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해 봤어?
40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사회생활 기업인 최고 어록으로 뽑히는 故 정주영 회장의 명언이다.
당시 선박 선조 경험이 없는 현대에 선진국도 불가능했던 배 건조 일정 단축 요구를 무리하게 했던 선주들의 속셈에 임원들까지 어렵다고 읍소했을 때의 정주영 회장의 단호한 외침이었다.
크레인을 더 사 오던 사람을 늘리던, 선진국에서 기계라도 사서 들어오던지 해서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故 정주영 회장의 이 한마디에는 특유의 추진력과 불굴의 의지로 끊임없이 불가능에 도전했던 철학이 담겨있었다.
회사 안에서의 조직 구조를 일반적으로는 '기계적인 조직'과 '유기적인 조직'으로 분리할 수 있다.
그 특징은 보통 아래와 같다.
필자가 서두에서 다룬 명언이 의미하는 것은 모두가 알다시피 '도전 정신'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며 힘들어했거나, 혹은 나도 모르게 아무렇지 않게 쉽게 이야기했던 것으로 풀어볼 수 있다.
바로 '다른 조직의 평가'이다.
수직적 의사소통이 기반이 되고 수평적 부서 간의 팀워크가 '수동적'인 조직의 경우 이러한 부분에 많이 노출되기 쉽다.
신 제품의 출시를 놓고 상반된 두 본부의 이야기로 예를 들면 이해가 쉽다.
[영업 본부]
" 이번 신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를 왜 자꾸 우리 부서에 찾으라고 하는 거야.. "
" 홍보와 광고가 힘이 있어야지, 그런 것도 없이 우리한테만 판매량 높이라고 하면 이게 말이 돼?"
" 이번에 그 홍보물 시안.. 와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봤을 때 작년 것 보다 훨씬 못해. 그러니 팔리겠어?"
[마케팅 본부]
" 아니 대리점에 정확하게 홍보물 부착하란 곳에 부착도 안 되어 있으면서 교육은 제대로 했나 몰라."
" 이 제품이 패널 평가에서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아니 현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안 팔리지"
" 영업본부가 패기가 없으니 아무리 이렇게 신 제품을 내면 뭐해. 내가 봤을 땐 그 팀장 문제가 커."
이러다 보면 신 제품의 실적 전환 노력은커녕 부서 간의 '판매 부진 원인 지목 피하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영업본부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빌려서 마케팅과 광고 활동의 한계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역으로 마케팅본부에서는 취급점 현황과 출고 현황, 현장 상황 모니터링 조사 결과 보고와 함께 사전에 제출했던 본인들의 활동을 캡처하고 정리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봐, 원래 우리 같은 편 아니었어? (이미지 출처 : google)
내가 사는 삶은 당연하게도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 속에서 살게 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직장이나 사회생활 속에서도 나의 역할만 더해졌을 뿐, 회사라고 해서 나의 가치관이 바뀌거나 180도 바뀐 다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구조에 숨겨진 함정이 있다.
다른 사람, 다른 조직이 하는 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너무 쉽게 나의 판단으로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다.
위의 부서 간 사례에서 보아도 물론 표면적인 업무적 소통이나 협업이 있었을 것이지만, 부서 간의 기능과 목표가 다르고 결정적으로 업무를 풀어내는 당사자들 역시 각자의 업무 경험과 캐릭터가 각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결과라도 다르게 볼 수밖에 없음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의 비중을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남겨 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일을 내가 모두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내가 항상 상대방의 반응과 숨은 인사이트를 먼저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일한 현상에 대한 다른 관점이나 대립이 발생할 때, 이때만큼은 조금 더 사고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경쟁과 고객지향성에 초점을 맞추며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와 본질을 이해하고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인 과정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는 조직은
있을까?
하지만 풀오토 자동화로 이루어진 현장이 아니고서는 우리의 일은 모두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있다.
이러한 '연결'에 있어서 때로는 서로의 입장과 신념을 이해하고, 다른 각도에서 상대 부서나 담당자의 역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 모르긴 몰라도 이러한 과정들이 쌓여서 분명 나중에 진급하고 부서를 책임지는 리더의 역할을 맡았을 때 성과이던, 유관부서와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분명히' 플러스가 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잘해봐요 우리
이봐, 해봤어?
한창 부족하고 불완전한 필자 역시 한창 발 안 보이게 실무를 뛰고 다닐 때는 일과 입장을 앞세우다가 상대 부서의 감정을 상하게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나 역시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업무 외적인 뒷말과 평가를 듣고 상처를 받았던 경험이 아직까지 생채기로 남아있다.
그런 경험들을 겪고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겪어보지 않은 부서의 업무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하거나 결과로만 단정 짓고 판단하지 않는 습관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였다.
(물론, 사람인 이상 절대 완벽하게 여기에서 해방될 수 없음도 깨달았다)
처음에는 화와 (나 스스로에 대한 것을 포함한) 원망으로 마음이 아팠지만 부정보다는 긍정에, 비판보다는 공존에 신경을 쓰다 보니 조금씩 회복하고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근 애자일 조직(Agile Organization)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Cell)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며 빠르게 성과를 도출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또, 플랫폼을 활용한 인 크루팅의 유연화 또한 구독 트렌드와 맞물려 '고급인력 렌털' 혹은 '긱 워커의 고용'등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조직문화와 구조에 대한 혁신과 발전의 고민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변화에 앞서 결국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보면 결국은 완전체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 개개인의 사람들에 대한 '연결'의 본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역시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바쁘고 딱딱한 회사 생활이더라도 조금씩의 여유와 이해의 마인드로 업무를 접하다 보면 그렇게 조금씩 따뜻함이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러분 모두가 관계에 있어 행복하고 힘냈으면 좋겠다.
그렇게 더욱 나은 2020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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