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매출을 올리기 위한 실무에 몰입하던 5년여 전.
당시에만 해도 생소했던 '모바일 상품권'을 가맹점에 적용하기로 하였다.
자료도 만들고 바삐 도입 준비를 서둘렀다.
대부분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홀과 테이크아웃 정도의 영업 형태를 가져가고 있었던지라 새로운 신규 고객 창출과 매출 증대를 위해서, 또 시장의 변화에 먼저 앞장서는 의미에서도 모바일 상품권이 주는 의미는 아주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PG수수료를 우리가 왜 분담해야 해요?
일부 가맹점에서 공통된 목소리로 피드백된 것은 PG수수료*에 대한 반발이었다.
(*PG : Payment Gateway의 약자로 결제대행 서비스를 의미)
어렴풋한 기억으로 당시에는 시장 도입 초창기여서 수수료율도 높지 않았고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차원도 있었을 것이다), 가맹본부에서도 캠페인 차원에서 초반 일정 기간은 분담하며 참여 독려를 권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의 이러한 반응이 의미했던 것은 생소했던 모바일 상품권 도입으로 인한 '추가 매출의 효과'보다 수수료라는 인식상의 해석이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전에 부정적 반응을 먼저 보이게 한 숨은 인사이트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모바일 상품권의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만 2조 2천억 원, 올해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며 생일 축하를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쉽게 전달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시대가 되었다.)
이와 상당히 비슷한 경험으로 기억나는 것이 '배달의 민족'의 서비스 도입 때이다.
상가수첩과 자석스티커 등의 방식으로 당시에는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는 비중도 높았고 배달을 하는 매장들도 많지 않았다.
소비자 인식 상으로도 중국집, 치킨, 보쌈 족발 정도로 배달로 시켜먹는 음식의 카테고리가 상당히 고정되어 있었다.
배달의 민족 본사가 매직아일랜드 석촌호수 뒤에 있던 초창기부터 근무했였던 담당자님을 통해 배달의 민족 서비스와 방향을 입 벌리고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시간이 흘러서 감자 한 알까지 직접 배송하는 시대가 왔다.
토르가 배달해주는 것은 아니겠죠 (이미지 출처 : 배달의 민족 앱)
2019년.
수많은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는 올해만큼 가맹점의 배달 매출 성장을 많이 경험한 해가 있었는지 싶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복합 작용한 결과가 컸을 것이다.
시장 자체의 성장, 1인 가구 증가
쿠팡이츠, 위메프오, 브랜드 자체 배달앱 등 신규 배달 플랫폼 진입
배달앱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소비자 프로모션 증가, 반사이익 효과
소위 '깃발 꽂기'를 통한 개별 식당의 매출 발생 경로 확대
한 매장 두 개 아이템 취급을 통한 배달앱 추가 입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배달료 기준, 배달 상권에 대한 영역 정의와 인근 가맹점간의 갈등, 라이더 수요, 배달 원가 등 매출 증대 외적으로 해결해야 하거나 개선되면 좋은 사항들 역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번 글은 최근 '배달'에 대한 포괄적인 관점에서의 개인적 소견을 풀어낸 글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15년여 동안 있으면서 경험해온 것들, 그리고 지금의 모습들을 통해 바라본 배달에 대한 내용들을 담은 내용이다.
물론 워낙 짧은 식견이다 보니 부족함도 많을 것이고 일부 관계된 분들과는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식당 자영업 가맹점 사장님 외 가맹본사와 관련된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셨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을 담은 글이니 '미리'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지난달 말일 참석했던 학술대회에서의 메인 주제도 배달에 대한 영업지역의 내용이었다.
'더 나은 배달 시장'을 바라는 모두의 바람을 주제로 이야기한다면 크게 아래의 3가지 관점에서 짚어볼 수 있겠다.
이 글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쉬운 이해를 위해 배달과 홀 영업을 같이 하는 '식당 가맹점'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1. 소비자 관점
마케팅 용어에 'M.O.T(Moment of Truth), 진실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브랜드나 상품이 소비자의 경험을 좌우하는 결정적 순간을 의미함)
음식점의 경우 기존에는 매장 공간이 여기에 해당하였다.
입점을 위해 윈도우도 깨끗하게 닦고 홍보물도 정리하고 매장 앞도 열심히 청소해 오셨을 것이고,
맛있는 메뉴를 위해 입점한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메뉴를 제공하며 추가 반찬도 챙겨 드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배달앱 상에서의 나의 매장이 보이는 순간부터'를 이 진실의 순간에 추가해야 한다.
매장을 클릭하기 전 가장 먼저 보이는 평점과 주문수가 적으면 늘리려는 노력을 쿠폰이나 홍보 등으로 해야 하고,
매장을 클릭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메뉴 상단의 메시지, 그리고 매장 정보와 리뷰 페이지 상단의 리뷰에 대한 생각도 달리해야 한다.
배가 고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장 하나를 훑어보는데 30초 채 걸리지 않는 이 찰나의 순간이 정말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이제는 그 중요성을 더 많이 인지해야 한다.
매장을 열심히 운영해오던 습관을 100%라고 한다면 적어도 최소 30%는 이 배달앱의 관리에 할애하여 소위 3개월 정도는 죽기 살기로 잘 가꾸고, 리뷰 달고 해 보자.
소비자분들은 우리가 하루 동안 영업에 너무 치열해서 집에 가자마자 쓰러지는 자영업자의 삶의 애환보다 스크롤 한 번에 리뷰 관리는 안 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이미지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업로드해야 하고 멋진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부터 놓자.
화려하지 않더라도 진정성 담긴 주인의 인사글을 한 줄이라도 써보자.
그리고 두 가지만 습관화 하자.
관리자 페이지에 자주 들어가는 것, 그리고 발표와 댓글이 많은 우수한 다른 매장의 사례를 둘러보는 것.
이 두 가지를 위해 매일 30분씩이라도 최소 3개월만 투자해보시면 자연스럽게 매장의 정보창과 리뷰 글의 실력과 진정성이 나도 모르게 풍부하게 느껴질 것이다.
고객에게 우리 매장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찰나의 순간들 (이미지 출처 : 배달앱)
2. 공급자 관점
(가맹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보다 가맹본사와 관련된 종사자분들을 위한 내용이다.)
일단 모든 외식 브랜드가 같은 운영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평균 매장 크기도 다르고, 메뉴도 다르고 그러다 보니 주방도 다르고, 오퍼레이션의 강도 또한 다르다.
(1) 브랜드 매칭을 먼저 점검하라
☞ 배달 매출을 늘려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인 브랜드가 있고,
☞ 배달 매출을 생각하기 전에, 가맹점의 시스템과 부자재나 오퍼레이션의 매뉴얼부터 확실히 잡아야 하는 단계인 브랜드가 있다.
☞ 순수 메뉴 원가만 관리하는 본사가 있고, 배달 부자재와 간접비까지 고려하여 메뉴 원가와 수익 모델을 관리하는 본사가 있다.
☞ 모든 메뉴를 열심히 다 배달해야 한다고 외치는 본사가 있고, 홀 밸런스도 고려해서 메뉴를 최적화하거나 배달 전용 메뉴를 위한 R&D에 집중하는 본사가 있다.
이는 무엇이 맞고 틀렸다는 것을 이야기하기보다, 배달이 대세이니 무조건 편승하고 보자는 식이 아닌 우리 브랜드의 상황과 특성에 맞게 배달을 잘 믹스해야 한다는 전략적 접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배달을 하니 매출은 올라가는 것 같은데 남는 것이 없어"라는 현장의 반응이 있다면 단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도 대세이니 열심히 하시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더 파고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이 실제 배달 수수료의 비중이 큰 건지,
우리의 부자재 공급원가에서 효율성을 발휘할 부분이 있는 것인지,
그래도 아니면 브랜드 손익 구조를 전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정도의 것인지를 정확하게 접근해서 향후 배달 매출 확대와 함께 가맹점에서도 매출보다 실질적 손익이 함께 비례하며 늘어나는 행복 구조를 만드는데 더 많은 리소스를 투여하는 2020년의 계획을 추가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2)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스템 개선은 필수!
추가적으로 중요한 것은, 배달 플랫폼들과 POS와의 연동이다.
현장에서의 움직임과 접수 경로를 최대한 간결하게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이를 묶어서 터치 한 번에 POS에 넘어올 수 있게 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보다는 배달앱의 프로그램에 따라 가맹점에서 그에 맞게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현장에서는 더 많다.
(어떤 프로그램은 터치 한 번이면 라이더까지 가는데 어떤 프로그램은 받아서 POS키보드로 주방장갑 벗고 주소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트렌드의 큰 그림보다 당장 현장에서 불편한 것을 이야기하실 수밖에 없는 현장 상황을 먼저 공감하고, 계속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가맹점에서의 배달을 접하는 부담감이나 직원 불편 호소의 목소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3) 배달 전담 교육 강화
또한 배달에 대한 교육 시스템도 2020년에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단순하게 신규 가맹점 교육 과정안의 어느 하나에 넣거나 하기보다 전담 직원, 부서를 통해 '꾸준히' 현장의 배달 경쟁력과 운영을 위한 서포트 활동을 해 주어야 하고, 좋은 현장 사례 전파 발굴과 확대에 힘써야 한다.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기에는 그렇지만 '배민 아카데미'의 자체 채널과 유튜브를 활용한 교육이 아주 훌륭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배달앱 상에서의 본사 모니터링 전담 역할 또한 긍정적 취지로 신설 운영된다면 내부적 경쟁력 강화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4)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의 한 축으로도!
본사 전략적 차원에서도 보증금과 임차료 비중을 낮춘 수익 입지 모델로 '배달 전용 하위 브랜드'나 초기 투자금에서 상대적으로 효율을 볼 수 있는 공유 주방 등과의 협업 또한 병행 검토도 가능할 것이다.
단순하게 주방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개념의 공유 주방은 올해 받은 주목도 만큼 앞으로 후발주자들 또한 많아질 것이라 보기에 시스템적인 차별화 요소와 기술력을 갖추었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배달 음식을 올리기만 하면 레일을 통해 자동으로 매장 입구 컨트롤타워로 가는 공유 주방 (이미지 출처 : 유튜브, 맥형TV)
3. 라이더 관점
여름에는 시원한 미니 생수 팩을, 겨울에는 어묵 국물을 꼭 챙겨준다오
필자가 아는 떡볶이 분식집의 사장님이 배달 라이더 이야기를 하며 해주신 말씀이다.
마케팅에 능통한 젊은 사장님도 아니고 평범한 노년 부부 두 분이시지만, 이 분들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러한 동반자적 라이더 케어를 바탕으로 배달 매출이 홀 매출의 50%에 육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두 분의 마음에 감동한 여러 라이더분들 역시 같이 배달하는 3개가 있으면 항상 이 매장의 것을 먼저 전해준다던지, 어려운 상황의 부탁도 들어드린다던지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화답이 되고 있었다.
바쁘다 보면 서로 인사 한번 하기가 어려운 매장 상황이지만, 그래도 그 찰나에 상대방을 위하는 멘트와 마음을 전달해보자.
매번 어묵 국물을 주지 못하더라도 가끔 자주 오시는 라이더분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용기 내어 표현해보자.
꼭 특정 물품만 팔아야 영업이 아니다.
배달도 음식장사도 결국 사람이 하는 비즈니스이다.
나의 사업장을 위한 사람의 마음을 살 줄 안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것은 오죽할까.
최첨단 배달앱 시스템 고도화 속에서도 이런 아날로그의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저 모래에 여러분의 발자국이 또렷이 남을 수 있는 2020년을 준비하세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래서 배달 안 하실 건가요?
서두에 언급한 풀어야 할 여러 현안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 브랜드(가맹본부), 지역에 따라서 배달과의 밀도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이 배달 전체 시장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배달은 2020년에도 수많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사업계획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전략적 실행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시장 전체적으로는 계속 상향 평준화가 되어 갈 것이다.
위의 3가지 관점에서의 접근과 함께 2020년에는 배달에 대한 '마케팅 마인드'가 상당히 부각될 것이라 본다.
이제는 배달 플랫폼이 아닌 광고 플랫폼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배달의 민족에서 최근 업데이트 한 내용 또한 '각 매장에서의 마케팅 활용 폭을 넓히게 한 부분'인데, 이를 각 본사와 개인 매장들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각 본사의 마케팅 노력에 따라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배달을 위해 오늘도 애쓰시는 모든 자영업자 소상공인 가맹점 사장님들,
그리고 가맹본부 임직원 분들과 관계자분들.
배달을 사랑하는 모든 소비자분들과 함께 내년에는 더 웃음꽃이 피어 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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