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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나마스떼 Oct 13. 2024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어디쯤

현아

합류해주신 두 분 덕분에 다음 글을 쓸 때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긴 것 같아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부담이 줄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글의 순서가 차례차례 한 바퀴를 돌아 저에게 다시 돌아올 때까지 너무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가득 채워져 있어서, 저 또한 그 이야기들과 관련된 하고 싶은 말이 쌓여가며 저의 순서를 부담이 아닌 “설렘과 기대로서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생각하지도 못한 묵직한 주제와 그 주제를 토스하는 대신 되새김질을 통해 묵묵한 소화를 해내시고 새로운 물음을 던져주시는 그 과정들이 놀랍습니다.     




먼저, 나현 님의 사바아사나 이야기를 보니 저의 사바아사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요즘 사바아사나를 하면서 눈을 가만히 감고 달궈진 몸과 가빠진 호흡을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공간을 채우는 음악소리, 열린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매미가 목청껏 우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게 되는데요.


그 소리들이 청량한 여름의 아침을 본격적으로 깨우는 소리로 다가와서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아닌, 하루를 시작하는 때에 요가를 해서인지, 저의 사바아사나는 원래의 뜻과 상관없이 잠(죽음)에서 깨어나 다시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게끔 해주는 기분 좋은 과정이 고는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그런 사바아사나를 거쳐 하루를 시작하면, 요가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와... 오늘은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분은, 아마  


1) ‘내가 자고 있던 시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면서 세상을 깨우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


2) 그 움직임에 합류해서  ‘아침잠이 많은 내가 일어나기 힘든 아침 시간이라고 핑계를 대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운동을 하러 왔다.’는 뿌듯함,


3)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나 아침부터 웃으며 시작을 하고, 기분을 달래주는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깨우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만족감,


4) 그래서 ‘오늘 하루 이것 외에 더 기분 좋을 일이 생겨주면 아주 땡큐겠지만, 생기지 않아도 더 바랄 게 없다.’는 충만함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모두 모여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해요.     


아사나가 잘 되고 몸의 컨디션이 잘 따라 주는 날은 위 이유들에 더해서 ‘안되던 아사나가 됐다!’는 성취감까지 더해지지만,


아사나가 잘되지 않았더라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뿐, 이미 느껴진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분들은 사실, 제가 요가를 전문적으로 하지도 않고, 요가에 대한 혹은 저의 신체 상태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치가 한없이 낮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안 되는 자세도 좀 무리해서 시도해 보기도 하고, ‘아.. 옆의 사람은 잘 되는데, 왜 나는 잘 안되지, 뭐가 문제일까..’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욕심도 내기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약간의 부상도 입어보고, ‘내가 가진 신체의 컨디션으로는 하루 이틀 해서 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사실도 깨닫게 되고,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더 투입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면 욕심을 내겠지만, 내가 가진 자원 안에서 내가 운동을 하는 목적 – 자격증이나 전문성이 아닌 일상에서의 체력과 건강의 유지 - 범위 내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하는 타협점을 찾다 보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분을 쉽게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저와는 반대로 지선 선생님은 요가에 대해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요가에 더욱 진심인 마음,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진지함, 좀 더 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업(業)에 대한 마음들이 더해져서 좌절과 아픔의 시간들을 거치실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단단함을 가지게 되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하고 있는 업(業)에 있어서 만큼은,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더더욱 전문적으로 되어가고 싶다는 진지함, 어떻게 하면 더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치지 않고’ 만족스럽게 잘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많습니다.


그런 고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짙어지면 짙어지지 옅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여러 가지에 관한 고민들에 대해서 스스로 성찰도 해보고, 공부도 해보고, 연구도 해보면서 내부적으로 소화해 내는 시간들이 ‘음’이라고 하고,


그런 고민들을 나름대로 소화해 내어서 방법을 찾아 바깥 세계에서 실행에 옮겨가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취를 해내는 시간들을 ‘양’이라고 한다면,


제가 살아가는 그러한 음과 양의 시간들이 모여서 일상이 되고, 커리어가 되고, 인생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타요가가 ‘하’라는 양의 성질과 ‘타’라는 음의성질을 가진 에너지의 조화를 추구하는 요가라는 것을 지선님의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 설명을 읽다가 “어쩌면 인생도 내면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 ‘음’의 에너지와 외부적으로 발산하고 외부와 상호작용하며 실행해 나가는 ‘양’의 에너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인생도 하타요가와 닮은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의뢰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분들 인생의 ‘음’과 ‘양’을 만나게 됩니다.


치고 올라가야 하는 성장타이밍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움을 드리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간신히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분들을 대할 때는 지선님이 느끼셨던 따뜻한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냉철해지고는 합니다.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기 전까지는 긴장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분들의 인생이 달린 문제는 진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보통 뼈아픈 말을 하게 될 때도 있어서, 그런 말을 어떻게 전달을 해야 할까 나름 고민도 해보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는 것과는 별개로 결국은 “아주 정확히 현실적으로 와닿게 이야기를 해드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그분을 위해서도 맞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가끔 본인에게 벌어진 상황이나 앞으로 자신이 헤쳐 나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현실감이 없는 상태에서 저를 만나게 되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는데요.


우발적, 충동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든지, 한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든지, 그동안의 행동들에 대해서 어떤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든지.     


그런 현실감각들은 법적인 절차를 밟아가게 되면서 차츰 자신을 압도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차차 깨닫게 되면서 괴로워하는 순간에 저는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저는 변호사의 역할로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변론을 하면서 그분의 험난한 인생을 위로해 드리게 됩니다만, 그 위로는 이미 일어나 버린 현실의 결과에 항복하고 주어진 현실과 책임을 받아들여 가는 무거운 과정 속에서 어쩌면 아주 차갑게 다가갈 위로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얼마 전 정말 ‘아, 차갑고 냉혹한 위로란 이런 것일 수 있겠다.’ 싶은 경험이 있었는데, 지선님으로부터 ‘혹시 차가운 위로를 건네어 본 경험이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 온 게 신기했습니다.     


직업적인 의무사항 때문에 그 상황들을 모두 구체적으로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지선님의 물음 덕분에 다시 그 경험을 글로써 정리해 보면서 그때 제가 느꼈던 그 여러 가지 감정들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었어요.     




저 스스로도 마찬가지이지만, 제가 의뢰인 분들을 만나고 상담을 하면서 항상 어떤 측면에서든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는 때가 많습니다.      


‘자신에 대해서’라고 말하면 조금 추상적이지만, 예를 들자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지?’,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지?’,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지?’,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등등 그 끝이 없을 것 같아요.     


그것들을 스스로 알아가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명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반적으로 ‘명상’이라고 하면, 뭔가 어려워 보이고, 지루하거나 졸릴 것 같고, 뭔가 숲에서 해야 할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명상에 관해서 관심이 많으신 다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기 바빠, 따로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없었는데,


이 글을 통해서 다능님께 일상에서의 좋은 명상 방법들이나 명상에 관해서 추천해 줄 만한 내용, 인상적인 개인적인 경험담들을 들려주실 수 있을지 부탁해보고 싶습니다.





[사진 : 황현아 作, Mein Spielr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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