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게임을 시작한 이후 플레이한 게임들 대부분은 적어도 출시 당시에는 소위 AAA급 게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커다란 기업이 많은 자본을 투자해 만든 블록버스터 같은 거였지요. 조금 예외적이었던 건 <옵저베이션(Observation, 2019)>과 <스트레이(Stray, 2022)>, 그리고 <포트 솔리스(Fort Solis, 2023)>였는데요, 이 셋은 굳이 말하자만 AAA급 게임에 근접한 인디 게임이었습니다. 이런 걸 AA급 게임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게임이란 걸 시작한 지 겨우 1년 남짓 지난 제가 AAA급 게임이니 인디 게임이니 말하기가 좀 민망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인상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접한 <에디스 핀치의 유산(What Remains of Edith Finch, 2017)>은 영락없는 인디 게임이었지요.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앞서 경험한 AAA급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인디 게임이라는 걸 조금 더 해보고 싶어 졌고요. 물론 인디 게임은 실험적 요소가 많은 만큼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고 그중에서도 취향에 맞는 걸 찾아야 했지요. 게임에서 이야기는 핵심 요소가 아니고 인디 게임에서는 더욱 그렇지만, 저는 이야기의 비중이 높은 걸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고른 게 <인사이드(Inside, 2016)>과 <언피니시드 스완(Unfinished Swan2012)>입니다. <인사이드>는 워낙 유명해서 게임을 하지 않던 시절에도 들어본 적이 있었고, <언피니시드 스완>은 <에디스 핀치의 유산>을 만든 개발사의 첫 작품이자 이야기적 연결고리도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갔습니다.
둘 다 플레이 타임이 2-3시간 정도로 짧아서 큰 업무가 조금 정리될 때 기분 전환 삼아 해봤습니다.
|타이틀| 인사이드(INSIDE)
|최초출시일| 2016년 6월 29일
|개발사| Playdead
|유통사| Playdead
|구입처| App Store (iOS/iPadOS/AppleTV)
|사용기기| A12Z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엑스박스 시리즈X|S 컨트롤러
<인사이드>는 빨간 셔츠를 입은 소년(아마도)이 어두운 숲을 가로지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체력이 아주 뛰어난지 한참을 달리고 몇 번이나 점프를 해도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지는 걸 제외하면 그리 힘든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치 보안요원처럼 보이는 사람들(Guards)이 나타나면 숨을 머금고 잔뜩 긴장을 하고요. 보안요원들은 소년을 발견하면 자비 없이 쫓아와 붙잡으려고 하고 난폭한 개를 풀기도 합니다. 사실은 개가 아니라 Holves라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이름을 보면 사냥개(Hounds)와 늑대(Wolves)를 섞은 것 같지요.
숲을 벗어나면 농장이 나타나고 공장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 버려진 도시를 거쳐 기묘한 실험실로 향하는데요, 그 과정 그리고 그 이후까지 놀라운 순간이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초반에는 몽유병 환자처럼 움직이는 기묘한 노동자들, 그걸 마치 상품처럼 지켜보는 사람들, 타인을 조작하는 모자, 기묘한 기생 생물의 숙주가 된 돼지가 등장하며 궁금증을 자극하는데, 게임 플레이의 재미나 긴장감과는 별개로 여기까지는 사실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디스토피아는 SF의 세계에선 그리 드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고 디스토피아 세계의 원흉이거나 적어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연구소로 접어들면 그야말로 경악과 경이의 연속이었습니다. 강력한 충격파를 쏟아내며 모든 것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장치, 중력의 방향이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는 지하의 숲, 중력의 방향에 반대로 반응하는 물, 그 속에 거꾸로 매달린 기묘한 신체의 사람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어떤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 신선한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까지.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건 워터 차일드(Water Child) 혹은 워터 걸(Water Girl)이라고 불리는 존재였습니다. 어둡고 음산한 게임 속에서 가장 섬뜩한 공포를 제공하는 존재였어요. 처음 유리벽 너머에 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그냥 저게 뭔가 싶었는데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나타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워터 차일드는 굉장히 의미심장한 반전을 제공하기도 해서 의문으로 넘치는 작품 속에서도 가장 큰 관심과 상상을 불러일으켰던 같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숨고 달리고 점프하고 매달리고 헤엄칠 뿐입니다. 가끔 잠수함을 조종하기도 하고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도망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향해 필사적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보안요원에게 잡히거나, 개에게 물어뜯기거나, 총에 맞거나, 떨어져 죽거나, 몸이 산산조각 나거나 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것 같았어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숲, 농장, 공장, 침수된 실험실, 연구소 등 여러 장소에서 복잡한 길을 헤쳐나가지만 소년은 그 모든 곳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망설임 없이 나아갑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지고요. 소년의 정체와 목적,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게임은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습니다.
굉장히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 게임에는 어떤 대사도 설명도 없다는 겁니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을뿐더러, 게임 속에 숫자 말고는 텍스트 자체가 등장하지 않아요. 대사나 설명 한 줄도 없이 이렇게 강렬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만약 영화가 이랬다면 불친절한 실험적 영화라며 넘어갔겠지요. 하지만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참여성과 행위성 덕분에 무언의 이야기 속에 깊이 몰입을 하고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음산하면서도 아름다운 게임의 미술과 음악도 훌륭하기 그지없었어요. 긴장감 넘치는 추격과 기발한 퍼즐도 재미있었고요.
설명이나 대사가 거의 없는 게임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세계관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매력적인 의문을 던져줄 수 있는 게임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게임 이력이 짧은 제가 쉽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지금까지 했던 게임들은 모두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3D였습니다. 하지만 <인사이드>는 기본적으로는 고정된 시점의 2D입니다(실제로는 3D로 구현한 모델을 2D로 보여주는 것 뿐이라고 하지만). 흔히 말하는 횡스크롤 게임이지요. 물론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로도 움직이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게임 조작도 방향 버튼과 점프 버튼, 잡기 버튼이 전부였어요. <인사이드>는 다른 게임들만큼이나 조작이 즐거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2D 게임은 그다지 취향이 맞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이 선물로 샀던 닌텐도의 '게임&워치'로 유명한 고전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s., 1985)>를 해봤지만 도무지 이어나갈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2D나 3D 같은 차원에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달리고 점프를 하며 나아갈 동기, 이야기적 궁금증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스토리텔링이 훌륭하다고는 했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는 만큼, 게임 속 이야기가 던지는 의문 중 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토리텔링이 훌륭하기는커녕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거나 열린 결말이라며 성의 없이 보여주는 것과 게임 플레이라는 경험 속에 이야기가 녹아들게 만드는 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인사이드>는 설명이 없지만 주인공 소년과 함께 알 수 없는 목표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그곳에 어떤 세계이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그 사건 속에 개입도 하게 만듭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요. 설명이 없고 의문을 넘치더라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싶게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혹은 같은 작품을 두고서도 그런 흥미와 관심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런 종류의 게임에 대한 평가를 갈라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제게 <인사이드>는 그야말로 매력덩어리의 의문을 잔뜩 던져주는 작품이었고요.
<인사이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숨겨진 결말, 히든 엔딩입니다. 게임 속 곳곳에 숨겨진 어떤 기계 구체를 모두 해체하고 역시 숨겨져 있는 어떤 공간으로 가면 평범하게 플레이했을 때와는 다른 결말을 볼 수 있어요. 기존 결말도 놀라움과 함께 여러 가지 의문과 가설을 던져주지만, 숨겨진 결말은 소년의 정체에 대한 새로운 힌트와 더불어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임과 플레이어의 관계에 대한 질문까지 던지게 만듭니다.
애초에 이 히든 엔딩은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볼 수가 없습니다. 비밀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소리 퍼즐은 처음부터 알고 접근하지 않는 이상은 푸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어떤 기계 구체는 해체 후에 소년이 살아서 빠져나올 수 없는 곳에 있어요. 즉, 숨겨진 결말 자체가 리플레이 혹은 반복 플레이를 전제로 깔고 만들어진 거죠. 숨겨진 결말을 게임과 플레이어에 대한 메타적 시선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게임 플레이의 재미부터 흥미로운 세계관과 이야기, 매력적인 존재들, 아름다운 음악과 미술까지 <인사이드>는 게임의 완성도는 예산의 규모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알려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인사이드>는 개발사 Playdead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번째는 <림보(Limbo, 2010)>인데, 오래전에 아주 잠깐 해본 기억이 있네요. 당시에는 게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보니 거의 5분도 하지 않고 그만둔 것 같지만요. 하지만 <인사이드>를 통해 이런 종류의 게임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를 알게 되었으니 <림보>도 다시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Playdead는 다음 작품으로 우주 혹은 다른 행성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주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저로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전에 <림보>를 해봐야겠습니다. 부담 없는 조작과 짧은 플레이타임 덕분에 <인사이드>도 한 번 더 해보고 싶네요. 이런 가벼움도 인디 게임의 장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이틀| 언피니시드 스완(The Unfinished Swan)
|최초출시일| 2012년 10월 16일
|개발사| Giant Sparrow
|유통사| Annapurna Interactive
|구입처| App Store (iOS/iPadOS)
|사용기기| A12Z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엑스박스 시리즈X|S 컨트롤러
<언피니시드 스완>의 주인공은 먼로(Monroe)라는 이름의 어린 소년입니다. 먼로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고아원에 맡겨져요. 고아원으로 가는 날, 먼로는 어머니의 그림 중 백조가 그려진 미완성 그림 한 점만을 챙깁니다. 그런데 그림 속 백조가 갑자기 사라져요. 그래서 먼로는 하얀 캔버스 너머로 백조를 찾아 나섭니다.
동화책 같은 이야기가 잠깐 나온 다음에는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저 새하얀 화면만 남거든요.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보다가 컨트롤러의 트리거를 당기는 순간 어떤 상황인지 깨닫습니다. 트리거를 당기면 검은색 물감 한 방울이 날아가고 물감 방울이 어딘가에 닿아 터지면서 하얀 캔버스 속에 숨어있는 대상이 모습을 드러내요.
처음에는 바닥과 벽 밖에 나타나지 않아 미로 속에 갇힌 건가 싶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벤치나 나무, 언덕, 호수, 심지어는 개구리까지 나타납니다. 그렇게 순백의 캔버스 위에 검은 물감을 던지며 백조의 흔적을 쫓아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오직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첫 번째 스테이지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보니, 처음에는 이렇게 물감을 던지며 길을 찾는 게 게임의 핵심인가 생각했습니다. 신선한 요소이기는 했지만 조금 단조롭기도 했지요. 그래서 금방 지루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어요.
이 순백의 세상을 통치하는 왕이 있습니다. 왕은 백성들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난처해하자 그림자를 만들어줘요. 그렇게 진입한 두 번째 스테이지에는 흰색과 검은색에 더불어 회색도 생겨납니다. 그렇게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공간은 계속해서 다채롭게 바뀌어요. 다양한 퍼즐이 존재하는 마을을 지나기도 하고 미로나 성, 해안가를 걷기도 합니다. 그저 잉크만 던지며 나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물방울을 던지기도 하고, 그 물방울로 식물을 끌어와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해요.
심지어는 제법 공포스러운 구간도 있습니다. 어두운 숲을 가로지르는 구간이었는데, 이때는 어둠 속에 숨어있는 거미를 피해 빛을 찾고 조명을 굴리며 이동을 해야 해요.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제법 밀도 있는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평면적인 세상이라고 느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굉장히 입체적인 세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거인이 되어서 지금까지 지나온 모든 세상을 내려보게 되는데,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프닝 장면의 또 다른 버전처럼 느껴졌어요. 캔버스 속 세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거죠.
게임이 담고 있는 이야기 자체는 비교적 단조로운 편입니다. 어떤 하나의 목적에 빠져버린 나르시시스트 왕과 그를 버리고 떠나버린 왕비의 이야기입니다. 둘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마 먼로를 상징하는 거겠지요. 먼로가 왕, 즉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머니의 사후에 오래전 떠나버린 아버지를 찾아가는 자식 이야기는 그리 드물지 않지요. 하지만 그걸 전달하는 방법이 재미있었어요. 누가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그 이야기가 과거가 되어버린 세상을 직접 돌아다니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앞에서 말한 다채로운 게임 플레이가 어우러지면서 이 작품만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판이 없다 보니 저는 일본어판으로 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나레이션의 목소리 연기가 좋았습니다. 영어로 된 원본도 들어봤는데 일본어 쪽이 조금 더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찾아보니 타카츠키 노조미(高月希海)라는 성우라고 하네요.
그리고 처음부터 궁금했던 <에디스 핀치의 유산> 속 밀턴 핀치와의 연결고리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피니시드 스완> 속 왕의 모습이 <에디스 핀치의 유산> 속 밀턴의 자화상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밀턴이 그림들도 왕의 그림들과 굉장히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둘 다 '마법의 붓'을 갖고 있지요. 개발사가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 출처는 찾지 못했지만, 밀턴이 왕이라는 건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핀치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는 사실 에디스와 그의 아들만이 아니었다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밀턴 핀치 역시 성인이 되어 아들 먼로를 낳았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밀턴도 그리 행복하기만 한 삶을 보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꿈(아마 화가나 동화 작가)을 쫓았지만 결국 아내와 아이가 떠나버렸을 뿐만 아니라, 자기 삶의 정점에 이르러서도 결국 행복을 손에 넣지는 못한 것 같으니까요. 먼로가 캔버스 너머의 세상뿐만 아니라 만약 현실에서도 아버지, 밀턴 핀치를 다시 만날 수 있었을지 궁금해집니다. 밀턴은 왕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보다 더 성공한 사람이 되라며 평생 붙잡고 있던 마법의 붓을 먼로에게 넘겨줬을까요?
<언피니시드 스완>은 비교하자면 앞서 해봤던 <에디스 핀치의 유산>이나 <인사이드> 만큼의 흥미로운 이야기나 흡인력 있는 경험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었고 평면적이고 순백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다채롭고 거대한 세상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국어 지원만 한다면 나중에 아이랑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출시 이후 10년 넘게 지났으니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작년부터 게임을 시작한 이후로 16개의 게임을 했습니다. 10개를 넘었을 때 즈음부터 16개까지만 해보자고 생각을 했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기록칸을 만들다 보니 16개면 4X4로 딱 좋게 정사각형이 만들어지겠구나 싶었거든요.
ー겜알못의 게임로그ー
겜알못의 게임로그 프롤로그
겜알못의 게임로그 #1: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겜알못의 게임로그 여담1: 컨트롤러 이야기
겜알못의 게임로그 #2: <툼 레이더>
겜알못의 게임로그 #3: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겜알못의 게임로그 #3-DLC: <섀도즈 오브 로즈>
겜알못의 게임로그 여담2: 헬렌 오브 트로이
겜알못의 게임로그 #4: <옵저베이션>
겜알못의 게임로그 #5, 6: <바이오하자드 RE:2>, <바이오하자드 RE:3>
겜알못의 게임로그 #7: <바이오하자드 RE:4>
겜알못의 게임로그 #7-DLC: <세퍼레이트 웨이즈>
겜알못의 게임로그 #8: <스트레이>
겜알못의 게임로그 #9: <라이즈 오브 더 틈 레이더>
겜알못의 게임로그 #10: <바이오하자드7: 레지던트 이블>
겜알못의 게임로그 #10-캐릭터: 미아 윈터스
겜알못의 게임로그 #11: <포트 솔리스>
겜알못의 게임로그 여담3: 게임 중단, 그리고 WWDC
겜알못의 게임로그 #12: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겜알못의 게임로그 #13: <데드 스페이스>
겜알못의 게임로그 #14: <에디스 핀치의 유산>
겜알못의 게임로그 #15, 16: <인사이드>, <언피니시드 스완>
그래서 일단 게임로그는 여기서 잠시 멈추려고 합니다. 내년 3월까지 해야 할 일이 좀 비현실적일 만큼 많아서요. 틈틈이 게임을 하기는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걸 찾아서 하기보다는 아마 지금까지 했던 것 중 몇 개를 다시 해볼 것 같아요. 다회차 플레이를 포함하고 있는 것들도 여럿 있고 다시 한번 곱씹어 보고 싶은 요소가 있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물론 새로운 걸 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조금 밀릴 것 같습니다.
만약 해야 할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온다면, 그때는 환경을 조금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지금은 M2 맥북 에어 기본형과 A12Z 아이패드 프로로 하고 있습니다. A12Z 아이패드 프로는 M 시리즈 등장 이후로 완전히 구식이 되어서 최근 몇 년간 아이패드용으로 나온 AAA급 게임들은 할 수 없습니다. M2 맥북 에어는 <바이오하자드 RE:4 (Resident Evil 4, 2023)> 같은 최신 AAA게임을 포함해 많은 게임이 기대 이상으로 잘 돌아가기는 하지만 사실 언제까지 이렇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8GB 램은 굉장히 큰 제약이니까요. SSD도 256GB 밖에 없어서 용량 관리도 까다롭고요.
그래서 내년 3월까지 모든 임무를 제대로 완수했다면 스스로에 대한 선물로 맥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거나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해 볼까 합니다. 사실 최근에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서 중고 플레이스테이션을 자주 찾아보기도 했고요. 다만 맥과 아이패드에서 가능한 것만 한다는 전제를 두고 시작한 취미였다보니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하는 건 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맥을 바꾸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물론 어느쪽이든 실제로 구입하게 될지는, 무엇보다 3월까지 모든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노력은 해봐야지요.
아무튼. 그리즐리, 판다, 아이스베어, 모두 겜알못의 게임로그를 들어줘서 고마웠습니다. 내년 3월에 볼 수 있으면 또 보지요.
그전에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일찍 올 수도 있겠지만요. 브런치를 다양한 목적의 블로그 대용으로 쓸 생각도 있어서 어쩌면 딴 얘기로 돌아올 수도 있고.
겜알못의 게임로그
맥북에어(2022)나 아이패드 프로(2020)에서 가능한 것만 합니다. 컨트롤러로만 합니다.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