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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싸맨 Dec 09. 2019

마흔 아재의 엄마 아빠 이야기

마음의 시작과 끝, 결국은 가족.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사진 속의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이 되어서 

이 곳 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 있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 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아가씨의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 김진호 1집 '가족사진' 가사 




아버지는 경찰 공무원이셨다.

부산에서 홀로 상경하셔서 외로움과 공직 생활을 바꾸셨다.

덩치도 크셨던 아빠를 바라보는 어릴 적 기억은 따뜻함보다는 엄한 모습, 무서움이 많았다.


어머니는 가정주부이셨다.

청도에서 올라오셔서 아버지를 만나 직장생활을 일찍 정리하시고 결혼하신 후 누나와 나를 나으시고 마음을 다해 키우셨다.

당신보다 아빠와 자식들을 쉼 없이 뒷바라지해오신 엄마를 바라보는 어릴 적 기억의 단어는 헌신이었다.



외식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식당을 많이 다녔다.

어쩌면 내가 지금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15년여 동안 더 열정을 다하며 애정을 쏟고 있는 것도 그 당시의 아버지께서 많이 외식을 경험시켜주신 기억이 준 역할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주위를 잘 살피시고 따뜻함과 정으로 주위 분들의 호감을 많이 사셨던 어머니.

일을 할 때는 아버지와 같이 무섭게 집중하면서도 힘을 빼면 주위를 기분 좋게 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는 나의 모습은 어머니의 그것과 쏙 빼닮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제 시간이 흘러 아버지는 은퇴를 하셨고, 작년에 칠순을 넘으셨다.


일을 하지 못하시면 홀로 외로움에 힘들어하실까 봐 명예퇴직 이후에 줄곧 뭐라도 하시라고 재촉했던 아들의 걱정과 달리, 아버지는 여전히 씩씩하게 하루에도 두 번씩 산에 올라가시며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으셨던 PC 맞고 게임을 시간을 정해 놓고 즐겨하신다.


중고등학교 시절 외식을 하면 아버지께서 홀로 소주를 몇 병씩 드시는 모습에 때로는 안절부절못하며 행여나 화를 내시기라도 하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께서는 든든한 술친구인 아들을 앞에 두고 손주들의 재롱을 보시며 편하게 약주를 드신다.



아버지의 엄한 모습과 훈육을 거치며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떨치지 못한 기억들이 지금 내가 마음을 다스리는데 어려움을 준 배경이 아니었는지 한 때는 원망의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 보니 과연 내가 아버지처럼 아이들을 잘 성장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다른 감정은,

어릴 때의 아버지 뒷모습은 키와 덩치의 위압 그 자체였지만 지금 걸으시는 모습을 보다 보면 가끔 힘 빠지신 듯 한 모습이 보일 때 속상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평생 자식을 키우는데 애써오신 어머니는 소일거리도 하시며 보람을 찾으신다.


가끔 친구 어머니들과 고스톱을 치기도 하시는데 예전에는 엄마 건강 걱정과 아빠 걱정 때문에 마음 졸이기도 하고 솔직히 아들 표 잔소리도 남발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적당한 스트레스도 푸시며 삶의 즐거운 요소 하나를 스스로 만드시고 즐기시는 모습 자체가 감사하게 여겨질 뿐이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내 기억 속 동시에 떠오르는 2가지 장면이 있다.


유치원 시절 생일잔치에서의 종이 선물.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던 아들에게 집안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종이 뭉치를 선물해주신 어머니.

당신의 손에 쥐어진 선물을 건네받은 어린 아들은 속상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지만,

애써 마음껏 그림을 그리라며 어린 아들을 안아주시던 엄마의 마음속 눈물은 한강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중학교 시절 아들에게 주신 검은 비닐봉지.

어느 날 아버지와 다투시고 힘들어하시는 와중에도 아들의 생일이라고 시장에서 사 오신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예쁜 하얀색 별표 무늬가 있는 운동화였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며 메이커라는 것에 대해 눈이 뜨인 당신의 아들은 이 봉투를 들고 감사하다는 말보다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엉엉 울어버렸다.


20년도 넘게 지난 지금도 이 생각들만 하면 금세 눈이 빨갛게 눈물이 터질 것 같이 마음이 아려오는 이 못난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한 평생 헌신과 희생,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 응원해주시고 보듬어주셨다.


성인이 되어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메이커 옷을 직접 사드리며 그때는 정말 죄송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여전히 나의 어머니는 집에 가면 손주들 줄 과일을 아빠 몰래 차에 넣어주시고 아들이 좋아했던 반찬을 하는데 바쁘시다. 



브런치를 공유드린 후 받은 메시지. 아버지에게 받은 것은 역대 가장 긴 메시지였다 ㅎㅎ




우리는 살면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이별도 마찬가지다.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이다.


언젠가는 아버지, 어머니와 헤어질 것임을 알면서도

바쁘다는 자기 합리화로 아버지, 어머니를 평생 볼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화려한 효도를 꿈꾸는 것도 좋지만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음식 잘 챙겨 드시라는 작은 안부부터 직접 전하는 것이 더 쉽고 부모님께 와 닿는 일이다.

그렇게 나와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 거창하기보다 소박한 효도의 행함을 당부해본다.



나의 생활 사이클 속에서, 가장으로서의 내 가족을 챙기는 일상 속에서도 나라는 세상 속 존재를 만들어주시고, 

이렇게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


이 세상 그 누구도, 그 어떤 효도로도

그 은혜의 크기를 넘을 수 없고 전부를 갚을 수는 없다.


소중할 뿐이고 감사할 뿐이고 사랑할 뿐이다.


어머니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버님 칠순 잔치에서 준비했던 편집 영상 (기본 영상 출처 : 불후의 명곡, 김진호 '가족사진')


※ 위의 영상은 작년 조촐하게 치른 아버지의 칠순 생신 때 직접 편집하여 깜짝 이벤트로 틀어드린 영상입니다.

김진호 님의 '가족사진'의 불후 영상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아버지의 추억 속 사진들이 나옵니다.

(부모님 집에 가서 몰래 앨범을 가지고 와서 사진들을 스캔하며 영상을 만들었습니다ㅎㅎ)


어릴 적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생전 사진을 보시고 결국 눈물을 흘리신 아버지.

그때의 소중한 기억을 담은 영상을 부끄러운 편집 실력을 무릅쓰고 독자 여러분들께 공유합니다.


언제나 따뜻하세요. 

언제나 사랑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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