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 대한 본질과 방향을 이야기하는 책 '부자의 그릇'에는 외식 산업 종사자 분들과 음식점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보기에 아주 훌륭한 주먹밥 사업 에피소드가 나온다.
사업을 결심한 계기부터 준비하는 과정, 1호점을 오픈하고 운영하며 생기는 일들, 그리고 사업의 톱니바퀴가 어긋나면서 순식간에 망하게 되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잘 담겨 있다.
책을 아직 보시지 못한 독자분들을 위해 에피소드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은행에 다니는 주인공(에이스케)은 창업컨설턴트인 친구(오타니)의 권유로 주먹밥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다.
친구의 소개로 요리사(하야마)를 영입하게 되고 셋은 의기투합하여 '크림 주먹밥'이라는 주력 메뉴를 만든다.
매장 오픈과 함께 '크림 주먹밥'은 대박을 치고, 2호점 역시 큰 성공을 거둔다.
편의점 제휴에 대한 생각이 갈리면서 균열이 생기고 이후 무리한 확장과 유행 아이템의 수명이 다하면서 사업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글은 에피소드에 담긴 유의미한 7가지의 키워드를 다룬다.
외식 프랜차이즈 15년여 경력을 통한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분명 창업을 준비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유의미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핵심만 짧게 요약하였으니 당장 창업을 생각하지 않고 있더라도 예습 차원에서 끝까지 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1. 아이템, 가격
기본 주먹밥보다 비싸고 원가도 높은 크림 주먹밥이 1호점 오픈과 동시에 성공하면서 추가 매장에서는 아예 다른 주먹밥 메뉴들을 제외하기에 이른다. 이와 함께 메뉴 가치에 대한 업그레이드나 소비자 안내 없이 오픈 초반 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이 메뉴가 유행성 아이템이 될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줄 유망 아이템으로 성장할지는 단순히 소비자 반응(매출)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트렌드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여건 및 시장규모, 진입장벽 등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특히 이러한 유형의 비즈니스에서는 더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예측하고 다음 스탭과 시나리오 대비가 필수적이다. 가격 변경(인상)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함부로 단언해서는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2. 자금
크림 주먹밥의 기세를 빠르게 올리기 위한 방법을 택한 주인공은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오픈 후 석 달부터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매장들을 폐쇄하기에 이른다.
창업에 대한 의지와 아이템, 타이밍도 좋지만 자금 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도 핵심이다.
단순히 대출액의 규모를 따지기 보다도, 내가 오픈할 매장의 예상 손익 계산서를 산출할 때 대출이자와 상환액도 반드시 포함해서 정확하게 순이익을 따져야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으면 나중에 몸은 몸대로 힘든데 남는 것은 없는 암담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3. 입지
1, 2호점의 크림 주먹밥이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이후 매장들은 더 유동인구가 많고 붐비는 매장으로 입점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이 악화되고 크림 주먹밥의 판매가 급감되면서 좋은 입지를 위해 감내하기로 한 임차 조건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좋은 입지를 찾는 것은 누구의 마음이든 안 똑같을까.
자금 사정에 맞게, 또 내가 하고자 하는 아이템의 특성과 영업형태(홀/배달/포장)를 고려해서 최적의 입지를 찾아야 하기에 점포 개발이 어려운 것이다.
권리금과 보증금, 임대료 역시 창업자금과 매월 지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Best Case를 염두에 두고 희망에 찬 매출로 계산하는 것보다, Worst Case 역시 염두에 두고 내가 이 매장에서 하루에 얼마를 팔았을 때 마이너스가 나는지에 대한 예상 매출 시나리오를 후보 입점지와 매칭 시켜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4. 타이밍
천천히 사업을 다지면서 확장을 해야 할지, 빠르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단순하게 감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기세가 중요한 프랜차이즈 사업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방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사업 확장에 대한 준비와 비즈니스 전망과 예측치를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매장이 많아질수록 커져가는 본사의 역량이 뒷받침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조의 밸런스도 상당히 중요하다.
(보통 50개 매장을 기준으로 본사의 기능별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편의점에 대한 진출 타이밍 역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게 편의점을 통한 인지도 향상이나 매출 증감의 정량적 지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 결정이 가맹점에게 주는 정성적 요소 또한 헤아려야 한다.
5. 사람, 연결.
주인공은 크림 주먹밥을 개발한 요리사가 데려온 매니저를 매출 하락과 함께 바로 퇴사를 시킨다. 하지만 이는 메뉴 개발의 핵심 축이었던 요리사가 퇴사하는 계기가 된다.
동업인 경우에 특히 이러한 점에 유의해야 하겠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직원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지금 시대에서 직원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월급을 주며 고용한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나의 매장을 더욱 빛내주는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충분히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하고, 사업과 연결된 주위 사람들과의 신뢰 관계 역시 모래성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보듬어야 한다.
6. 본질
사업 초반 크림 주먹밥의 성공과 함께 주인공은 사업의 확장과 돈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이는 큰 부메랑이 된다.
첫 번째 크림 주먹밥을 판매할 때의 쾌감과 가족을 위한 창업을 다짐했던 주인공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가 초심을 잃었다는 것은 매장을 계속 비우는 것뿐만 아니라, 핵심 주재료였던 쌀을 공장에서 받기 시작한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무조건 공장에서 받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이든 삶이든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내가 사업을 하는 사명,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정의되어 있어야 매출이 떨어지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다.
7. 약속
주인공은 요리사뿐만 아니라 맨 처음 창업을 결심하게 한 친구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다.
매출이 감소함과 함께 가장 먼저 찾아가 '매출 5%'의 수수료 조건을 '이익 5%'의 조건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다.
사업은 신뢰에서 시작하고 끝난다는 말이 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책 속의 명언처럼,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약속 이행은 나의 신용도를 높이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자산이다.
여러분의 도전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물론 누구나 완벽하게 창업을 준비하고 운영할 수는 없다.
삶은 짜인 각본처럼 움직이지 않고,
우리의 사업 또한 수많은 변수와 경쟁자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의 일곱 가지를 염두에 둔다면,
최소한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막연히 새롭게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19년.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마음속에 있는 독자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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