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느끼기엔 항상 열등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좋게 생각이 잘 안 되는 몇 가지 아이템들이 있다.
일단,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차원에서, 거의 모두가 공감할 만한 것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팔이 골절되거나 하면, 인생지사 새옹지마니까, 더 튼튼한 팔을 주려고 그러시나보다, 팔도 좀 쉴 겸 너도 좀 쉬라고 이렇게 되었나보다, 하면서 정신승리가 가능한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내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어나서 좋을 것 하나 없는, 순수하게 안 좋기만 한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등하다 느낄 일 없는, 항상 열등한 것,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두 번째로는 나팔바지가 그러하다.
나팔바지는 예쁘지 않다. 라고 하면, 아닌데? 나팔바지도 때와 장소와 사람에 따라서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데?
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그 장소와 그 때에 다른 핏, 예컨대, 몸에 좀 더 적당히 달라붙는 핏을 입었으면 더 예뻤을걸?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구상 어딘가엔 존재할 수 있겠지, 몸에 붙는 핏보다 나팔바지가 더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
하지만 현실에선 아직 못 봤다. 아직까진 나팔바지는 열등하기만 한 것에 포함된다.
세 번째는 이제 좀 무리수긴 한데, 오뎅이 있다. 어묵이 맞는 표현이겠지만, 옛날 사람이라 아직은 오뎅이 더 와 닿는다. 어묵은, 이미 열등한 오뎅을 더 열화시키는 것 같다.
필자는 오뎅을 먹으면서 와 여기 오뎅 진짜 지렸다 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뎅치고 괜찮네, 오뎅 주제에 이 정도면 훌륭하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분식집에서? 오뎅을 따로 돈 주고 사 먹는 사람들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취향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싸게 간단하게 따뜻한 게 먹고싶어서? 라면 떡볶이를 시키고 오뎅국물만 달라고 하면 안되나?
삼각김밥을 편의점에서 데워먹으면 안되나?
오뎅 바? 이건 더 심하다. 일단 친구들끼리 오뎅바는 어불성설이고, 데이트를 위해 간다고 해 보자. 대부분의 오뎅바가 그런 용도이기도 하고.
바이브가 좋은 건 ㅇㅈ이지만, 그런 바이브를 주는 곳이 오뎅 바 외에 없나? 하면 아닌 것 같다.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 수 있는 이자카야나 실내포장마차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본다. 오뎅의 문제는 생선과 탄수를 분리해서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생선과 탄수를 합쳐서 튀긴거라, 건강하지도 않고, 튀기지 않았다고 한들 아무튼 탄수를 먹게 되는게 싫다.
물론 오뎅바를 가서 오뎅 말고 반찬만 먹고 분위기만 취할 순 있는데, 역시 그럴 바엔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곳을 가는게 낫다는 주의다.
오뎅바에 가서 오뎅은 같이 간 사람 주고 무만 먹으면 되잖아? 하면 그건 ㅇㅈ이다. 오뎅 국물에 무는 인정이다.
근데 오뎅 없어도 오뎅국물에 무는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오뎅이 내 인생에서, 와 그래도 오뎅밖에 없다, 오뎅이 더 우월하다, 라고 느껴질 때가 그래도 한 번은 있는데,
엽떡에서 엽오를 고를 때이다. 그래도 떡보단 오뎅이 나은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엽오를 시키면 떡도 있고 오뎅도 있어서 더 밸런스가 나은 것 같다.
오뎅의 존재가 우월하다고 느낀 때는 이 때 딱 한 번 뿐이다.
요즘 삶에 이런저런 피곤함이 있었어서, 세 가지 것들에게 화풀이를 한 번 해봤다.
하고 나니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본심이라 어쩔 수 없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나팔바지, 그리고 오뎅은, 인생에서 없어도 그만이다. 미안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