 후면 도착을 하는데, 내 요리 실력은 거기서 거기. 게다가 미니멀리스트다 보니 요리 도구도 소박한 편. 스텐 팬이 있고, 냄비 있고 에어프라이어가 있지만 믹서가 없다. 그게 좀 아쉽네 요즘.


장을 보러 생협에 도착한 나는 '가진 것만큼으로도 충분히 신나는 사람(좋아하는 시, 안도현 시인의 <새해 기도>에 나오는 구절이다)'답게 생각을 달리 해보기로 한다. 꺼진 불을 다시 보는 기분으로 평소 보지 않고 지나치던 진열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안을 들여다본다. 전을 부쳐먹는 용도로 손질이 다 되어 나온 생선이 보였다. 생선 전은 명절에나 먹는 거라 생각했는데 뭐 그러란 법이 있나. 아무 날도 아닌 오늘 먹어보자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전을 먹으려고 보니 부침용 가루로 무엇을 쓸지가 고민스럽다. 집에 남은 부침가루를 마저 쓰면 되긴 하는데 아마도 모자랄 것 같다. 이번에 할 식이요법에서는 밀가루가 들어간다며 전도 먹지 말라고 했거늘. 밀가루 코너를 쓸쓸한 눈으로 쳐다보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시선이 처음 보는 물품에 멈췄다. 튀김용 쌀가루다. 원재료명을 보니 쌀가루 60%에 알마피분, 감자전분, 찰옥수수가루 등의 곡물이 들어있다.


쌀가루가 50%가 넘고 밀가루가 들어있지 않으니 대안으로 먹어보자 싶어 장바구니에 넣었다. 오늘은 굴전을 먹고 내일은 애호박으로 부침개를 해 먹으면 맛있겠지. 채를 썰고 전을 부치는 게 다소 번거롭지만 간식을 안 먹을 수 있다면야….


뭐가 더 없을까 하고 매의 눈으로 진열대를 스캔하던 중 신선한 생굴이 눈에 띄었다. 날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동안 보고도 지나쳤는데, 가만. 굴을 꼭 날 것 그대로 먹으란 법은 없다. 그렇다면 익혀서 먹는 요리에 뭐가 있는지 머리를 굴렸다. 전으로 부쳐먹거나 또는 밥에 넣어 굴밥을 해서 간장에 비벼 먹어도 기가 막히지!



선입견과 편견을 던져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식료품을 보니 이렇게 새로운 먹거리가 하나 둘 나타나 준다. 안 해본 요리여도 불안이 적은 시대. 우리에겐 백 선생님과 그 외 훌륭한 유튜버 요리사들이 있다.



오늘 저녁은 굴전을 해 먹기로 했다. 야채가 들어가면 맛있을 것 같아서 깻잎 네다섯 장을 잘게 썰어서 계란 2알을 풀어놓은 물에 넣고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한다. 생굴은 깨끗한 물에 한 차례 씻어두고, 집에 남은 부침가루에다 오늘 사온 쌀튀김가루를 섞어주었다.




우선 튀김옷을 굴에 묻히고 계란물에 퐁당 적신 후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조심스럽게 내려준다. 혼자 하려니 적은 양인데도 바쁘다. 튀김옷 묻히고 계란물에 담가서 팬에 올리고 그사이 부친 걸 뒤집고 자리 만들어주고 기름 붓고… 또 새로 넣고…. 한참 기름 향에 취해서 그렇게 굴전을 마저 부쳤다.


오늘 저녁은 서서 먹었다. 요리하면서 그때그때 즉석에서 가장 맛있을 때 먹느라ㅎㅎ




평소에 안 해본 요리를 하니까 신선했다. 색달라서 재미있고 혼자는 처음이라 묘한 떨림도 있었다. 나의 요리력이 +향상되었다. 나는 이제 굴전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거기다 맛도 있어서 식사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제는 마트에서 생굴을 봐도 피하지 말아야겠다. 익혀서 먹는 요리가 있는데 왜 피했을까. 아무튼 이렇게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포만감과 새로운 음식을 맛보았다는 즐거움이 더해져 후식 없이 식사만 하기에 성공했다.




간식 생각이 날 때면 새로운 요리, 안 해 먹어 본 요리, 최근에 안 먹은 요리가 뭐 없을까 하고 살핀다. 낯선 음식은 식사의 만족감을 높여줘서 간식 생각이 나지 않게 해 주기 때문이다.

간식 생각이 난다는 건 새로우면서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오늘은 새로운 요리로 건강한 식사를 했다.

간식이 당길 때는 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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