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을 느끼는 생활 속 순간 중 하나가 길에서 우연히 멋진 카피나 광고를 봤을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5년 전 겨울왕국을 봤을 때 Let it go 노래보다 나를 더 짜릿하게 했던 것은,
'디즈니스럽지 않았던' 전개였다.
착한 사람은 계속 착하고, 나쁜 사람은 처음부터 나쁜 경우가 많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패턴을 벗어난 시도.
프레임을 깨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겨울왕국 2의 개봉 소식은 어떤 새로운 시도와 메시지가 있을까 기대되는 것이 당연했다.
영화를 보고 느낀 두 가지는 명확했다.
하나는, 아이들만을 위한 가족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어른들을 위한 메시지가 더 많다는 것이다.
(조금 더 타겟팅을 좁히면 사회생활에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존버'하는 분들이다.)
다른 하나는 이 영화는 자막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세명의 주인공을 직장 생활 속 역할로 대입시켜 풀어낸 이 글을 끝까지 보고 나면 이 두 가지의 포인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셨다면 더욱,
영화를 못 보셨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겨울왕국 2' 갤러리)
엘사┃리더
여왕인 엘사는 늘 아렌델 왕국의 안위를 걱정한다. 지금의 행복이 깨지지 않기를, 또 본인 때문에 백성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염원한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진실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야 하는 숙명의 도전에서 그녀는 회피가 아닌 정면돌파를 선언한다. 힘든 상황을 맞닥뜨리면 무조건 앞장선다. 과거에 힘들어하지만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본질에 한발 한발 다가서게 된다. 훌륭한 리더십의 전형이다.
사회생활 속 조직에서는 외부요인이든 내부적인 업무나 인간관계 등 어려움이 늘 따라온다.
'좋은 상사'를 정의하는 각자의 생각은 다르지만, 적어도 지시형 상사보다 리더십을 가진 목표 공유형 상사를 원하는 것은 한 마음이다.
지시만 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상사 기준으로 하찮은 업무라도 실무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정말 큰 산일 수도 있고, 주중까지 하라고 툭 던진 일 하나가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10개의 업무에 하나 추가되는 좌절스러운 상황일 수도 있다.
지시만 잘해도 다행인 경우도 있다. 전형적 약육강식의 스타일로 상사의 상사에게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조직원들을 커버하고 앞장서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는 슬쩍 발을 빼는 상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직원 관리'라는 차갑고 정 없어 보이는 말 보다,
"라떼는말이야"하며 본인의 경험을 철학화시키며 바꾸지 않는 생각보다,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며 성장하는' 리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겨울왕국 2' 갤러리)
안나┃중간 관리자
엘사의 동생인 안나는 1편보다 더 언니를 챙기며 감정을 안아주려고 노력한다. 호기심도 많지만 함께함의 중요성도 안다. 혼자됨을 느낄 때 너무나 힘들어하지만, 그러면서도 언니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모두를 구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을 실행한다.
혼자 가려면 빨리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조직에서는 조금 부족해도 '같이의 가치'를 아는 직원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의 힘을 더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스타플레이어라도 조직 목표를 이루기 위함에 있어서는 팀워크와 팀원들과의 역할 조화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직장 생활만 봐도 대리·과장급의 중간 관리자가 업무 외적으로 팀워크와 소통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조직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만약 옳은 방향이 아니라면 직급이 높아질수록 부정적 영향력 또한 커지기 때문에, 한창 일을 배워야 하는 신입직원들은 기회 요소를 잃게 되고 상사는 눈치만 보며 조직을 제대로 이끌고 가기 쉽지 않아 진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간 관리자의 역할에서는 '센스' 또한 정말 중요하다.
함께 성장할 줄 알고, 훌륭한 팔로워와 리더가 되는 방법을 이해하고 있다면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조직은 그(녀)를 넥스트 리더로 점찍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겨울왕국 2' 갤러리)
울라프┃막내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까?
성장하기 시작한 울라프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특유의 캐릭터는 여전하지만, 그 와중에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쩌면 울라프의 대사들에서 더 동질감을 느끼는 사회 초년생이나 사원/주임급 직장인 분들이 많을 수도 있다.
그렇게 울라프는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역할과 함께 안나를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주니어 초년생 시절에는 특히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가도 문득 내가 잘하고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처음 시작한 그 마음을 되새기기보다 당장의 내 주위 환경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길게 보며 내 꿈을 구체화시키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나의 현재에 확신이 들지 않다 보니 이내 막연함에 사로 잡힌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보면 작은 꿈이라도 현실로 이루기가 가장 쉬운 때가 지금일 수도 있다.
배우고 경험하며 성장해야 하는 시기는 깨지고 부서지는 것에 익숙해져도 전혀 문제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런 과정 없이 시류에 따라가다 보면 정작 조직과 주위에서 본인에게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는 위치에 도달했을 경우 걱정거리가 커질 수 있다.
배움과 경험이 너무나 용이해진 스마트 시대이다.
회사 업무와 동료와의 술자리도 좋지만, 마음만 먹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잘하기 위한 기초를 닦는데 얼마든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이러한 자세는 훗날 같은 선상에 출발한 경쟁자들과의 결정적인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여러분의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겨울왕국 2' 갤러리)
1편보다 스토리라인 전개가 부족하다는 리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루해할 것을 걱정하는 부모로서의 마음을 걷어내고, 자막에 집중해서 보면 오히려 1편보다 밀도 있는 감성과 이성의 디테일한 흐름이 단단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자막판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빙된 대사를 귀로만 듣는 것보다, 자막에 집중해서 보면 내가 얼마 전 고민했던 내용이나, 나에게 힘을 주는 주옥같은 메시지들이 넘쳐난다.
그 과정에서의 주인공들의 감성과 이성에 몰입되다 보면,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할 수 있다는 가슴 벅찬 느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워하지마
영화 개봉 전 예고 영상의 말미에 등장한 카피.
겨울왕국 2는 화려한 시각효과와 음악들로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어른들에게도 두려움 없이 자아를 찾아가자는 용기를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마음의 동기부여와 자극이 필요하다면,
하지만 만화영화는 내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눈 딱 감고 마흔 아재 필자 말처럼 더빙판으로 예매 버튼을 눌러보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관에서 각성된 스스로를 발견할지도 모르니.
※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첫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이번 겨울은 여러분의 걱정과 어려움을 덮을 수 있는 하얀 눈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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