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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싸맨 Nov 14. 2019

마흔 아재가 82년생 김지영에게

이 시대 '82년생 김지영 부부'들에게 드리는 마음 이야기

가끔은 행복하기도 해요.
또 어떤 때는 어딘가 갇혀있는 기분이 들어요.

100만 부 베스트셀러 원작을 나는 보지 못했다.

영화가 개봉할 때만 해도 관심을 갖지 않은 내 시선을 돌린 것은 영화를 둘러싼 여러 대립된 리뷰들이었다.


"남자는 뭐 힘든 부분 없는 줄 아나?"

성별에 따른 상반된 생각들.


"60년대 김지영이 보면 웃어넘기겠다"

시대에 따른 상반된 생각들.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삶을 이해해야겠다'는 뉴스에 나올법한 큰 공언 보다도

7살과 4살 두 아이의 아빠로서,

육아의 어려움을 조금은 더 공감하고 있는 남편으로서 영화를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영화의 세 장면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단,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나의 마음을 담았다고 해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어느 편에서의 입장이 아니거나, 어느 편의 입장을 들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 구도에 빠져있는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불편할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린다.



※ 영화의 스포일러로 보이는 부분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실 예정이신 분들은 보신 후에 읽어주세요^^



이미지 출처 : 82년생 김지영 (네이버 영화)


"여보 나 빵집 아르바이트해보려고.. 시간도 오전만이야."


지영 씨는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남편 공유는 "네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을 닌 못 봐."며 일언지하에 반대한다.


아마도 남편 역할을 맡은 공유 씨의 반응은 아내에 대한 걱정과 함께 자신이 외벌이로서 갖는 책임감의 영역에 반응하였던 것일 테다. 하지만 남자, 아니 남편 입장에서 봐야 하는 숨은 포인트는 지영 씨에게는 여러 가지 상황과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탈출구에 대한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고 봐야 하는 점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나 아르바이트할래'라고 이야기한다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같은 패턴에서 돌아가는 하루 일상 속에서 여러 감정들이 누적되고 조각조각이 모여서 나온 이야기라로 받아들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남편의) 직장 생활 속에서도 여러 감정들이 오가고 어려운 상황들이 많지만, 영화에서 처럼 두 살 아기와 함께 같은 공간과 패턴에서 하루를 보내는 육아는 그 감정의 누적된 피로도와 소통의 답답함이 전혀 다른 어려움의 결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남편 입장에서는 그 말 자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일단은 고생한다고 어루만져 주자.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인사이트가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아내의 숨은 Unmet needs를 찾는 것이 더 건강하고 더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남편 역시 아내와의 대화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본인 속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을 습관 들이자.)



이미지 출처 : 82년생 김지영 (네이버 영화)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


중간에 친정엄마가 지영이의 병을 직접 눈으로 보는 장면이 있다.


엄마도 딸의 입장으로 돌아가게 만들면서 그 아픔을 서로 보듬어주는 이 5분여의 장면이 아내나 엄마 입장에서 가장 감정이 올라온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들 우선주의'속에서 살아온 과거가 아파하는 딸의 현재를 만나 아파하는 엄마.

아들을 위한 보약을 사 온 남편에게 "왜 딸의 것은 사 오지 않냐"라고 부르짖으며 주저앉아 우는 엄마.


영화 속 결정적인 두 장면에서 나는 영화를 둘러싼 일부 '과대 포장'이나 '(여성의) 역할에 대한 단정'의 의견들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졌다.



결국은 내가 맞냐 네가 맞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를,

영화는 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영화 내내 지영 씨가 매일 집안일을 마음의 여유 없이 하는 일상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지금 '대부분의 김지영 씨'가 그와 같은 일상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들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82년생 김지영이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연결, 그리고 마음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음을 영화는 그렇게 차분하게 잘 풀어내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 82년생 김지영 (네이버 영화)


".. 나쁘지는 않았어요."


정말 시종일관 힘들게만 가는 듯한 영화는 지영 씨가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고, 맞닥뜨리면서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가려 한다. 영화의 맨 처음 나왔던 정신과 선생님과의 자리가 영화 말미에 만들어지면서 그 변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통쾌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강했던 '커피숍 에피소드'를 겪고 지영 씨가 이야기하는 한 마디는 관객들에게 안심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중간에 재취업을 위해 김 팀장님(박성연 님)을 만나기 위해 준비할 때를 제외하고 지영 씨는 영화 내내 거의 머리를 묶고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 노을 진 베란다에서 멍하니 밖을 응시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노을 진 베란다에서의 지영 씨의 머리는 다르다. 표정도 변해있다.



빵집이나 회사라는 사회생활을 대변하는 외부 공간이 아닌 , 그렇게 반복되고 힘들어했던 일상의 무대, '집'에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게 된 지영 씨의 클로징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공감'과 '연결'이었다.


우리 이 시대, 그리고 모든 김지영 씨들을 위한 ‘공감’.

그리고 나, 타인, 가족뿐만 아니라

과거와 세상에 대한 ‘연결’.



상당히 많은 육아맘들이 보면 힘들까 봐 영화를 안 보려 한다고 들었다.


감정 이입 때문에 겁이 나거나, 영화를 보는 그 순간에는 힘이 들더라도 직접 보시라고 나는 권유하고 싶다.


차라리 직접 보고 울고 싶을 때 펑펑 울고, 공감이 갈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게 영화관을 나올 때 ‘나 잘하고 있다’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그럼에도 나아질 거야'라는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빠들에게도 이 영화는 공감적인 차원에서 한번 보면 어떨까는 생각이 든다.

단 부부가 같이 보는 것보다 따로따로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혼자만의 되짚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영화가 끝나고 캔 맥주를 먹고 싶어 했던 아내 생각에 공유가 광고하는 초록색 맥주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 힘들게 육아 속에 고생하고 있는 모든 지영 씨.


오늘 하루 회사에서, 사회에서 가장의 역할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대현 씨.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든 오늘에 이 영화가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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