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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대디 Nov 25. 2019

정신의학과를 노크했던 마흔 아재 마음 경험담

82년생 김지영 씨처럼 같은 방의 문을 노크했던 1년 전의 기억

나는 주위를 섬세하게 살피는 기질이 아주 많이 발달해 있다.

장단점이 명확하다.


‘눈치가 빠르다. 배려심이 많다, 센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반대로 너무 많이 주위를 신경 쓰고 살피다 보니 나 스스로를 많이 보호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겉으로는 아닌척해도 속으로 혼자 앓고 혼자 삭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잘 비워야 하는데 마음속 휴지통 폴더에는 항상 파일들이 남아 있었다.


집에서 아이들과 아내와 있을 때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기도 했고,

또 솔직히 아이들의 장난에도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며 후회했던 적도 있었다.

나쁜 습관이라고 혼자 자책했다.


민망한 것은 그러면서도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이미지 출처 : Pixabay)


1년 전 여름.


어느 날 밤, 아이들이 잔 다음에 아내가 내게 병원을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아마 "내가 그런 곳을 왜가?"라고 되물어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나 보다.

어느새 난 마흔 동안 단 한 번도 방문해 본 적 없는 정신의학과의 문을 노크하고 있었다.



오늘 글은 육아와 사회생활 속에 마음의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독자분들을 위한 경험 이야기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아니면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의 사람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끙끙 앓거나 답답함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있는 있는 그대로의 디테일한 경험을 담았다.


읽고 나면 꼭 답을 나 스스로에게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읽고 나면 꼭 나 혼자만 이렇게 끙끙 앓고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여보 가봐. 괜찮아. - 크흑.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병원에 가기 전.

두 가지 고민이 맴돌았다.


‘아.. 내가 정말 정신과까지 가야 할 정도인가’하는 의구심.

‘가게 되면 기록이 남는다고 하는데 그럼 내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함.


매체에 많이 나오는 공황장애나 호흡이 어려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당시 내 상태가 너무나 바닥을 찍으려고 하는 상황이어서 용기를 내었고,

아내가 소개해준 병원의 문을 열었다.


내 속의 나를 들켜버릴 것 같은 걱정과는 달리 바로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지는 않았다.

간단한 안내를 받고 방에서 한 시간 정도의 사전 검사를 먼저 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하지 않았지만 객관식으로 체크하는 항목들을 1시간여에 걸쳐 작성하였다.



결과가 나오는 날에 맞춰 병원 다시 방문한 날.

'심리 평가 보고서'라는 이름의 2장의 페이지를 보고 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걱정과 초조함과 같은 불쾌한 정서 생활과 스트레스에 압도된 느낌을.. 관심과 확신에 대한 욕구를 지내고 있어서 좋은 외양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겠는데..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쉽게 실망하곤 하겠으며..'



내가 지금까지 지내오며 어려움을 느꼈던 상황에 대한 본질과도 같은 것이었다.


불과 두 장의 종이에 불과한 이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나를 현미경으로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결과지를 가지고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당장 어려운 것들부터 시작해서 이야기가 점차 자연스럽게 제 주위의 환경, 그리고 어린 시절까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딱 딱 중간중간에 필요한 질문만 하셨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나 스스로 기억을 더듬으며 이야기를 끝없이 풀어놓았다.


이 것이 나의 심리상담 결과지였다.


선생님으로부터 진단을 받았던 핵심은 "마음 에너지가 많이 방전된 상태다."는 것이었다.


'마음 에너지가 방전이 되면 작은 자극에도 신경이 머리 끝까지 바로 올라게 되지만, 이 에너지가 쌓이고 채워지면 그것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는 것이 요지였다.


너무나도 와 닿았다.

조금만 지나 보면 별 것이 아니었는데 항상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상황이 자꾸 많아졌던 나였기 때문이다.


상담 후 약을 처방받았다. 우울증 약이었다.

처음에는 부작용이나 졸음 등을 걱정했는데 병원에서 그 정도의 양은 아니라고 했고 실제로도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몇 개월 후,

확실하게 변화되었다고 느낀 것이 있었다.

예민하게 즉각 반응하는 것이 싹 없어졌다는 것이다.

갑자기 신경이 지쳐 있다가 곤두서서 팍! 하는 스파크 튀기는 상황이 사라졌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욱! 하는 상황들이 사라졌다.

놀라웠다.

(참고로 난 병원에서 급파한 영업사원이 아니다)


"예전에는 어떤 자극적인 상황이 생겨서 머리끝까지 팍~! 찔렀다면, 지금은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워워 하는 거예요. 감정과 뇌의 어떤 신경들이."


의사 선생님께서는 의아해하는 내게 마음에너지가 조금씩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나에게 병원을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아내 역시  확연해 보이는 남편의 변화에 놀라워했다.

아내에게 정말 고마웠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육아 우울증’


인스타 해시태그만 검색해도 3,000개가 넘고 유튜브 영상도 수 없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누가 뭐라 그럴 것도 없이 바로 해당 과목의 병원에 간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에 인색해한다.

병원을 바로 연결시키지도 않을뿐더러.

정신의학과(정신과)를 떠올리더라도 왠지 부끄러운 것 같고 감추고 싶어 한다.


뭔가 조금 익숙하지가 않게 느껴지는 것이 방문에 대한 부정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나 역시 작년 여름 같은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어찌 보면 감추고 싶을 수 있는 비밀? 도 이렇게 만천하에 자연스럽게 오픈할 수 있는 용기까지 생겼으니.)


아직도 누구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맘들이 너무나도 많다.


신생아와 유아기 시절의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성장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힘든 육아맘들께서는 그 한계가 왔다고 싶을 때 어떻게든 혼자 버텨보려고 하지 마시고 병원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이야기드리고 싶다.



정신의학과가 만사형통은 아니다.

'약님은 무조건 옳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속의 지영 씨가 결정적으로 마음을 굳게 먹은 변화의 공간이 병원 상담실이었던 것은 분명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마흔 아재의 82년생 김지영 씨 리뷰'를 못 보셨다면 클릭)



마음에너지가 한 번에 쉽게 스마트폰 충전되듯이 완충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사회생활이든 육아이든 내 주위의 환경을 변화시켜서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보니,

3일 치 약 받고 낫는 것과 같이 시간이 짧게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너무나 일상이 힘든데 감정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는데,

그것을 혼자 끙끙 앓다가 한계까지 간 그런 엄마들에게는 분명 용기 낸 만큼 아니 그 이상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사랑하는 두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올해 마지막 물놀이를 간 평창에서 깜짝 첫눈을 맞이하였다.


모든 육아맘들, 모든 아빠들 모두 첫눈의 설렘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처럼 힐링이 함께 하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 깜짝 첫눈을 영상에도 함께 담았습니다. 이 글을 영상으로 만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저의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좋지 않은 것이 함정이에요 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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